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르트문트의 환호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이름값이 떨어졌던 도르트문트는 팀으로 싸우며 경기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파리생제르맹은 뛰어난 선수들은 돋보였지만 팀의 파괴력은 떨어졌다.

도르트문트는 19일(이하 한국 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파리생제르맹(PSG)을 2-1로 꺾었다.

챔피언스리그는 '이변'이랄 게 없을 만큼 강한 팀들만 모이는 무대다. 하지만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라는 최고의 공격수를 보유한 PSG의 전력적 우세가 예상됐다. 앙헬 디 마리아, 마르코 베라티, 치아구 실바와 마르키뉴스 등 다른 선수들의 이름값도 높았다. 전술가로 알려진 토마스 투헬 감독의 역량이 더해져 공격적인 색채를 한껏 살릴 것으로 예상됐다.

도르트문트는 이름값에선 PSG에 미치지 못하지만 능력 있는 선수들이 두루 포진했다. 제이든 산초, 엘링 홀란드, 토르강 아자르 유럽이 주목하는 신예들이 스리톱으로 나섰다. 윙백인 아쉬라프 하키미와 하파엘 게헤이루는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며 공격에 가담해 공격수 못지 않은 화력을 자랑한다. 수비는 경험이 풍부한 마츠 훔멜스가 중심을 잡고 중원의 핵 악셀 비첼도 경험이 풍부하다.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양상은 예상과 달랐다. 점유율에서 48-52로 도르트문트가 근소하게 뒤졌지만, 슈팅에선 12-9로 오히려 앞섰다. 통계상으로도 비등했지만 경기 내용에선 분명히 도르트문트가 웃을 만했다.



◆ 촘촘하게 쌓은 도르트문트의 수비

도르트문트의 힘은 수비였다. 일단 젊은 선수가 많은 만큼 활동량이 많다. 도르트문트는 109.8km를 뛴 반면, PSG는 104.9km를 뛰었다. 여러 명이 간격을 유지하며 협력 수비했다. 공격을 시도하다가 공을 빼앗겼을 때도 즉시 재압박하면서 PSG의 역습 속도를 늦췄다. 

토마 뫼니에도 도르트문트의 역동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정말 치열한 경기였다. 새해가 시작되고 PSG가 거의 15경기를 뛰었단 걸 기억해야 한다. 도르트문트는 그 절반도 뛰지 않았다. 도르트문트가 많은 에너지와 생기를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도르트문트가 정말 좋은 팀이란 걸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직력에서도 도르트문트가 좋았다. 도르트문트는 3-4-2-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수비-미드필더 두 줄을 유지해 공간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수비했다. 개인기가 뛰어난 PSG의 공격수들을 조직을 갖춰 상대했다. 루시앵 파브르 감독은 "(승리의) 열쇠는 수비를 잘한 것이다. 영리하게 수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홀란드는 팀과 어우러져 수비를 아주 잘했다. 이것이 또한 우리를 도왔다. 우리는 수비적으로 잘 조직됐다"고 평가했다.

중원에서 살림꾼 몫을 톡톡이 한 엠레 찬도 "완벽한 경기란 없다. 하지만 정말 잘했다. 아주 수비를 잘해냈다. 어떻게 수비하는지를 알고 있단 것을 증명했다. PSG는 1,2번의 찬스만 있었다. PSG 같은 팀을 상대로 쉽게 얻을 수 없는 결과"라며 자평했다.

▲ 네이마르 골에 환호하는 PSG

◆ PSG의 문제, 스리톱과 괴리된 후방

투헬 감독은 자주 활용했던 4-2-2-2 대신 도르트문트와 같은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세운 네이마르-음바페-디 마리아는 모두 빠른 발과 기술을 갖췄다. 원정 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 수비수 3명을 배치해 안정감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앞세워 도르트문트를 공략하려는 의도였을 터다.

노림수는 잘 통하지 않았다. PSG의 스리톱과 나머지 선수들이 분리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도르트문트 수비 블록을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이마르, 음바페, 디 마리아는 순간순간 번뜩였지만, 혼자서 도르트문트의 수비를 모두 뚫을 순 없었다. 

투헬 감독은 이를 포메이션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선수들이 포메이션과 관계없이 '해야 할 임무'를 잘해내지 못한 것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전술(3-4-2-1)이 공격할 수 있는 형태와 높은 지역에서 경기 통제권을 줄 수 있다. 결과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수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다른 팀들도 도르트문트 원정에선 패한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경기한 방식이 문제다. 후회는 없다. 경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했고 책임도 내가 진다. 어떤 누구도 다른 시스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격이 풀리지 않자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잡지 못했다. 치열한 경기가 된 것은 도르트문트의 수비가 좋았고, 동시에 PSG의 공격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헬 감독은 "공격에서 인내심과 타이밍이 부족했다. 의도했던 것보다 압박에 잘 대처하지 못했고, 충분한 점유율도 잡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 같은 3-4-2-1 공격 전개가 달랐던 이유

PSG와 도르트문트는 포메이션상 3-4-2-1로 같은 카드를 꺼냈다. 도르트문트가 침착하게, 그리고 유기적으로 활로를 연 반면, PSG의 공격 전개는 답답했다. 

숙련도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도르트문트의 경우 과감한 위치 변화를 시도해 공간을 만들었다. 미드필더들이 측면으로 빠지거나, 측면 수비수들은 전방이나 중앙으로 움직였다. 포메이션대로 자리를 지키고 서서는 공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과감한 위치 변화와 함께 공간을 확보하면서 전진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후반 24분 홀란드의 첫 득점 장면이다. 중앙에서 홀란드의 리턴패스를 받는 선수는 왼쪽 수비수 게헤이루였다. 게헤이루는 오른쪽 측면의 아쉬라프 하키미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재차 크로스를 받는다. 게헤이루가 중앙에서 공격에 가담한 슈팅이 홀란드의 골로 연결됐다. 게헤이루가 빠져 나간 공간엔 비첼과 찬이 채우고 있다.

▲ 상황에 맞춰 위치 변경이 많았던 도르트문트

반면 PSG는 스리백과 중원에 배치된 베라티-이드리사 게예 5명이 후방에 머무르고, 스리톱과 함께 윙백들이 전진하는 형태였다. 간격을 좁혀 선 도르트문트를 흔들기엔 움직임이 부족했다.  역습에 대비하느라 과감한 움직임이 부족했다. 투헬 감독은 "(선수들이) 약간 겁을 먹고 뛰었다고 느낀다. 실수를 저지를까봐 두려워했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소극적으로 경기를 치른 것이 문제였다고 짚었다.

▲ 도르트문트의 수비 조직 바깥에 머무른 PSG

공격진과 나머지 선수들이 분리되는 상황에서 PSG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네이마르나 음바페가 후방까지 내려와 돌파로 틈을 만든 뒤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을 취했다. 결국 개인기에 의존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골문까지 거리가 지나치게 먼 데다가, 공격 형태가 단순해 좁은 간격을 유지한 도르트문트의 수비에 번번이 차단됐다. 후반 30분 음바페의 단독 돌파에서 시작해 네이마르의 동점 골까지 연결되는 장면이 PSG가 보여준 대표적인 공격 전개 방식이었다. 이것이 투헬 감독이 "포메이션이 아닌 경기 방식이 문제"라고 짚은 이유가 아닐까.

PSG가 네이마르, 음바페의 화려한 개인기에 의존하는 팀은 아니다. 두 슈퍼스타의 개인 능력 활용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공격수들과 측면 수비수들을 적절히 활용해 공격 방식을 다변화한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기엔 이번 경기에선 완성도가 부족했다. 더구나 도르트문트의 개개인 기량 역시 개인 기량만으로 해결하기엔 만만치 않았다. 

투헬 감독은 어떤 해결책을 들고 나올까. 오는 2차전에선 베라티와 뫼니에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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