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르스텐 핑크 빗셀 고베 감독 ⓒ곽혜미 기자


전 함부르크SV/현 빗셀 고베 감독 토르스텐 핑크 단독 인터뷰
① 핑크가 본 손흥민 “손흥민 ZONE에 가면 100% 골이다”
② “짐 훈련” 빗셀 고베를 챔피언으로 이끈 비결
③ 이니에스타 효과 “이니에스타는 선수들에게 소리치지 않는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일본 프로 축구 J리그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인 빗셀 고베는 지난 2019시즌 일왕배 우승으로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뤘다. 2006시즌과 2013시즌에느 리그 순위가 급락해 2부리그 강등을 경험하기도 한 고베는 최근 라쿠텐 그룹의 대대적 투자 속에 황금기를 맞이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 등의 영입을 중심으로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적 스승으로 알려진 후안마 리요 감독을 선임하는 등 파격 행보가 이어졌다. 리요 감독 체제에서 고전한 고베는 지난해 6월 전 바이에른 뮌헨의 미드필더 출신으로 FC 바젤과 함부르크SV에서 성공적인 감독 경력을 보낸 독일 지도자 토르스텐 핑크(53) 감독을 선임했다. 

오스트리아 빈과 그라스호퍼스를 거쳐 빗셀 고베에 부임한 핑크 감독은 한 번 꺾은 자신의 지도자 경력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서 이룬 성공 방정식과 더불어 독일 출신 지도자들이 유럽에서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핑크 감독도 고베와 함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며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손흥민의 함부르크 시절 감독으로 유명한 핑크 감독은 2019시즌 일왕배 우승에 이어 2020 일본 슈퍼컵 우승으로 우승 없던 고베를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19일 수원 삼성과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2연승으로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밝힌 핑크 감독에게서 짧은 시간 고베를 변화시킨 비결과 그의 지도 철학을 들었다.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핑크 감독의 이야기를 전문으로 공개한다.

▲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핑크 감독 ⓒ한준 기자


-시즌 도중에 부임해서 빗셀 고베에 첫 우승을 안겼다. 아시아 무대 첫 도전인데 어떻게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나?

"난 어떤 선수가 어떤 포지션, 어떤 시스템으로 플레이하는 지 파악하고, 어렵지만 이 팀에 최적의 시스템과 포지션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팀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이 팀의 강점은 좋은 외국인 선수가 있다는 점, 좋은 팀으로 작동하기 위한 시스템을 고민했다. 팀이 개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좋은 선수를 보유했는데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왜일까? 이전 감독이 전술적으로 뛰어났을 수 있고, 좋은 기술도 갖고 있는데, 난 전술적으로는 조금 바꿨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팀으로 만든 것이다. 원팀, 굶주린 팀, 성취를 갈구하는 팀, 그리고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의 동기 부여를 끌어냈다. 그들은 6위, 7위, 8위, 하위권에서 놀고 싶어하지 않는다. 톱을 원한다. 챔피언스리그에 뛰길 원한다. 그게 동기부여다. 내 꿈은 팀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키는 것이었다. 컵 우승으로 그게 가능해졌다. 그게 우리에게 유일한 기회였다. 선수들에게 동기를 줬다. 동기부여가 잘 됐다."

-당신 부임 이전에 전술가로 유명한 스페인 출신 후안마 리요가 팀을 이끌었다. 그의 축구 스타일이 일본에 잘 맞을 줄 알았는데 문제가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나?

"이전 감독이 한 것은 잘 모른다. 내가 왔을 땐 이미 일본 감독이 일하고 있었다. 난 내 스타일의 축구로 하길 원했다. 내 스타일은 볼 소유, 높은 압박, 그리고 내 강점은 각 선수들을 적절한 포지션에 배치하는 것이다.  난 경기를 분석하면서 할 수 있는 3가지가 있다고 봤다. 동기부여도 중요한 부분이다. 전술적으로, 기술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동기부여야 말로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내가 또한 느낀 것은 이 팀이 더 피지컬적인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피지컬 훈련을 강하게 했다. 이전 감독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 스타일의 축구를 하려면, 그런 압박을 하려면 피지컬 강화가 필요하다. 적절한 포지션에 선수를 배치하고, 피지컬적으로 강한 선수로 만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에는 뭐가 틀렸는지는 모른다. 난 미래만 볼 뿐 이다."

-최근 위르겐 클롭 감독이 리버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많은 독일 출신 감독들이 활약하고 있다. 독일의 코칭 스타일이 유용한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 많은 좋은 감독이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도 좋은 감독이 있다. 독일식 축구라는 것은 아니다. 독일 축구와 아시아 축구의 차이점은 신체적인 것에 있다고 본다. 일본, 아시아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좋다. 특히 일본 선수들이 그렇다. 이제 겨우 7개월 일했고, 일본을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지만, 독일 축구와 비교한다면 독일은 항상 압박하고 피지컬적으로도 아주 강하다. 독일뿐 아니라 잉글랜드도 그렇다. 피지컬이 아주 강하다. 잉글랜드의 좋은 팀은 빠르고, 항상 달린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뛰어나고 전술적으로도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지컬이다. 난 유럽 축구와 아시아 축구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축구는 이제 성장하고 있다.” 

■ “1-0으로 리드하면 내려서더라. 매 순간 압박하라고 지시했다.”
■ “피지컬 부족한 일본 선수들, 짐에서 개인 훈련 실시했다”
■ “좋은 외국인 선수가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

▲ 이니에스타가 주장으로 이끄는 빗셀 고베 ⓒ곽혜미 기자


“일본 축구도 아주 좋고, 한국 팀도 그렇다. 대표팀을 보면 한국 대표팀이 독일을 이기지 않았나. 일본도 중국과 비교하면 아주 강하다. 중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 한국 대표팀은 각각 다르다. 일본과 한국은 아주 좋은 팀이다. 일본은 한국 보다 패스 능력이 더 좋다. 한국은 피지컬 능력이 일본보다 더 좋다. 내 생각이다. 그래서 수원과 경기할 때도 그 점은 주의하고 있다. 수원도 피지컬적으로 강하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잘 인식하는 것이다."

-지난 주 전북과 울산이 요코하마와 도쿄를 상대로 고전했고, J리그 팀들이 결과도 가져갔다.

"일본 팀은 기술적, 전술적 축구를 한다. 그들은 볼 소유를 원하고, 공을 갖길 원한다. 내가 본 K리그 후반기는, 수원은 8위였다. 꽤 다를 것이다. 수원은 좋은 팀이라는 걸 안다. 위협적인 팀일 것이다. 공간을 주면 좋은 역습과 크로스, 세트피스를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본은 아주 좋은 축구를 하고 있다. 기술적, 전술적으로 좋고 빠르다. 좋은 외국인 선수도 있어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라는 아주 좋은 외국인 선수가 있고, 더글라스는 깊숙이 들어가서 뛸 수 있는 좋은 선수다. 피지컬적으로 강하고, 다른 선수 토마스 베르말렌도 수비를 강화해주고 빌드업에도 기여한다. 챔피언스리그 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세르지 삼페르, 당클레르도 아주 좋은 선수다. 그들이 우리가 더 좋은 축구를 하도록 해준다."

-좋은 외국인 선수의 존재는 장단점이 있다. 좋은 기여를 하기도 하지만, 자국 선수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내 생각에 리그에는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 모든 리그가 그렇다. 일본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외국인 선수들도 그렇다.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리그에는 외국인 선수가 많다. 이 선수들이 잘 섞인 팀이 좋은 팀이다. 우리 팀은 그런 조화가 잘 이뤄진 좋은 팀이다."

▲ 2019 일왕배 우승으로 고베 역사상 첫 타이틀을 안긴 핑크 감독


-고베 부임 후 벌써 두 개의 우승컵을 들었다. 지금까지 만족하는가?

"내게 좋은 스텝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인 경력에 두 개의 타이틀을 좋다. 하지만 난 더 많이 원한다. 게을러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난 이 팀을 지금 많이 바꾸고 싶진 않다. 좋은 개성을 갖고 있다. 한 두 곳의 포지션만 더 보강하고 싶다. 그게 전부다. 우리는 젊은 일본 선수를 보유했고, 고참 선수도 좋다. 시작도 잘 했다. 우리는 원팀이고, 하나의 가족이다. 그게 중요하다. 긴 성공을 위해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중간 목표는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것이었고, 숏 텀 목표는 이미 이뤘다. 그래서 좋다. 운이 아니었다. 좋은 축구를 했다. 일왕배에서는 우리가 100% 최고의 팀이었다. 요코하마가 지금은 우리보다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년을 지나면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당신이 부임하기 전에는 빗셀 고베가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우승을 위해선 승부처에서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데 어떻게 짧은 기간에 빗셀 고베를 우승하는 팀으로 만들 수 있었나?

"맞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선수들과 많은 미팅을 했다. 팀 미팅도 많이 했다. 우리 시스템에 적합한 선수가 누구인지, 적합한 시스템이 무엇인지. 선수들의 정신에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걸 주입했다. 내가 왔을 때 선수들이 1-0으로 앞서고 있을 때 물러서는 걸 아주 많이 봤다. 수비만 했다. 그걸 바꿨다. 매 순간 전력을 다하게 했다. 1-0이면 2번째 골을 원해야 한다. 압박해야지 뒤로 물러서면 안 된다. 처음에 그렇게 말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래된 습관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내면에서 느끼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이제 선수들이 뭘해야 하는 지 알고 있다. 우리는 좋은 역습도 할 수 있고, 수비도 잘 할 수 있고, 뒤에서 빌드업도 잘 할 수 있고 볼 소유 경기도 할 수 있다. 지난해 J리그에서 볼 소유 1위는 요코하마였고, 우리가 2위였다. 우리는 역습에 강하고, 빠른 선수가 있다. 우리를 압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압박하면 우리는 역습하니까. 우리는 이길 수 있는 많은 요소를 갖고 있다."

-일본 축구는 피지컬, 결정력,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었다. 어떻게 바꾸고 있나?

"선수를 훈련시킬 때 마다 짐 훈련을 하게 한다. 모든 선수들이 이제 모두 짐 훈련을 하길 원한다. 팀 훈련 이후 다 짐 훈련을 하러 간다. 이게 중요하다. 작은 차이지만, J리그의 다른 팀과 다른 점이다. 독일에서는 이렇게 훈련한다. 좋은 컨디션 코치, 피지컬 코치가 있어서 팀을 작동시킨다. 이 점도 내가 지난 7개월간 해온 일이다."

▲ J리그 챔피언 요코하마를 꺾고 슈퍼컵도 차지한 빗셀 고베


-수원 삼성을 분석했을텐데, 그러면서 K리그도 봤을 것 같다. K리그와 J리그의 차이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 생각에 일본은 짧은 패스가 더 많다. 그게 가장 큰 차이다. 한국 리그는 롱패스가 더 많다. 그게 차이다. 내가 본 것은 그렇다. 피지컬은 한국이 더 강하다. 일본은 기술적이고, 전술적이다."

-수원 삼성을 분석하며 얼마나 많은 경기를 봤나?

"보통 3경기를 본다. 하지만 이 팀은 새로운 팀이다. 올 시즌 첫 경기다. 그래서 이전 몇 경기를 봤다. 이임생 감독의 스타일과 팀을 봤다. 개별적인 선수도 봤다. 새로 온 수비수 4번, 새로운 스틀이커 크리피치, 그리고 이 팀의 포메이션, 개별적 선수들의 영상도 보고, 타가트의 강점도 봤다. 왼쪽에서 좋은 크로스를 하는 선수도 봤다. 이 팀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스타일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이 포백으로 바뀔 수 도 있지만, 지난 해 5백을 주로 썼다. 프리시즌에 포백도 쓰더라. 4-3-3을 쓰기도 했다. 어떻게 경기할지 모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뭘하느냐다."

(3)편에 계속됩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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