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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원에 행운 빈다" 신사적이었던 이니에스타와 핑크 감독

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2020년 02월 20일 목요일
▲ 믹스트존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한 이니에스타
▲ 염기훈과 이니에스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수원에 온 게 두 번째다. 함부르크 감독으로 왔던 적이 있어 개인적으로 친근감이 있다." (토어스텐 핑크 빗셀 고베 감독)

"(16년 전에 바르셀로나와 함께 수원에 방문한 것이) 아주 오래됐지만 기억하고 있다. 다시 여기와서 좋았고, 다시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빗셀 고베 주장)

수원 삼성은 19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2 AFC 챔피언스리그 G조 2차전에서 빗셀 고베에 0-1로 졌다. 경기는 내내 팽팽했으나 결정적인 장면이 없어 조용했다. 후반 45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로빙 패스에 이은 사카이 고토쿠의 크로스 패스를 후루하이 교고가 밀어 넣은 마지막 장면을 통해 고베가 승리했다.

◆ 한국 축구에 애정 보인 핑크 감독과 이니에스타

신사적인 경기였다. 경기 내내 선수들 간에 큰 충돌이 없었다. 경기 하루 전 
일단 이니에스타 선수가 좋은 미드필더, 월드 클래스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베 팀에서 공격을 시작하면서 전진패스를 이용해서 많은 찬스를 잡고 있다. 좋은 숏 패스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고 때로는 본인이 드리블을 통해서 찬스를 만들어내려고 굉장히 이니에스타는 고베에서 중요한 역할하는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이 선수를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으로 저지할 생각"이라고 했던 이임샘 수원 감독은 거친 파울이 아닌 견고한 수비 조직으로 이니에스타를 봉쇄했다.

수원은 중앙 지역을 거의 내주지 않았다. 도닐 헨리, 양상민, 민상기로 구성된 스리백과 고승범과 최성근이 구성한 중앙 미드필드 라인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 전후에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측면에 상대적으로 공간이 있었지만 고베도 폭발적인 측면 공격 자원을 갖추지 못해 쉽게 수원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경험한 사카이의 오버래핑이 그나마 위협적이었다. 시즌 첫 공식 경기를 치러 체력에 온전치 않았던 수원은 이적생 명준재가 잠시 비운 배후 공간을 내주며 한 골을 실점해 석패했다. 

경기 양상은 핑크 감독이 하루 전 예상한대로 됐다. 핑크 감독은 사전 회견에서 "수원 분석을 많이 했다. 수비가 강하고 터프한 상대다. 견고한 팀"이라며 "우리의 기본 스타일은 공을 소유하면서 상대 수비 조직을 어떻게 깰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티비뉴스를 따로 만난 핑크 감독은 전망을 묻자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웃으며 "하지만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아주 힘겹게 우리가 1-0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대로 됐다.

핑크 감독은 사전 회견 당시 이임생 수원 감독과 따로 담소를 나누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임생 수원 감독이 독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의 제자였다고 말하자, 독일 대표 출신 미드필더인 핑크 감독도 "나는 손흥민과 한 팀에서 일한 적이 있다. 차붐은 당연히 알고 있다. 함께 좋은 경기를 하자"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 이임생 감독과 덕담을 나눈 핑크 감독 ⓒ곽혜미 기자


수원을 1-0으로 꺾은 뒤 기자회견에서도 핑크 감독은 수원과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기자 질문이 끝난 뒤 마이크를 쥐고 "수원 삼성의 좋은 한 해, 성공할 수 있는 시즌을 기원하겠다"고 말한 뒤 떠났다.

아시아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FC 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이자, 스페인 축구의 역대급 미드필더 이니에스타도 한국 일정 기간 매너있는 모습을 보였다.

◆ 경기는 조용했지만 존중심을 보였던 수원과 고베의 한 판

경기 하루 전 빗셀 고베 선수단이 머문 수원 시내 한 호텔에 한국 팬들이 바르셀로나 시절 유니폼을 들고 오랜 시간 기다리자 방에서 내려와 일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호텔 커피숍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팬들이 와있는 것을 확인한 뒤 경호원의 제지 속에도 시간을 내어 몇몇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했다.

이니에스타는 격전을 치른 뒤 믹스트존에서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했다. 지나치려던 이니에스타는 스페인어 인터뷰가 가능한 것을 알고 멈춰선 뒤 "행복하다. 다시 한국에 와서 축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정말로 어렵고 까다로운 경기였다. 하지만 좋다. 마지막까지 노력했고 결국 승점 3점을 얻은 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말로 2연승을 거둔 것에 만족감을 표하며 한국 축구에도 애정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 페어플레이로 격돌했던 수원 주장 염기훈과 고베 주장 이니에스타 ⓒ곽혜미 기자

1984년생으로 노장이자 고베의 주장인 이니에스타의 수원 맞상대는 1983년생으로 수원의 주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 염기훈이다. 염기훈도 경기 내내 안정적 볼 관리 기술과 탈압박, 공격 전개 패스를 선사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이날 경기에 이니에스타보다 염기훈이 더 돋보였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염기훈은 믹스트존에서 "항상 패스가 전진적으로 위협적으로 잘 나가는 거 같다. 실점 장면에서도 패스를 조심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괜히 전설적인 선수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볼 소유가 굉장히 좋았고 저희와 다르게 전진패스가 많았다. 패스의 질이 확실히 좋았다"며 이니에스타를 칭찬하며 수원도 수비를 잘 했지만 공격이 아쉬웠다며 다음 경기에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평일 저녁 추운 날씨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와중에도 1만 7천여 관중이 운집한 빅버드는 박진감이 떨어져 아쉬웠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범사례가 될 수 있는 경기였다. 스타의 가치와 상대에 대한 존중심, 매너 있는 경기 분위기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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