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메오네vs클롭(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확실한 전술적 색채를 가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리버풀이 만났다.

아틀레티코와 리버풀은 19일(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메트로폴리타노에서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 모두 조별 리그는 쉽지 않았다. 아틀레티코는 D조에서 3승 1무 2패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5차전까지 바이엘레버쿠젠(독일)에 근소한 2위를 달리다가 최종전에서 16강행을 확정했다. 리버풀도 조별 리그 1차전에서 나폴리에 0-2로 덜미를 잡히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5차전에서도 나폴리와 1-1로 비겼고 최종전에서야 조 1위를 확정했다.

약 9년과 4년 반. 아틀레티코에서 디에고 시메오네가, 또 리버풀에서 위르겐 클롭이 보낸 대략적인 시간이다. 이제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오른 두 감독은 자신의 뜻대로 만든 팀을 이끌고 맞대결을 펼친다.



◆ 완성된 팀 리버풀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직선적이면서도 적극적인 팀으로 키워냈다. 조르지뇨 베이날둠, 조던 헨더슨, 파비뉴, 나비 케이타,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제임스 밀너 등 중원에 배치되는 선수들을 보면 그 전술적 색을 가늠할 수 있다. 기술적인 능력도 갖추긴 했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세컨드볼 싸움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팀이다. 세밀하진 않지만 적극성으로 상대를 몰아친다.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 역시 빠른 발과 탁월한 개인 능력으로 상대를 공략한다. 위협적인 위치로 우선 공을 투입하고, 차단되더라도 세컨드볼을 되찾아 다시 공격으로 연결하는 것이 리버풀의 장점이다.

리버풀의 공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양쪽 풀백의 공격 역량이다. 앤디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는 날카로운 킥으로 많은 도움을 올린다. 위협적으로 연결되는 크로스는 상대 수비의 실수를 유발하고 이것이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에 '그림자'로 여겨졌던 수비 불안도 해결했다. 페어질 판 데이크의 합류로 수비진 전체가 안정감을 찾은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판 데이크는 제공권, 대인 마크 등 개인 능력에서도 높은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수비진 전체를 리드하는 능력으로 팀 수비 전체를 빠르게 안정시켰다.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조엘 마팁, 조 고메즈 등도 판 데이크와 함께라면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낸다. 

여기에 클롭 감독 역시 거의 90분 내내 끊임없이 압박하던 '게겐프레싱' 전술도 수정했다. 리드를 잡고 있거나 시간이 있을 때는 무리하게 압박을 시도하는 대신 완급을 조절한다. 체력을 안배한 덕분에 중요한 순간에 오히려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버풀이 이미 완성된 팀이란 것은 2018-19시즌부터 성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2018-19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승점 97점을 따냈다. 맨체스터시티의 엄청난 페이스가 없었다면 우승이 충분히 가능했을 성적이다. 2019-20시즌엔 리그에서 25승 1무로 무패 행진하고 있다.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경기 내용도 리버풀의 저력을 입증한다. 리버풀은 토트넘을 상대로 이른 선제골을 얻은 뒤에, 수비적이지만 단단한 경기 운영으로 2-0 완승을 따내기도 했다.

단순히 공격적인 팀이라고 설명하기에 리버풀은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나다. 클롭 감독의 색에 맞게 영입된 백업 멤버들까지 팀에 적절히 녹아들었다.

▲ 살라와 마네(왼쪽부터)

◆ 과도기, 고민을 안은 아틀레티코

아틀레티코는 시메오네 감독과 함께 라리가 3강으로 성장했다. 두 줄 수비를 세우는 4-4-2 포메이션으로 라리가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좁은 수비 간격과 공을 빼앗자마자 전개되는 역습은 어느 팀이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013-14시즌과 2015-16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은 아틀레티코의 저력을 입증한다.

하지만 아틀레티코는 최근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수동적인 경기 운영으론 우승을 노리는 것엔 한계가 있었고, 시메오네 감독과 성공 시대를 열었던 선수들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틀레티코는 4-4-2 포메이션을 유지했지만, 필요한 경우엔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최근 고민은 공격력에 있다. 아틀레티코는 2019-20시즌 24경기에서 25득점만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점유율을 높이면서 세밀하게 공격을 전개하는 것엔 한계가 뚜렷하다. 

공격진 구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문제다. 알바로 모라타, 비톨로, 토마 르마, 앙헬 코레아 등은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디에고 코스타, 주앙 펠릭스는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시메오네 감독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여전히 단단한 수비의 힘을 믿고 있다.

▲ 큰 맘 먹고 영입한 주앙 펠릭스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 경기는 어떻게 풀릴까

두 팀 모두 '뛰는 것'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팀이다. 하지만 주로 싸움을 거는 위치는 다르다. 리버풀은 공격적인 위치에 공을 때려넣고 떨어지는 공에 집중력을 높인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간격을 유지한 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상대 공격수들을 두 줄로 세운 수비 라인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종합해보자면 아틀레티코의 진영에서 공이 돌 가능성이 높고, 세컨드볼 싸움에서 이긴 쪽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일단 무게감은 리버풀 쪽에 실린다. 각 팀 11명이 모두 성실하게, 또 강하게 맞붙는 팀이라면 국지전에서 승패가 경기의 승패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1대1 싸움에서 앞서는 쪽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 리버풀이 자랑하는 스리톱의 확실한 우세가 예상된다. 반면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은 활동량이 많긴 하지만 리버풀 선수들을 1대1 상황에서 제압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리버풀의 우세를 예상하지만 승패는 작은 곳에서 갈릴 수 있다. 세트피스, 퇴장, 실수 등 다양한 것들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오래도록 공을 들여 만든 팀들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법이고, 그럴 때일수록 작은 요소가 결과의 차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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