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뉴욕 양키스 외야수 애런 저지(28·미국)는 2017년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패한 뒤 “당신 대신 받을 만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는 축하 겸 승복 쪽지글을 남겼다. 당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MVP까지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2루수 호세 알투베(30·베네수엘라)를 향한 격찬이었다.

그러나 약 2년여가 흐른 지난달, 저지는 해당 게시글을 곧바로 삭제했다. 휴스턴이 2017년 가을야구에서 전자기기를 활용한 불법적인 사인 훔치기로 우승을 따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였다. 양키스는 당시 휴스턴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패하기도 했다.

스프링캠프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도 저지의 분노는 아직 풀리지 않은 모습이다.

저지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들(휴스턴)을 향한 존경이 컸다. 그런데 이는 스스로 성취한 것이 아니라 속임수를 써서 얻어낸 것이었다. 이제 (휴스턴의) 그 자리는 더 이상 같은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휴스턴을 비판했다.

2017년 저지는 타율 0.284 52홈런 114타점을, 알투베는 타율 0.346 24홈런 81타점을 기록했고, 둘은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맞닥뜨렸다. 기록상으로는 저지가 앞섰지만, 승리는 알투베의 몫이었다. 1위표 27개, 2위표 3개를 받아 1위표 2개, 2위표 27개, 3위표 1개를 얻은 저지를 제쳤다.

▲ 휴스턴 호세 알투베.
그러나 당시 알투베의 업적 뒤에는 불법적인 사인 훔치기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저지를 향해 돌아서고 있다. 불을 지핀 이는 LA 다저스 외야수 코디 벨린저(25·미국)였다. 최근 스프링캠프 현장 인터뷰에서 “알투베가 저지의 MVP를 도둑질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힐난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당사자인 저지는 “나도 벨린저의 의견을 대부분 동의한다. 벨린저는 자신의 속마음을 밝혔다”면서 “나는 사실 알투베가 MVP를 훔쳤는지를 깊게 파고들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일은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꽤 화가 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어찌 됐든 그들은 더 많이 출루했고, 더 많은 안타를 쳤다. 이는 분명 게임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사인 훔치기가 게임의 결과와는 상관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일부 휴스턴 선수들을 조준했다.

또한 이번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징계 수위가 약하다고 비판한 저지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 뒤 기자회견을 마쳤다.

“너희들은 속임수를 쓴 것뿐이다. 자격이 있어서 얻어낸 것이 아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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