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오른쪽)과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서로를 높게 평가하는 동시에 로테이션 진입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한 자리를 놓고 김광현(32)과 카를로스 마르티네스(29)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덕담을 주고 받았지만, 사실상 승리자는 하나다.

세인트루이스는 13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투·포수가 공식 훈련을 시작했다. 전날까지 개인 훈련을 소화하던 선수들도 있었지만, 모든 투·포수가 유니폼을 입고 합동 훈련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리는 김광현과 마르티네스는 이날 투구를 하지 않았다. 대신 한 조에 묶여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선수들은 농담을 하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훈련 분위기를 띄웠다. 마르티네스는 특유의 흥을 마음껏 발휘했다. 평소에도 액션이 큰 선수로 분류되는 마르티네스는 자신의 실수도 농담으로 받아치며 아담 웨인라이트와 함께 훈련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광현은 언어적인 문제, 그리고 첫 훈련이라는 장벽 등으로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훈련에 임했고, 첫 훈련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몸 상태를 과시하며 다른 선수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선수는 경기 후 서로를 치켜세웠다. 마르티네스는 김광현의 첫 인상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팀 선수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고 웃으면서 “김광현의 투구 영상을 많이 봤다. 그가 우리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는 좌완이 필요했고, 그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새 동료를 반겼다.

김광현도 마르티네스에 대해 “활기찬 친구인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답하면서 “우리 팀에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들이 많다. 여기에 있으면 스페인어도 많이 배울 것 같다”고 웃었다. 경쟁자이기 이전에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경쟁은 경쟁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잭 플라허티, 다코타 허드슨, 마일스 마이콜라스, 아담 웨인라이트까지 네 명의 선수는 로테이션 합류가 유력시된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김광현과 마르티네스가 경쟁한다. 실적으로 보면 마르티네스는 5선발이 아닌, 플라허티와 에이스를 놓고 다퉈야 할 선수다. 다만 어깨 부상으로 지난해 불펜에서 뛰었고, 조던 힉스가 당분간 복귀하지 못할 팀은 ‘마무리투수 마르티네스’도 필요하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선발로 돌아갈 준비가 됐다”고 공언했다. 구단에 압박을 가한 셈이라는 평가가 많다. 존 모젤리악 야구부문 사장 또한 “마르티네스의 몸 상태가 정말 좋다면, 그는 로테이션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40일을 지켜볼 것”이라면서 확답은 하지 않았다. 김광현도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시즌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준비하겠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캠프 내내 화제를 모을 이슈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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