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SK는 전화위복과 침체기 시작의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SK 새 주장 최정(33)은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0월 1일을 뽑는다. 이날은 SK의 정규시즌 우승이 최종적으로 좌절된 날이었다.

이날 두산은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경기에서 6-5,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SK를 상대전적에서 제치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날이었던 반면, SK 선수들에게는 최악의 날이었다. 최정은 “선수들끼리 사정이 있어 TV로 시청하지는 못하고, 다들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었다. NC가 이기는 줄 알았는데…”고 떠올렸다. 

그 다음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SK의 비극적인 시즌 마무리였다.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던 SK는 후반기부터 부진에 빠졌고, 결국 넉넉하게 보였던 경기차를 모두 반납한 채 2위로 주저앉았다. 이 무거운 분위기는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3전 전패로 무너지며 충격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팀 전체가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리더십은 도마 위에 올랐고, 선수들은 이 비극의 아픔을 공유해야 했다. 

사실 반년 이상 뭔가 계속 기운만 빠지는 SK다. 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고, 포스트시즌에서 허무하게 물러났으며, 김광현과 앙헬 산체스가 이적했고, 이렇다 할 전력 보강도 없었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팀의 ‘바이오리듬’이 계속 내리막만 걷고 있는 셈이다. 올해 전지훈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지난해 기분이 그대로 이어지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한 추락이다.

반성이 먼저다. 염경엽 SK 감독부터가 많은 것을 돌아봤다고 털어놓는다. 염 감독은 “지난해 1위를 지키지 못한 것은 오롯이 감독의 책임이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누구도 핑계를 대지 않았다. 내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화살을 자신에게 돌렸다. 선수들도 “나 때문에 놓친 1승이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자책하곤 한다. 돌이킬 수는 없다. 이제는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다행히 밴드를 붙였던 상처 부위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한다. 상처는 여전히 있지만, 새 살이 돋아나는 것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최정은 “지난해 일은 지나갔다”고 이야기한다. 새 시즌이 시작되면 모든 팀들은 다시 똑같은 위치에서 레이스를 시작한다. SK 선수들은 “잊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올해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분위기도 읽힌다. 구단에서는 “꼭 지난해 실패로 그런 게 아니라, 팀 분위기를 한 번 바꿀 때가 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주축 선수들의 성적은 매년 널뛰기였다. 뭔가 자신의 것들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야구가 부족했다는 자기반성이 곳곳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럴까. 현장 관계자들은 “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선수들의 오프시즌 준비가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2019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그런 모자란 부분까지 바꿀 수 있었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팀에서 근본적인 것을 바꾸기 쉽지 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면 충격적인 실패를 겪은 직후, 즉 올해가 무엇을 시도하고 변화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패 속에서 얻는 것,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한다면 팀 침체기는 길어질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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