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브피칭에서 김광현의 공을 직접 쳐본 몰리나는 구위와 커브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야디어 몰리나(38·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포수 중 하나다.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적 지주이자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이기도 하다.

2004년 MLB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무려 1983경기에 나갔으니 그 자체로도 대단한 선수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통산 타율이 0.282에 이르고, 무엇보다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포수로 공인되고 있다. 2008년을 시작으로 포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만 9번이다.

MLB에서 오랜 기간 뛴 만큼 수많은 대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거나, 혹은 타석에서 싸워봤다. 감독 이상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적어도 첫 인상은 강렬했는 듯하다.

몰리나는 19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김광현의 라이브피칭에 ‘파트너’로 나섰다. 폴 골드슈미트, 맷 카펜터라는 또 다른 베테랑들과 한 조를 이룬 몰리나는 김광현을 상대로 세 차례 타석에 나섰다. 몰리나는 김광현의 공을 유심히 지켜보는 한편, 스트라이크가 될 만한 공은 적극적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다.

대부분 배트가 늦어 파울 지역으로 날아갔다. 경기장으로 따지면 1루 더그아웃으로 날아가는 타구가 있었는데 동료들이 소리를 지르며 주위 사람들에게 공을 피할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뒤에서 몰리나의 타격을 지켜보던 아담 웨인라이트, 카펜터 등은 몰리나의 스윙이 늦다며 장난식으로 핀잔을 주기도 했다. 

물론 아직 타자들의 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결과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몰리나는 자신이 공을 받아야 하는 투수의 구위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자신의 차례가 아닐 때는 배팅게이지에서 잠시 떨어져 취재진과 간단한 담소를 나누기도 한 몰리나는 “구위와 무브먼트 모두 좋다. 5가지 구종을 던지는 것 같은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이날 패스트볼·슬라이더·투심·커브를 모두 던졌다.

몰리나는 김광현의 공을 받아본 적이 있지만 익숙하지는 않다. 그는 이날 김광현 피칭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잘 던졌다”고 웃으면서 “커브가 어려웠다”고 했다. 커브는 김광현이 구종 다변화를 위해 몇 년 전부터 공을 들였던 구종이다. 이제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꽤 늘어나 카운트를 잡는 용도로 빈도를 높여가고 있다. 몰리나의 머릿속에서 그런 구상이 세워졌을 법하다.

좌타자로 역시 김광현의 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베테랑 맷 카펜터 역시 “이날 피칭이 좋았다”고 총평하면서 “디셉션(투구시 공을 숨겨 나오는 동작)이 까다롭고 투구 동작이 빨랐으며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높은 쪽 공도 있었지만 좌타자에게는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가 될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드러냈다. 김광현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라이브피칭이었다고 하지만, 일단 세인트루이스 베테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날이었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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