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참석한 이문규 감독과 추일승 위원장(왼쪽부터)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이문규 감독의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지만, 농구 팬들과 경기력향상위원회가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뚜렷했다.

대한농구협회는 18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대한민국농구협회 회의실에서 제2차 경기력향상위원회(이하 경향위)를 진행했다. 계약 기간이 끝난 여자농구 대표팀 이문규 감독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문규 감독은 2018년 부임 이후 끊임없이 나온 혹사 논란과 부적절한 인터뷰 등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영국전에선 이기고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21시간 후에 또 다른 경기가 있는데도 6명 기용, 3명 풀타임 출전이라는 비상식적인 선수단 운영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림픽 티켓을 따고도 대표팀 감독을 바꿔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경향위에 참석한 위원들도 이 같은 팬들의 동향을 잘 알고 있었다.

경향위는 "우리 위원회에서는 이문규 감독과 계약 연장은 안 하는 걸로 결정했다"라며 "팬이나 미디어, 연맹 등과 소통이 미흡했다. 좋은 결과를 냈음에도 안 좋은 반응이 나온 것에 위원회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이문규 감독과 계약 연장 불가방침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선수 혹사와 관련해선 여론과 정반대의 생각을 드러냈다. 경향위는 "단기전이라는 특성상 전략적인 선택의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했기 때문에 우리는 혹사 관련해선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과가 아니라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을 보고 쓴소리를 한 팬들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비난은 감수해야 된다. 감독의 전략적 선택은 때로 칭찬과 비난을 수반한다. 아무리 과정이 좋았어도 결과가 나빴다면 반대 여론이 형성됐을 것이다. 감독들의 전략적인 선택을 평가하기엔 애매한 점이 있다"고 답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농구를 이끌 사령탑은 공모를 통해 다시 뽑기로 했다. 경향위는 여자프로농구 현역 감독들의 지원을 기대하면서 최대한 인재 풀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날 경향위에서 결정한 사항은 23일 열리는 이사회에 전달된다. 일반적으로 경향위의 의견은 이사회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대한농구협회는 "3월 16일 전까지는 엔트리를 제출해야 한다. 2월 23일 열리는 이사회 의견을 보고 바로 공모 절차를 밟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 공모에 이문규 감독이 다시 지원할 수도 있다. 경향위는 감독 공문에 대해 "공개가 원칙이다. 현역 감독도 뽑을 수 있게 했다. 이문규 감독도 다시 지원할 수 있다"라며 "이문규 감독이 다시 준비한다고 하면, 우리가 공정한 회의를 통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문규 감독이 이전처럼 공모를 통해 대표팀 감독직에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까지 대표팀 감독은 선수, 지도자 경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대표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경향위 위원들이 높은 평가를 내려도, 경력이 화려하지 않으면 감독이 되기 어려웠다. 갖은 논란 속에도 그동안 이문규 감독이 공문을 통해 재신임된 이유다.

하지만 이번 경향위를 통해 감독 평가 점수 배분이 달라졌다. 경향위는 달라진 평가 제도에 대해 "지도자나 선수 경력 비율을 많이 낮췄다. 대신 위원들이 채점하는 점수를 높게 매겼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향위의 결론은 사실상 이문규 감독에 대한 경질로 평가된다. 다만 팬들의 큰 질타를 받은 선수 혹사 논란을 외면한 점,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도 이문규 감독에게 공모를 통한 재도전 기회를 열어놓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대부분 현역 감독들로 채워진 경향위의 한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향위는 추일승 전 고양 오리온 감독이 위원장을 맡았고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 안덕수 청주 KB스타즈 감독, 박정은 WKBL(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경기운영부장, 김화순 선수복지위원장, 김성은 용인대 감독으로 구성됐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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