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태릉, 조영준 기자/송승민 영상 기자] "지난 시즌까지는 트리플 악셀을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올 시즌부터 과감하게 프로그램에 넣기로 했어요. 이런 선택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었죠."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간판 유영(16, 수리고 입학 예정)이 트리플 악셀에 만족하지 않고 4회전 점프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영은 1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 실내아이스링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2019~2020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유영 ⓒ 조영준 기자

김연아(30, 은퇴)는 200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이후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이 대회 메달에 도전했지만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유영은 11년이라는 침묵을 깨고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메달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트리플 악셀을 앞세운 유영은 지난해 10월 캐나다에서 열린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달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20(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이 대회 네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같은 달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20년 동계 유스 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러한 유영의 상승세는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로 이어졌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ISU가 인정한 개인 총점 최고 점수인 223.23점을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개인 최고 점수인 149.68점을 기록했다.

유영은 "사실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프리스케이팅을 연습할 때 트리플 악셀이 잘 안 풀렸다. 그래서 실수 없이 끝내 달라고 스스로 외치면서 경기했는데 은메달을 목에 걸어서 믿기지 않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유영 ⓒ 곽혜미 기자

유영은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가운데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정복했다. 그는 트리플 악셀은 물론 4회전 점프도 완성하고 싶다는 꿈을 드러냈다.

유영은 "내 꿈은 올림픽에 꼭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영상을 챙겨보면서 어떤 점이 좋은지 참고해왔다. 그런데 러시아 선수들은 쿼드러플 점프를 4개에서 5개씩 프로그램에 넣고 있었다. 트리플 악셀뿐만이 아니라 4회전 점프가 있어야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4회전 점프는 뛰어난 남자 선수들도 어려워하는 기술이다. 유영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근육량도 많아야 하고 회전력도 받쳐줘야 한다. 지상 훈련에서 충분한 회전력을 높인 다음 빙판에서 시도할 수 있다"라며 고난도 점프가 완성되는 단계를 설명했다.

4회전 점프는 양날의 검과 같다. '꿈의 기술'로 불릴 만큼 이 점프를 뛰면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선수 생명에 독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여자 스케이터들의 선수 생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힘겨운 점프 훈련은 부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2~3년 전성기를 보낸 뒤 빙판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유영은 "고난도 점프를 계속 뛰는 선수는 몸이 힘든 것은 물론 선수 생활도 짧아진다. 이건 당연하다고 본다"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고난도 점프를 시도해야 한다.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영은 자신의 꿈인 올림픽을 위해 고난도 점프를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 유영 ⓒ 조영준 기자

올 시즌 유영의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성숙해진 정신력이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실수도 잦았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실수를 하며 6위에 그쳤다. 그때 정말 힘든 기억이 많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당시 영상을 보면서 더 집중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시종일관 당차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유영은 "트리플 악셀과 고난도 점프에 많이 성공해서 피겨계에 러시아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태릉, 조영준 기자/송승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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