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에 나선 '기생충' 봉준호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배우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오스카 4관왕의 새 역사를 쓴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 '로컬'이라 언급했던 데 대해 "처음 캠페인 하는 와중에 도발씩이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봉준호 감독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의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0일(현지시간 9일)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전세계에 반향을 일으킨 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공식 행사다.

6개월 가까이 미국 곳곳을 오가며 '아카데미 시상식'을 염두에 둔 캠페인을 해냈던 봉준호 감독은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 모두 오스카 캠페인을 열심히 한다. 저희가 처한 상황은, 톰 퀸 대표가 저와 오래 함께했지만 북미배급사 NEON이 중소배급사고 생긴 지 얼마 안 되기도 했다. 거대 배급사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봉준호 감독은 "그 말인즉슨 저와 강호 선배가 코피를 흘일 일이 많았다는 거다. 실제로 (송강호가)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열정이 필요했다. 인터뷰가 600개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개 이상 했다"면서 "다른 곳이 물량공세라면 저희는 아이디어와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며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한때는 그런 생각도 했다. 저뿐 아니라 노아 바움벡, 토드 필립스, 타란티노 감독 등을 보며 바쁜 창작자들이 왜이렇게 시간을 들여 캠페인을 하고 스튜디오는 예산을 쓰나 낯설고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며 "반대로는 이 정도로 밀도있고 깊이있게 작품들을 검증하는구나 했다"고 짚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참여했고 어떻게 만들었고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 진지하게 검증해보는 과정일 수 있겠더라. 그 5~6개월의 과정이. 그것이 아카데미라는 피날레로 장식하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과 내내 함께한 송강호는 "저는 미국에 처음 갈 때, 어떻게 보면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라 아무 생각 없이 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6개월을 최고의 예술가들과 함께 호흡하고 만나 이야기하고 작품도 보고 하다보니까"라며 "미국에서도 얘기한 적 있지만 내가 아니라 그분들,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지 않았나 한다. 상을 받기 위해 이 과정을 한다기보다 세계 영화인과 호흡하고 소통과 공감을 할 수 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제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다"라고 털어놨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에 앞서 현지 인터뷰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로컬'(local, 지역적)이라고 언급해 화제가 된 데 "혹시 계획적인 도발이었냐" 질문이 나오자 답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처음 캠페인 하는 와중에 도발씩이나 하겠나"고 너스레를 떨며 "영화제 성격에 대한 질문이었다. 칸과 베니스는 국제영화제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 아니겠나 하다가 쓱 나온 말이다. 미국 젊은 분들이 트위터에 많이 쓰셨나보다. 전락을 갖고 한 말은 아니고 대화 중에 나온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과 곽신애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참석했다. 40여 해외 매체를 비롯한 250개 매체 500여 취재진이 함께했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올라 전세계에 한국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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