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팀 공식훈련에 참가한 김광현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프로 14년차를 맞이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국제무대 경험도 남부럽지 않게 풍부하다. 그러나 그는 “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디까지나 루키”라고 자세를 낮춘다.

메이저리그(MLB) 무대는 실제로 낯설다. 이제 막 훈련장 분위기를 익히고 있는 김광현은 “여러 가지가 다르다”고 인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13일(한국시간) 열린 팀의 스프링 트레이닝 첫 훈련은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담 웨인라이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조던 힉스라는 쟁쟁한 선수와 한 조에 묶인 김광현은 다소 긴장한 기색으로 훈련장을 향해 뛰어 나갔다.

수비 훈련은 기본적이었다. 투수가 1·3루 베이스 근처에서 뜬공 처리를 하는 것 외에는 한국에서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광현도 “중·고등학교 때부터 많이 했던 훈련이라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고 했다. 문제는 분위기였다. 처음 입는 유니폼, 처음 보는 동료, 처음 보는 훈련 파트너와 훈련은 분명 심리적인 소모가 컸다.

그러나 김광현은 끝까지 미소를 잊지 않으며 첫 날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김광현 스스로가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한 것도 있지만, 동료들과 코치들의 배려도 있었다. 이들은 김광현이 움직일 때마다 박수를 치는 한편, 농담도 곁들이며 김광현의 얼굴을 풀어줬다.

투수 앞 타구 훈련 때는 김광현이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 처리하자 동료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김광현이 실수할 때는 농담이 나왔다. 공을 살짝 떨어뜨린 뒤 다시 잡아 송구를 한 김광현을 향해 코치와 동료들은 “운이 좋았다(lucky)”고 웃음을 유도했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농담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김광현이 편하게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원이었다.

세인트루이스 투수조의 정신적 지주이자, 김광현 옆 라커를 쓰는 아담 웨인라이트는 이날도 김광현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항상 말을 거는 선수인데, 이날은 통역으로 나섰다. 이날 훈련조에는 마르티네스를 비롯해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들이 많았다. 이런 선수들에 익숙한 웨인라이트는 자발적으로 스페인어를 영어로 바꿔 통역에게 전달했다. 사실 김광현도, 통역도 스페인어에는 익숙하지 않다. 웨인라이트의 배려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운 셈이다.

김광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입을 다무는 것보다는, 어색하더라도 조금씩 영어를 하며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간단하게라도 꼭 대답을 하려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뜬공 훈련 때는 다른 동료와 마찬가지로 ‘I got it(내가 잡을게)’라는 콜플레이를 빠짐없이 했다. 웨인라이트는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렸지만(?), 김광현은 꿋꿋하게 큰 소리로 이를 외치며 훈련을 마쳤다.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의 가장 큰 과제는 한국의 문화와 야구 적응이다. 미국으로 간 김광현도 다를 게 없다. ‘실력’으로 인정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믿을 만한 동료’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이틀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꾸준한 소통이 필요한데, 첫 날 훈련은 그 가능성을 또렷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영어공부를 강조한 김광현은 “시즌이 끝날 때면 허물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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