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생충' 포스터. 출처|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때아닌 '기생충' 표절 논란이 인터넷을 달궜습니다. 인도의 영화 제작자가 '기생충'이 20여 년 전 발리우드 영화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이 주장은 인도 매체를 중심으로 '기생충'이 지난 9일(한국시간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직후부터 흘러나왔습니다. 10일 몇몇 관객이 SNS를 통해 '기생충'을 보다가 '민사라 칸나(Minsara Kanna)'라는 인도 영화가 생각났다며 유사성을 언급한 게 발단입니다.

현지에서 10일부터 뉴스가 솔솔 나왔고, '민사라 칸나'의 제작진까지 나섰습니다. 더 뉴스 미니트라고 알려진 인도 매체는 '민사라 칸나' 프로듀서 PL 테나판이 "'기생충'이 우리 플롯을 가져갔다"며 "국제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소장을 제출할 것"이라는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들(한국영화계) 영화가 일부 우리 영화에 영감을 줬다며 고소했는데, 마찬가지로 우리도 똑같이 하는 게 공평하다"고 밝혔다고도 하네요. 따져보면 수위가 상당한 발언이라, 한국 매체까지 이를 인용 보도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CJ엔터테인먼트는 확인을 요청하자 "인도 제작사에서 공식적으로 접수된 사항이 없다. 의혹 제기도 우리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래저래 핫해진 인도영화 '민사라 칸나(Minsara Kanna)'를 찾아봤습니다. 영어 자막이 달린 유튜브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게시된 지 3년 된 영화는 유튜브 조회수가 18일 100만을 넘겼는데, 이날 하루만 10만뷰 가까이 조회수가 뛰었습니다. 

1999년 개봉한 '민사라 칸나'는 부유한 남자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신분을 속이고 부잣집 경호원으로 위장 취업하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남자주인공의 가족도 각기 신분을 감추고 하인과 요리사로 취업해 조력자로 나서는데, 그는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여주인공의 언니로부터 허락을 얻어 사랑을 얻게 됩니다. 알려졌다시피 '기생충'은 백수가족 기택네 아들이 부잣집 박사장네 과외교사로 들어간 뒤, 온가족이 뒤따라 위장취업 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느 대목을 두고 '민사라 칸나' 측이 표절을 운운한 건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설정 하나 두고 '표절'이라뇨. 언어가 달라 이해가 쉽지는 않지만 직접 살펴본 '민사라 칸나'는 줄거리며 표현방식, 주제의식이 '기생충'과 확연히 다릅니다. 코미디와 액션, 로맨스에 노래와 군무가 어우러진 발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 '마살라 영화'의 특색이 확연합니다. 완성도 비교는 둘째 치고, 닮은 곳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도 현지에서도 황당한 주장에 대한 냉소적 반응이 상당합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세계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이후 전세계가 야단입니다. 흐뭇하고 기쁜 가운데서도 '기생충'을 둘러싼 영화같은 현실을 실감케 됩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수상소감이 '기생충'이란 성취와 대기업 자본의 관계를 곱씹게 하더니 기막히는 블랙코미디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보다 먼저 미국에서 돌아온 '기생충' 배우-스태프 금의환향해 소감을 밝히려는데 웬 개가 계속 짖어대던 순간은 봉준호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아카데미 수상 다음날 들려온 봉준호 생가 터 복원과 동상 건립 공약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기생충'을 보지는 못했다는 인도영화 감독님이 "사람들 얘기를 들었는데, 오스카 상을 탈 이야기를 20년 전에 내가 했다니 기쁘다"시니, 이 얘길 진지하게 적어야 하나 회의가 몰려옵니다. 

차라리 더 설득력 있는 건 '기생충'에 영향을 미친 작품이라며 농담조로 회자되던 김수정 화백의 '아기공룡 둘리'입니다. 곱씹을수록 '기생충' 집단 이야기가 절묘합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장르도 유머와 스릴러, 공포까지 뒤섞인 희비극 블랙코미디를 아우릅니다. 둘리에 이어 살길 찾던 절친 외계인 도우너, 타조 또치까지 연달아 길동씨 집에 슬그머니 빌붙어 같이 사는데, 그걸로 모자라 '선'을 마구 넘습니다. 나쁜놈인가 싶던 집주인 고길동에겐 절로 '리스펙'을 외치게 됩니다. 심지어 고길동씨가 둘리를 두고 "기생충 회충 요충"이라고 합니다. 둘리도 "으으 기생충"하고 곱씹는다니까요. 적어도 이쯤은 돼야죠~.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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