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송지은. 제공| 식스오션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2년의 빈칸, 누군가는 '공백기'라 부르지만 송지은은 '성장기'라 불렀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이름표를 바꿔 끼운 송지은은 2020년 새해를 맞아 본격적인 활동의 기지개를 켰다. 2년 동안 자신을 많이 다듬고 채웠다는 송지은은 단단한 마음으로 팬들 앞에 당당히 설 준비를 마쳤다.

송지은을 만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걸그룹 시크릿 멤버가 아니라 배우 송지은은 처음이기도 했다. 환한 미소는 여전했지만, 마음이 쑥 자라 있었다. 연기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최근 뮤지컬에 빠져 노래 연습에도 몰두하고 있다는 그는 "주어진 일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송지은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노래처럼, 연기 역시 그에게 미지의 세계를 알려줬다. 송지은은 "워낙 어릴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성향 자체가 겁이 많은 편이라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다. 가수로 활동할 때는 내가 있는 곳만 바라보고 이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시작하니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됐다. 몇개월씩 한 팀이 가족처럼 지내고, 부딪히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세상이 이렇게 넓구나'라는 걸 느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좁았다가 넓어졌다. 더 성장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송지은이 연기를 꿈꾸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였다. TV 속에서 천사처럼 아름답게 춤추는 S.E.S. 멤버들을 보고 '행복해 보여서' 가수를 꿈 꾼 것처럼, 작품 속에서 행복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향한 동경에서 배우의 꿈이 무르익었다.

송지은은 "배우가 돼야지 하고 배우가 된 건 아니다. 처음에는 동경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며 "20대 때는 30살까지만 해보고 내가 이 직업을 평생 같이 할 수 있는 직업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겨고 했다. 서른이 됐을 때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삶의 한 부분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더 잘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누구나 도전할 줄 알고, 자신의 시간을 잘 만들어 가는 게 인생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가수로 출발했다고 해서 평생 가수만 해야 한다는 시선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배우 분들의 가수 도전도 응원하고 싶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로 나를 가둬뒀던 것 같다. 이제는 평생의 내 삶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 배우 송지은. 제공| 식스오션스

지금은 배우에 중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노래 역시 송지은에게 버릴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다. 당장 가수로 컴백할 계획은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발라드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꿈은 있다. 송지은은 "제가 좋아하는 발라드를 계속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아이돌로는 발라드로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송지은은 뮤지컬 노래들을 연습하고 있다. "뮤지컬을 정말 좋아한다"는 송지은은 "뮤지컬 무대를 볼 때마다 큰 감동을 받고, 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하지만 창법 자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너무 다르니 두려운 것도 있다"고 고백했다.

또 "저 무대에 올라가 있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을 가진 배우 분들과 동등하게 서 있을 수 있을까 불안감도 있다"면서도 "다만 좋아하는 걸 시도해 보는 건 나쁜 게 아닌 것 같다. 연습실에서 혼자 뮤지컬 노래를 연습하고, 발성도 점검해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지은은 인터뷰를 마치고 노래 연습을 위해 곧장 연습실로 향했다. 노래, 뮤지컬을 향한 송지은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겁이 많았던 송지은은 점차 확장되고 있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바뀐 건 아니지만, 두려움을 잊고 당당해지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제 자신을 더 사랑해 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스스로에게 칭찬도 많이 해주고, 절대 자만하지는 않겠지만 제 안에 있는 것들을 사랑스럽게 보려고 결심도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목소리부터 연기까지, 꾸준히 제 자신을 계발하지 않으면 뒤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자기관리를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죠."

지난 2년은 송지은에게 하얀 빈칸이었다. 다만 무엇도 쓰지 못한 공백이 아니라, 앞으로 그려나갈 예쁜 그림을 그리기 위한 새하얀 종이를 준비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송지은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제게 너무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제 자신에 대한 사랑이 별로 없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정말 많이 휘둘렸다. 저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정말 최악이야' 하면 갑자기 우울해지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남들의 기준에 제 인생을 맞춰가게 됐다"고 다른 사람들의 잣대에 휘둘렸던 스스로를 돌아봤다. 

▲ 배우 송지은. 제공| 식스오션스

송지은은 "그동안은 저를 바라볼 줄 몰랐는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주도적인 삶 속에 부딪히고 깨졌다. 갑자기 쉬게 됐을 때는 정말 힘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생길까' 괴롭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년이란 시간을 꽉 채워서 저를 바꿔나갔고,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늦지 않게 와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고 웃었다.

2020년은 배우, 그리고 인간 송지은이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이기도 하다. 송지은은 "원래 목표를 많이 세워두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공백기를 거치면서 목표를 없애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목표를 세웠다가 안 지켜지면 오히려 저를 자책하게 되더라. 목표 없이 열심히 살다가 좋은 일이 생기면 즐거울 수 있는데, 오히려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고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저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송지은의 히트곡 중 하나는 '예쁜 나이 25살'이다. 25살이던 2014년, 이 노래로 '바로 지금이 누구에게나 가장 예쁜 나이'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했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겠다"고 웃던 송지은은 성장통을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게 지났다. 여전히 변함없이 예쁜, 송지은이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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