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의 골에 기뻐하는 서울 선수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FC서울은 스리백을 바탕으로 점차 팀의 완성도를 높여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FC서울은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1차전에서 멜버른 빅토리에 1-0 승리를 거뒀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전반 이른 시점 박주영의 골이 터졌지만 시원한 공격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후반 중반 아드리아노와 한찬희가 차례로 투입된 뒤에야 경기에 활기가 돌았다. 유상훈의 중요한 선방이 없었다면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희망적인 면을 분명히 봤다. 지난 시즌 대구FC와 최종전을 마친 뒤 최용수 감독은 "미생들을 데리고 힘겨운 레이스를 한 것 같다. 시즌 초반 좋은 출발을 했지만 중반에 저 스스로도 부족한 점을 많이 드러냈던 것 같다"고 시즌을 돌아봤다. 새로운 선수 영입과 전술적인 시도, 선수 육성까지 서울의 긍정적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우선 최용수 감독이 스리백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스리백은 흔히 수비적인 전술로 여겨진다. 중앙 수비수만 3명에 윙백 2명까지 더하면 5명까지 수비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엔 빅클럽들이 스리백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을 극대화하고, 경기장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리백을 공격적으로 쓰려면 유연한 포지션 변화가 필요하다. 중앙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고, 중앙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빠져나가고, 윙백들이 문전으로 전진하거나 중앙으로 이동해 패스 줄기를 잡아야 할 때도 있다. 선수 개개인이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서울은 멜버른전에서 이러한 변화의 실마리를 보여줬다. 전반 8분에 나온 박주영의 골을 도운 것은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김주성이었다. 왼쪽 윙백 김한길에게 공이 투입되면서 멜버른의 윙백과 센터백 사이가 벌어지자 과감하게 침투했다. 김주성이 빠져나가더라도 2명의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후반 7분 황현수의 슛도 과감한 포지션 변화에서 나왔다. 측면으로 빠진 박주영, 전진한 주세종 때문에 페널티박스 앞에 공간이 생기면서 센터백 황현수가 슈팅할 여유를 얻었다.

아직 '능숙하다'는 느낌을 주기엔 부족했다. 서울이 지난해보다 나은 성과를 원한다면 분명히 더 주도적인 전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겨울 동안 서울이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 감독은 "공격과 수비를 같이 하는 팀으로 상대에 대응해야 한다. 2경기 했는데 경기를 할수록 우리의 조직력이 나올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르며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이적 시장에서 성과를 확인했다. 대한민국 A대표팀의 전 주장이자 프리미어리그를 누빈 기성용의 합류는 불발됐으나, 나름대로 알찬 겨울 이적 시장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 주로 교체로 출전한 영입생들은 제한적인 출전 시간 속에도 희망을 보여줬다.

지난해 서울은 선수층이 얇아 고전했다. 시즌 초반 전북 현대, 울산 현대와 3강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퍼졌다. 주전과 후보의 격차가 커, 특정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가중됐다. ACL까지 출전하는 2020시즌엔 양과 질을 모두 보충해야 했다. 

서울은 중원에 한찬희, 한승규를 영입하고, 주세종을 붙잡으면서 풍족한 중원을 꾸렸다. 한찬희는 멜버른전에 후반 18분 교체로 출전한 뒤 날카로운 패스와 중거리 슛으로 적응에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 지난 시즌 고광민의 부담이 컸던 측면 수비에서도 김진야를 더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중앙 미드필더가 풍부해지면서 고요한이 중원과 측면을 오갈 수도 있다. 아드리아노 역시 멜버른전에서 활기찬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서울의 공격진에 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전 포지션이 지난 시즌에 비해 강해졌다.

여기에 케다-멜버른전에서 선발 출전한 김주성, 김한길까지 1군에 자리를 잡는다면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경기가 약간 루즈하게 갔다. 한승규, 한찬희, 아드리아노 모두 팀 분위기 바꾸는 데 좋은 역할을 했다. 좋은 경쟁 구도로 이어질 것 같다"며 영입생들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직 본격적인 시즌은 시작되지 않았다. 서울은 발전의 단초를 보여줬을 뿐, 모든 것은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지난해보다 알찬 겨울을 보낸 서울은 2020시즌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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