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만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 ⓒ 오키나와(일본), 박성윤 기자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박성윤 기자] 새로운 삼성 라이온즈를 그리는 과정은 다양해 보인다. 삼성은 새로운 팀으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허삼영 신임 감독 체제에서 새 출발을 노리고 있다. 팀의 약점이 아닌 강점을 살려 빠르고 정밀한 야구를 지향하고 있다. 다양한 작전 훈련과 수비 훈련으로 기초를 닦고 있으며 2020년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은 다른 콘셉트의 야구를 하는 가운데 감독, 코치진도 다른 지도를 계획하고 실현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도다. 

◆ 감독-코치진의 소통

지난해 삼성의 정규 시즌이 끝나고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허 감독은 새로운 코치들과 함께 지루한 회의 시간을 보냈다. 철저한 상하관계로 선수 생활을 보냈을 코치진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종합하는 일은 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허 감독은 당시 "회의 시간이 길어져도 좋다. 아직 코치진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견을 자꾸 내고 관련 의견을 토대로 코치진들과 토론을 하면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모두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다"고 밝히며 코치진에게 소통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소통이라는 과정으로 감독이 가진 의사 결정권이 축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적극적인 전문가(코치진) 활용으로 팀을 지휘하고 있다. 감독의 독단이 아닌 코치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선수 출신이지만, 프런트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던 그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코치들의 역량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 김용달 타격코치(왼쪽)-허삼영 감독 ⓒ 삼성 라이온즈

소통의 범위는 파격적이다. 선발 타순 구성 결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코치진 의견을 반영한다. 대개 선발 라인업 구성은 감독이 실행하고 결정한다. 코치진의 조언이 있지만, 결정권은 감독이 갖고 있다. 허 감독은 이런 틀을 깨고자 한다. 현재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있는 연습 경기 타순은 타격 코치진 의견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 허 감독은 "시즌에도 이어진다"며 틀을 깨는 행보를 예고했다.

◆ 코치진-선수의 소통

감독과 코치진의 적극적인 소통은 코치진과 선수 소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14일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 셀룰라스타디움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2-5로 졌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연습 경기였다.

경기 후 보기 드문 장면이 더그아웃에서 만들어졌다. 선수들은 모두 벤치에 앉았고 코치진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왔다. 더그아웃 보호 담장을 기준으로 선수와 코치진이 나뉘어 있었다.

이후 코치진 한 명씩 나와 이날 경기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각 분야의 코치진은 이날 경기에 있어서 잘된 점, 부족했던 점들을 세세하게 짚어갔다. 조동찬 코치, 강명구 코치, 박진만 코치는 경기를 보며 선수들이 부족했던 점을 메모해놓고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꽤 꼼꼼하게 적힌 메모를 하나씩 읽어가며 선수들과 함께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박진만 코치는 원바운드 포구,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에서의 주루 등 경기에서 나왔던 장면들을 하나씩 언급하며 선수들에게 경기에서 집중력을 갖고 나서길 요청했다. 야구의 기본적인 플레이를 놓치지 말고 하자는 게 박진만 코치 메시지였다. 선수단은 코치진이 짚었던 대목들을 경청하며 반성회를 가졌다.
▲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 ⓒ 삼성 라이온즈

◆ '원팀(One Team)'을 향하여

코치진의 경기 복기는 최태원 수석 코치의 당부로 마무리됐다. 그는 선수단에 "쉽게 더그아웃을 벗어나지 말자"고 주문했다. 야구는 축구와 달리 경기 중 라커룸 출입이 자유롭다. 더그아웃에 머물며 경기를 지켜보는 선수들도 있지만, 구조상 라커룸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경기 출전 여부를 떠나서 '우리 팀'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게 최 코치의 지적이다. 최 코치는 "야구가 단체 스포츠지만, 개인적인 면이 강하다. 그러나 다 같이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해야 하고, 함께 경기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중 라커룸 출입 최소화를 선수들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선수단 미팅이 끝나고 주장 박해민이 최 코치에게 다가갔다. 올 시즌 삼성 주장을 맡은 박해민은 최 코치와 대화로 앞서 언급한 전달 사항을 확인하고 라커룸 출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 선수단 혼란을 없애기 위한 주장의 노력이었다.


오승환 외 뚜렷한 전력 상승 요인이 없는 삼성은 올 시즌 최약체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날아드는 부정적인 예측에 흔들릴 시간이 없어 보인다. 그들이 가졌던 생각과 야구를 바꾸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모든 것을 바꾸고 있는 삼성은 희극으로 올 시즌을 마칠 수 있을까. 바뀐 과정 이후 따라올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박성윤 삼성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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