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채태인은 배수의 진을 치고 경쟁에 돌입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처음부터 생각을 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그리고 플로리다에 발을 딛는 순간 19년 전 그때가 생각났다.

고교 시절 최고 유망주로 불리며 미국 무대를 밟았던 채태인(38·SK)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베테랑이 돼 다시 플로리다를 밟았다. 채태인은 “2001년 보스턴에 입단할 때 플로리다에 왔었다”고 떠올리면서 “야구로 따지면 당시는 초반이었는데,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러 다시 찾은 플로리다다. 사실 생각하고 온 건 아니었는데 오니까 그런 생각이 나더라. 이걸 어떻게 잘 마무리할까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07년 KBO리그 무대에 선 채태인은 지난해까지 1군 통산 1170경기에 뛴 베테랑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롯데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달랐다. 성적 저하와 세대교체 흐름에 밀렸다. 1군 출전은 59경기가 고작이었다. 성적도 뚝 떨어졌다. 결국 롯데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SK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은 채태인이 공·수 모두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SK는 박정권의 은퇴로 가뜩이나 부족했던 좌타 중장거리 요원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1루 수비가 건재하고, 베테랑의 경험을 갖춘 채태인은 SK에 적합한 선수였다. SK는 2차 드래프트에서 채태인을 지명했고, 채태인은 다시 기회를 얻었다.

프로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곳을 다시 찾은 채태인은 이제 마무리를 생각한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지만, 채태인은 그와 별개로 지난해가 너무 아쉬웠다고 털어놓는다. 이대로 은퇴할 수는 없었다. “2년마다 팀을 옮기니까 새 각오도 매번 똑같은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껄껄 웃는 채태인이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속은 그렇지 않다.

독한 마음을 먹고 가족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채태인은 “작년에 아쉬웠고 이렇게 마무리하기는 싫었다.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아내와 떨어진 시간이 길었고, 아이들과 있는 시간도 줄었다. 한 번만 이해해달라고 했다. 최선을 다해 1년, 1년을 더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돈도, 명예도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마무리가 마지막 소원이다. 

다시 얻은 기회, 경쟁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몸도 좋다. 그래서 그런지 플로리다 캠프에서는 배트가 가볍다. 타격 훈련에서는 베테랑의 관록을 느낄 수 있다. 가볍게 치다가도, 마음먹고 잡아당기면 타구가 담장을 넘긴다. 채태인은 “이지풍 코치님을 다시 만나 기분이 좋다. 이 코치님과 함께 했을 때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지금도 다 관리를 해주신다. 아프지 않고 감독님이 주신 임무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면서 특별한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다.

채태인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왔다”고 했다. 새 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의례적인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이라고도 생각하면서 플로리다에 왔다”고 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채태인의 상황을 이처럼 잘 설명하는 구절은 없다. 주전이 보장되지 않은 만큼 경쟁을 피하지 않는다. 채태인은 “주전이 목표지만, 백업도 할 수 있다. 경쟁을 통해 정해질 것이다. 안 아프고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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