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진들의 큰 관심을 모으는 등 '에이스 대접'을 받은 류현진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더니든(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전 소속팀인 LA 다저스에는 클레이튼 커쇼라는 상징적인 선수가 있었다”

올해 토론토의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33)은 14일(한국시간) 팀의 투·포수 스프링 트레이닝 공식 일정 첫 날에 참가해 땀을 흘렸다. 류현진은 불펜에서 33개의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조율했다. 전력 피칭과 아직은 거리가 있었지만, 패스트볼은 물론 던지는 변화구들을 모두 실험하며 비교적 만족스러운 일과를 마쳤다.

이런 류현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구름 같은 취재진이었다. 토론토 담당기자와 방송국이 모두 모인 것은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한국 취재진들이 류현진을 인터뷰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30명이 훨씬 넘었다. 먼저 질문을 하기로 한 현지 취재진은 류현진을 일찌감치 에이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질문에서 그런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기자는 “다저스에서는 커쇼라는 상징적인 선수가 있었는데 당신이 여기서 에이스가 됐다”고 물었다. 다른 기자는 “작년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는데 오프시즌을 어떻게 준비했나”고 궁금해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아예 대놓고 “에이스의 임무는 무엇이라 생각하나”고 물었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예전 커쇼, 그리고 뉴욕 양키스의 게릿 콜과 같은 대접을 토론토에서 받고 있었던 셈이다.

당연한 기대다. 토론토는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 곳곳에 구멍이 나 크게 고전했다. 한 시즌에 20명 이상의 서로 다른 선발투수를 본 취재진이고, 그 선발투수들이 죄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을 비판한 취재진들이다. 토론토 구단 역사상 투수 최고액인 4년 8000만 달러를 쥐어준 류현진에게 ‘에이스’ 몫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취재진 및 모든 관계자들이 그런 대접을 하고 있었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래틱’의 토론토 담당기자 앤드루 스토텐은 14일 “로이 할러데이 이후 토론토가 가졌던 가장 일관된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잔뜩 드러냈다. 그렇지 못해도 마르코 에스트라다의 전성기 수준은 충분히 도달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할러데이는 토론토 팬들의 전설이다. 1998년 데뷔해 2009년까지 뛰며 토론토에서만 6번이나 올스타에 올랐고 2003년에는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토론토에서만 12년 동안 313경기(선발 287경기)에 나가 148승(76패)을 거뒀다. 토론토는 할러데이가 이적한 이후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고, 현지 언론은 이제 류현진이 그 몫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다만 류현진은 일단 부담감을 최대한 내려놓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에이스’라는 말에 “모든 선수들이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에이스라고 하기는 그렇고, 새로운 팀에 좋은 대우를 받고 왔기 때문에 바로 보여준다기보다는 젊은 선수들과 친해지면서 경기를 재밌게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이쪽에서 에이스라는 점을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사실 류현진은 좋은 투수였지만, 지금껏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의 앞에는 항상 커쇼가 있었고, 때로는 잭 그레인키가, 그리고 지난해에는 워커 뷸러가 있었다. No.3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No.1이다. 계약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은 다하되, 지나친 압박을 스스로에게 주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더니든(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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