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더니든(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류현진(33·토론토)이 등장하면, 훈련장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린다. 하나는 그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의 바쁜 에너지다. 또 하나는 류현진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들의 속삭임이다.
지난 오프시즌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에 계약한 류현진은 토론토의 ‘에이스’ 대접을 확실히 받고 있다. 모두가 그를 에이스라고 부르고, 개막전 선발로 나설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구단은 물론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 고전했던 토론토를 구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사이영상 투표 2위라는 화려한 실적, 구단 역사상 투수 최고액이라는 수치는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훈련장에서도 ‘류현진 등장’은 화제가 됐다. 훈련 진행을 돕는 보조 요원들은 류현진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공을 던지는 것, 러닝을 하는 것, 수비 훈련을 하는 것 모두 관계자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보조 요원들은 “저 선수가 작년에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였다. 사이영상 투표 2위이기도 했다”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신기한 듯 쳐다봤다. 로이 할러데이 이후, 오랜 기간 토론토에는 그런 선수가 없었기에 효과는 더 강렬하다.
코칭스태프 또한 류현진의 모든 훈련 과정을 추적한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다른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다가도 류현진이 공을 잡으면 어느새 귀신같이 나타난다. 대접도 확실하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전담 트레이너를 두고 있는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김병곤 코치는 다른 선수들도 보기는 하지만, 어쨌든 최우선 임무는 류현진의 몸을 관리하는 것이다. 몸을 만드는 일정 또한 류현진이 상당 부분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에게도 류현진은 경외의 대상이다. 토론토는 아직 경력이 완성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에게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 홀더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올해 포수 엔트리 포함이 유력시되는 대니 잰슨과 리즈 맥과이어는 모두 류현진의 공을 받은 뒤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토론토 투수들과는 레벨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언어의 장벽,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은 다가가기 어렵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용기를 내는 선수들도 있다. 트렌트 쏜튼, 라이언 보루키는 류현진에게 커터 그립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왔다. 처음이 어려울 뿐, 한 번 벽을 허물면 그 다음부터는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기 마련이다. 류현진도 권위의식없이 선수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MLB 8년차의 관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류현진은 부상이 없다면 항상 뛰어난 선수였지만, 팀 마운드의 간판이었던 적은 없다. 클레이튼 커쇼라는 상징적인 선수가 있었고, 조시 베켓, 잭 그레인키 등 경력이 화려한 선수들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워커 뷸러라는 영건이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토론토는 다르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그것을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기대를 실적으로 연결시키는 일만 남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야구를 잘하는 게 권력이 되곤 한다. 류현진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법하다.
스포티비뉴스=더니든(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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