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임현주 아나운서. 제공|MB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죠. 이런 반응이 우리 사회 분위기를 말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MBC 임현주(35) 아나운서가 연일 화제다. 지난 주 전파를 탄 이른바 '노브라 챌린지' 방송과 임 아나운서의 소회가 주말을 지나 더 주목받으면서다. 무려 4일 간 포털사이트 실검을 장악했다. 제작진은 물론 임 아나운서 본인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지난 13일 첫 방송된 MBC '시리즈M-별의별 인간 연구소'를 통해 '노브라' 챌린지에 동참했다. 임현주 아나운서 외에 두 여성 출연자가 함께했고, 김정현 아나운서를 비롯한 3명의 남성 출연자도 있었다. 여성 출연자들은 브래지어 없는 하루를, 남성 출연자들은 브래지어를 착용한 채 하루를 보냈다.

임 아나운서는 '시리즈M' 방송 다음날인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노브라 데이'의 일상과 생방송 출연 등 생생한 경험담을 고백하며 "신선한 경험이자 발견이었다"고 했다. 오스카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멘트를 인용, "1겹의 속옷을 뛰어 넘으면 훨씬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MBC 임현주 아나운서. 제공|MBC
뒤늦게 인터넷상에서 임 아나운서가 회자됐고, 그는 16일 다시 SNS에 "'브래지어를 안 한다고 누가 뭐라고 했니, 그냥 조용히 혼자 안 하면 되지 왜 했네 안 했네 이야기 하는지, 관종이네’ 하는 댓글들을 보며"라는 글을 남겼다. "노브라 챌린지로 참여한 방송에서 한정된 시간으로 온전히 전하지 못한 후기를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했다"며 "'브래지어를 원하지 않을때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다만 아직까지는 용기가 필요하구나'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결론"을 얻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또다시 인터넷을 달궜다.

화제의 그녀를 만난 건 '시리즈M-별의별 인간 연구소'의 두번째 방송이 준비 중인 MBC 시사교양국의 한 회의실. 연출자 장호기 PD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임현주 아나운서의 표정은 환했다. '노브라'와 함께 쏟아진 악플에 혹시 상처받지 않았을까 염려스러웠지만,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MBC스페셜'에 이은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던 장PD가 사회적으로도 의미있고, 실험적이기도 한 아이템을 녹여 '시리즈M'을 준비하면서 아나운서국 선후배와 함께 해보고 싶은 아이템을 공유한 게 시작이었다.

"단체 대화방에 뜬 내용들 중 '노브라 챌린지'를 보고 솔깃하면서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할래요'도 아니고 '괜찮을 것 같은데' 했는데 나중에 미팅에서 제안을 해주시더라고요. 자극적 영상을 담을 생각이 없고 자연스럽게 담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한번쯤 해보고 싶다 했죠.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들었어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이게 괜찮을까. 동시에 이런 프로그램이 어떤 계기가 될 수 있잖아요. 즐거운 마음이기도 했어요."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듯 임현주 아나운서와 함께 다른 두 명의 여성이 '노브라 챌린지'에 함께했다. 남성 출연자도 3명이 있었다. 그리고 '노브라 챌린지'는 '시리즈M'의 세 코너 중 하나에 불과했다. 덕분에 부담이 덜했다는 임현주 아나운서는 "똑같은 인간으로서 하루를 보냈다. 직업이 아나운서라 저의 하루를 보여드렸을 뿐, 일상을 보낸 분이 더 쉬웠다고 생각은 안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방송 전이지만, 진행하는 '탐나는 TV' 녹화에서 패널 한 분이 그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처음 '노브라' 아이템을 다룰 때 새롭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이미 회자가 됐고 지상파 MBC에서 다룬다는 의미이겠거니 했다고. 그리고 프로그램의 반응까지도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이라고. 우린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반응이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준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죠. 글쓰기는 제 취미이기도 하고요, 저의 하루를 복기하면서 느낀 바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진짜 선택의 문제구나,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되는데 자동으로 손이 가는구나' 했죠.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썼는데 며칠 동안 기사화가 되더라고요."

▲ MBC 임현주 아나운서. 출처|임현주 아나운서 SNS
1985년 생인 임현주 아나운서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 KNN부산경남방송, KBS광주방송, JTBC 아나운서를 거쳐 2013년 MBC 32기로 입사해 지금에 이른, 경력 10년이 넘은 방송인이다. 브런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네티즌,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유튜브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임현주 MBC 아나운서의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는 채널'을 표방하는 '임아나 채널'이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2018년 4월에도 한차례 이슈가 됐다. 당시 뿔테 안경을 쓰고 MBC 아침뉴스 '뉴스투데이' 앵커로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당연한 의문에서 출발했다지만, 그녀의 모습은 여성 앵커는 안경을 쓰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여러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노브라' 이슈와 함께 당시 그녀의 행보가 재차 주목받은 건 당연한 수순. 때문에 임 아나운서가 여성 방송인의 일상의 편견에 도전하는 아이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때도 안경이 화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초창기 신입 아나운서 때는 늘 불안했어요. 아나운서가 되면 행복하고 편안할 줄 알았는데 늘 시달렸어요. 좀 더 젊고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나의 가치를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있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작은 옷에 나의 몸을 맞춰야 하나,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제가 불편했던 것에 의문을 가졌고, 안경도 노브라도 제가 불편함을 느낀 것에서 항상 시작했어요. 이유가 타당하면 하면 되고, 의문이 들면 '안하면 안되나' 했던 거죠.

이번 '노브라 프로젝트'는 브라가 불편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또 노브라를 곱게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관심이 있었기에 즐겁게 했어요. 이런 일들이 화제가 돼 쌓여가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저를 마치 어떤 아이콘으로 보고 '화장도 하지 마' '힐도 신지 마' 하는 댓글도 달리더라고요. 하지만 어떤 틀에 저를 끼워맞추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화장하는 게 좋고요, 힐이 필요하면 신고 운동화가 신고 싶으면 신을 거예요. 강요한다면 억압이죠. 문제가 없다면 선택의 차원이잖아요. 제 선택을 왜 누군가 강요하나요."

▲ MBC 임현주 아나운서. 제공|MBC
자신의 글이나 뉴스에 달린 댓글로 혹여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댓글이나 반응을 모두 살펴봤다는 임현주 아나운서는 "많은 분들이 '괜찮냐'며 걱정해 주셨다. 상처받지 않았다"며 되려 웃음을 지어보였다. 들을 여지가 있는 이야기들은 귀담아 듣지만, 자초지종 따지지 않은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상처받을 일은 없다고,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노브라 챌린지'에 나선) 명확한 계기가 있었고, 방송의 경험을 공유한 것 뿐인데,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댓글들을 다 봤어요. '이 유튜버 신고하라'면서 DM도 오더라고요. 앞뒤 맥락을 다 자르고 '관심 끌려고 노브라로 생방송했다'는데, 사실도 아니고 그런 일로 상처받지 않으려고요. 객관성이 결여된 이야기가 화가 나긴 해요. 저는 괜찮지만,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고 또 실제 상처입은 분이 있었고. (악플러를) 고소하라는 분도 있었어요. 고민 안한 건 아니지만 괜한 논란이 될 것 같고, 큰 차원에서는 또 해야 할 것도 같고. 저 혼자 생각만 했어요."

임현주 아나운서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의미있는 반응을 얻었다며 긍정적인 의미를 짚었다. 무엇보다 '노브라 챌린지'를 통해서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던 불편함을 몰랐던 남성들도 관심을 갖고 이해하게 됐다는 점이 기쁘다고. 임 아나운서는 "(노브라 챌린지를 하며) 저도 망설이는 지점이 있었는데 여러 연락을 받으며 용기를 얻었다"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미 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동시에 여성들로부터도 이번 기회에 편견을 깼다는 반응을 여럿 접했다"고 뿌듯해 했다. 

그는 "저희 아빠도 그렇게 힘든지 몰랐다 하시더라"고 웃으며 "선택의 문제가 자연스러워졌으면 좋겠다. 여성뿐 아니라 모두가"라고 강조했다. 또 "방송에서 전달을 잘 하는 것이 아나운서의 기본 자질이지만 주어진 것만을 딱딱 하는 것은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고, 방송인도 좋아하는 바를 찾아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세상과 소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편견을 깨겠다고 의도했다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 관심이 있는 데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자연스러운 삶을 꿈꿨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가는 것 같고요. 스스로 2030 저보다 어린 친구와 저보다 윗세대 사이 연결지점에 있다고 많이 느낍니다. 20대 친구들은 제 취업영상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도 하고요. 제 경험을 공유하고, 또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거죠. 아나운서란 목소리를 내는 직업이고, 그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있다 생각하는 것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여성의 문제도 당연히 그 중 하나고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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