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파이어볼러 군단의 미래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서상준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생각하지도 못한 소집이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1군과 함께 훈련할 기회에 들떴다. 서상준(20·SK)은 자신의 이름이 1군 전지훈련 명단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감상은 잠시였다. 곧바로 캠프 일지를 준비했다. 서상준은 “캠프에 올 때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이 메모다. 메모지를 바로 하나 샀다. 매 순간을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면서 “처음이라 잘 모르니 1군 선배님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아침 일찍 나오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공을 던지기 전에 형들이 하는 튜빙이나 공 운동 등도 유심히 본다. 아직 잘 안 되지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웃었다.

자신의 첫 다짐대로 계속 메모를 했다면, 아마 지금쯤은 돈으로 사지 못할 값진 내용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을 것이다. 최소 코칭스태프의 조언만 귀담아 들었어도 근사한 공부 노트가 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코칭스태프들이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염경엽 SK 감독부터 서상준의 잠재력에 푹 빠졌다. 불펜피칭마다 코칭스태프들의 눈이 서상준에 집중된다.

2019년 SK의 2차 7라운드(전체 66순위) 지명을 받은 서상준은 영문고 시절 이미 150㎞를 넘는 공을 던진 파이어볼러다. 3학년 때 부상으로 힘을 쓰지 못한데다 전체적인 완성도의 약점도 있어 지명 순위가 뒤로 밀리기는 했다. 그러나 SK는 193㎝의 건장한 체구가 가진 잠재력에 베팅했다. 당장이 아닌 3~4년 뒤를 내다본 결정이었다. 그리고 SK는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번 베로비치 캠프에서 확인하고 있다.

염경엽 SK 감독은 “조상우(키움)가 데뷔할 당시와 분위기가 흡사하다”고 했다. 건장한 체구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조상우도 신인 때는 제구 등에서 약점이 있었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이제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펜투수로 컸다. 염 감독은 잘 다듬는다면 서상준도 조상우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본다. 이지풍 코치는 “2년차만 비교하면 몸은 서상준이 오히려 조상우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칭찬에 힘을 보탠다.

서상준은 “지난해 공을 던지다가 팔꿈치 뼈가 골절돼 핀을 박았다. 트라우마가 있어서 쉽게 공을 못 던졌다. 그래서 재활이 길어졌다. 많이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보다 몸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느낀다. 보기에는 몸이 건장해 보이는데 하나하나만 보면 약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1년에 10cm 이상 갑자기 크면서 근육이 부족하다. 지금도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군 캠프는 동기부여다. 염 감독은 서상준에게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를 생각하라”고 단단히 일렀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오랜 기간 뛰지 못해 사실상 신인 시즌을 보내는 만큼, 기초부터 착실히 만들라는 주문이다. 서상준도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다. 오히려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기대가 큰 것을 확인했다. 올해 1년보다는 앞으로 10년을 그리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올해 목표도 ‘1군 데뷔’가 아니다. 

서상준은 “어찌 보면 처음으로 1군 코칭스태프님들에게 나를 보여드리는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싶지만, 일단 나라는 존재를 각인하는 캠프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 1군에 갈 실력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주기적으로 메이저투어에 올라가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155㎞를 던질 수 있을까?”는 질문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될 수 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서상준이 SK 강속구 군단에 화룡정점을 찍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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