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로비치에서 1차 캠프를 진행 중인 SK는 25일까지 훈련을 한 뒤 애리조나 투산에 2차 캠프를 차린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에이스 카드 두 장을 한꺼번에 잃었다. 뚜렷한 전력 보강 요소는 없었다. 그래도 야구는 해야 한다. 돌려 생각하면 그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뼈아픈 실패를 겪은 SK가 다시 뛴다. 

SK는 1일(한국시간)부터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무거웠던 분위기를 떨친 채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마운드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돋보이고, 야수진에서는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SK는 분명히 앞으로 움직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번 캠프는 ‘투 트랙’ 캠프라 볼거리가 더 많다. 대다수 선수들은 시즌에 대비하지만, 올해가 아닌 2~3년 뒤를 내다보고 키우려는 젊은 선수들을 꽤 많이 데리고 온 것은 특이사항이다. 여기에 퓨처스팀(2군)이 11일 베로비치에 합류함에 따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멀리 미국에 떨어져 있는 팀이 궁금한 팬들이 기자의 트위터와 이메일을 통해 물었다. 현장에서 SK 코칭스태프들의 말을 종합해 답했다.

Q) 마운드 보직 결정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5선발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누구인가요?

김광현이 베로비치가 아닌 주피터에서 캠프를 진행함에 따라 선발 한 명이 더 필요해졌다. 김태훈의 활용 방안을 놓고 꽤 오랜 기간 코칭스태프 내 논의가 있었다. 현재 구단 내에서 선발로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인 만큼 선발 전환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불펜에서 잘 던지고 있었던 만큼 확실한 필승조로 남기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단 결론은 선발 전환이다. 지난해와는 분명히 다른 루틴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훈이 정상적인 상태라면 5선발 기회를 먼저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구단은 선발 전환 첫 해인 김태훈이 무리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설사 잘 던진다고 해도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3~4번 던지면 엔트리에서 빼 열흘 정도 쉴 시간을 준다는 대략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다. 2018년 김광현의 패턴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김태훈과 5선발을 경쟁하고, 혹은 김태훈의 휴식 시간 때 1군에 올라와 선발로 던질 투수가 필요하다. 구단에서는 1년 전체를 보고 이원준 김주한 백승건 오원석을 대기시키고 있다. 우완 하나, 사이드암 하나, 김태훈을 포함하면 좌완 셋이다. 나머지 선발 네 명이 모두 우완이기 때문에 좌완의 전략적 가치가 높을 수 있다. 5명의 선수 중 3~4명은 올해 한 차례 이상 선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 닉 킹엄은 올 시즌 SK의 외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와이번스

Q)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 코칭스태프 평가는 어떤가요?

닉 킹엄의 영입은 SK로서는 다소 행운이 따른 사안이었다. 다른 외국인 선수를 보고 있다가 킹엄이 시장에 풀리자 곧바로 접촉해 사인을 받아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꾸준히 정보가 쌓였던 선수다. 장신이라 기본적으로 타점이 높고, 폼도 와일드해 타이밍을 맞추기 까다롭다는 평가가 많다. 여러 가지 변화구를 던지는데 다 기본이 된다. 포피치 투수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킹엄이 상수라면 리카르도 핀토는 다소간 변수다. 잘 되면 대박이지만, 안 될 경우도 생각을 해야 하는 투수라는 평가도 있다. 기본적인 패스트볼 구위는 아주 좋다. 똑바로 오는 패스트볼이 없다고 보면 된다. 다 투심성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다. 우타자 몸쪽 승부를 즐겨하는 투수인데, KBO리그에는 이런 유형의 투수가 많지 않아 꽤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아쉬운데 체인지업이 관건이다. 혹은 앙헬 산체스처럼 새 구종을 배울 수도 있다. 

Q) 새롭게 구성된 주장진은 어떻게 결정됐나요?

2년 연속 주장을 했던 이재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른 주장감을 찾았고 처음에는 최정 한동민이 물망에 올랐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나이나 팀 내 위치로나 주장으로 적합한 선수였다. 팀 성적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던 최정이 주장직 제의를 수락했고, 자연히 한동민은 야수 조장으로 임명됐다. 구단은 어차피 최정을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장 기간 중 보여줄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야수 조장인 한동민은 “야수 조장이 할 일은 사실 많지 않다”고 말하지만,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주장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한동민도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로 차기 주장 코스를 밟는다는 시선이 많다. 투수 조장은 정영일이 맡는다. 역시 리더 기질이 있는 선수로 김광현이 빠져 나간 자리를 메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Q) 백업 포수는 누가 될까요?

염경엽 감독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엔트리에 포수 두 명을 넣는다. 이재원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볼 때, 나머지 한 자리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누구 하나가 확실히 낫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더 그렇다. 전경원은 체격과 태도, 수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은 미래를 본 자원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이홍구 이현석 대결의 승자가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홍구의 실전 감각이 변수가 될 것이다.

다만 이홍구 이현석 모두 풀타임 소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재원의 안정이 포수진 안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했고, 캠프 합류 후에도 부족한 점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피칭 머신을 세워두고 1시간씩 캐칭 연습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나머지 포수들도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Q) 유격수 경쟁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주전은 누가 될까요?

김성현과 정현의 경쟁이다. 아직 누가 개막전 주전으로 나설 것이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원점에서 재평가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성현은 비시즌 중 웨이트 트레이닝을 충실히 해 몸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FA를 앞두고 있는 만큼 동기부여가 될 만하다. 정현은 캔버라 유망주캠프 당시부터 강훈련을 소화했고, 그 훈련 일정을 오프시즌에도 그대로 가져가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캠프에서는 개인 수비 훈련도 소화 중이다.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방망이도 방망이지만, 결국 유격수는 수비가 중요한 자리다. 김성현은 기복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고, 정현은 포구 범위를 증명해야 한다. 사실 유격수만큼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 2루다. 최항과 김창평이라는 좌타자들이 경쟁한다. 최항도 방망이 컨디션이 좋고, 김창평은 여러 방면에서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염경엽 감독은 끝까지 경쟁을 붙인다는 생각이다. 퓨처스팀 캠프에 있는 선수들도 시범경기에 불러 실험할 가능성이 있다.

Q) 로맥 선수 둘째 출산이 임박했다고 하던데, 캠프 컨디션은 어떤가요?

얼마 안 남았다. 로맥은 “당장 내일 출산해도 이상하지 않다. 비상 대기 중”이라고 했다. 로맥은 첫째에게 붙은 ‘소맥’이라는 별명을 참 좋아한다. 둘째도 좋은 별명을 지어주길 바라고 있다. 출산 전후로 잠시 휴가를 갈 계획이다. 애리조나 캠프부터는 다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컨디션은 아주 좋다. 내색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부진으로 연봉이 깎인 것이 나름의 동기부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몸 관리 등 준비는 항상 철저한 선수였다. 

▲ 오원석은 미래의 에이스감으로 구단의 집중 육성 코스를 밟는다 ⓒSK와이번스


Q) 신인 김성민, 오원석, 최지훈, 류효승 선수 코칭스태프 평가가 궁금합니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선수가 있을까요?

신인 네 명을 비롯해, 1~3년차 선수들을 상당수 데려온 것이 이번 캠프의 숨은 볼거리다. 젊은 선수를 키우겠다는 코칭스태프의 의지가 굉장히 강력하게 반영되어 있다. 아직 자신의 루틴이 없는 선수들이다. 1군 코칭스태프가 그 루틴을 만들어 2군으로 보내겠다는 이야기인데,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 사이의 기량차가 크다는 점에서 코칭스태프가 굉장히 힘든 길을 택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김성민은 수비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이맘때의 김창평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유격수 수비에서는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원석은 차세대 선발감이다. 올해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 것으로 보인다. 상당히 마른 체형인데, 몸을 만드는 것 이전에 살을 찌우는 게 우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연하고, 손의 감각도 좋다.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최지훈도 수비력·주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채현우라는 스페셜리스트를 발굴했는데, 올해는 최지훈이 그런 측면의 기대주다. 1군에서도 중견수 수비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류효승은 파워를 보고 뽑은 선수인 만큼 힘이 장사다. 타구 비거리는 1군 선배들을 능가해 타격 파트 코칭스태프들이 적지 않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물론 네 선수가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연내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Q) 김성현 선수 배번은 왜 바뀌었나요? 꽤 오래 쓰던 번호인데…

6번에서 16번으로 바뀌면서 ‘큐티식스’가 어울리지 않게 됐다. 6번에 대해 나쁜 이미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뭔가 스스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의지였다. 빈 6번은 최준우가 쓴다.

Q) 정진기 선수는 구단에서 올해 어떤 기대치를 가지고 있나요?

여전히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지도자들은 “30홈런-30도루가 가능한 선수다. 그러면 MVP”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섞어 말하곤 한다. 올해 타격에 대한 어프로치 자체를 다소 바꿨다. 생각이 조금씩 변한다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이진영 타격코치가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정진기의 연습배팅 때 가장 많은 말을 하는 것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다만 마냥 기다려줄 수는 없다. 올해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Q) 애리조나 2차 캠프에는 몇 명이 가나요?

플로리다 캠프에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9명, 외야수 10명 등 총 45명이 왔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 인원이 전부 다 애리조나로 갈 수는 없다. 일단 5명 안팎을 2군 캠프에 놔두고 간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2군 캠프에서 애리조나로 가는 극적인 승격 케이스가 있을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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