▲ 롯데 플레잉코치 나경민이 12일 상동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해,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해, 고봉준 기자] “주변에서 왜 이렇게 빨리 은퇴했느냐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롯데 자이언츠 나경민(29)은 올겨울 주위로부터 의문 가득한 위로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였다.

롯데 퓨처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12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나경민은 “구단에서 지난해 12월 2020년 코칭스태프 명단을 발표하면서 내 이름을 2군 외야·주루 코치로 올려놓았다. 그런데 선수를 겸한다는 내용이 따로 없어서 많은 분들께서 내가 은퇴를 한 줄 아시더라. 정확히는 플레잉코치로 올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이번 기회를 빌려 제대로 된 사실을 알리게 돼 다행이다”고 멋쩍게 웃었다.

시카고 컵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2016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나경민은 빠른 발을 앞세워 주축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지난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성민규 신임 단장과 면담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마무리캠프로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단장님께서 플레잉코치를 제안하셨다. 심각하게 고민이 되더라. 주위 선배들에게도 조언을 많이 구했다. 그런데 지금 나이부터 코치를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주변에서도 쉽게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나경민은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선수를 아예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았다. 플레잉코치로 뛰면서 기량이 나아지면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올 시즌 육성선수로 등록된 나경민은 현재 상동구장에서 1인 2역을 소화 중이다. 합동훈련 시간에는 선수들의 연습을 돕는 코치직을 수행하고, 일과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나경민은 “이달부터 선수와 코치를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 스케줄이 만만치 않더라. 선수로만 뛸 때는 내 개인적인 부분만을 챙기면 됐는데 코치를 겸하니 후배들까지 돌봐야 한다. 또 훈련이 끝나도 나 스스로 보충 훈련을 해야 해서 더욱 힘이 든다”고 손사래를 쳤다.

▲ 롯데 나경민(왼쪽). ⓒ한희재 기자
상동구장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있는 동료들은 훈련이나 미팅과 같은 공식 석상에선 나경민을 ‘코치님’으로 부른다. 그러나 일과가 끝나면 선배들의 호칭은 다시 ‘경민아’로 바뀐다. 20대 나이로 플레잉코치를 수행하면서 생기는 일화다.

“사실 보통의 플레잉코치라 하면 40대를 전후한 베테랑들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맡는 보직 아닌가. 나처럼 어린 나이로 맡는 경우가 없다 보니 어색한 점이 분명 있다. 그래도 차차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코치 초봉을 받고 올 시즌을 시작하는 나경민은 끝으로 “그래도 1차 목표는 역시 현역 연장이다. 이를 목표로 올 시즌 계속해서 몸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또 아직 주력만큼은 자신 있는 만큼 내 장점을 끝까지 살려보고 싶다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해,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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