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롯데 장원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해,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베테랑 좌완투수 장원삼(37·롯데 자이언츠)은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고 했다. 단순히 서울에서 부산으로 위치가 달라진 연고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30대 후반 어렵게 찾은 마지막 둥지. 여기에서 더욱 뜨거운 불꽃을 태우겠다는 의지를 특유의 넉살로 대신했을 뿐이었다.

롯데의 퓨처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최근 만난 장원삼은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 나이도 꽉 찬 나를 뭐하러 인터뷰하려느냐”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생각해보니 지난해 LG 트윈스 시절처럼 올해 역시 국내 2군 스프링캠프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사실 따뜻한 나라에서 훈련을 소화하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씁쓸한 마음도 든다. 그래도 지금 내 상황이 어쩔 수 없지 않나. 그저 묵묵히 준비할 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원삼은 한때 KBO리그를 대표했던 좌완 선발이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하며 12승을 올렸고, 이후 꾸준한 성적을 이어갔다. 또 2010년 삼성 라이온즈 이적 후에는 수차례 정상 등극을 이끈 우승 공신으로 활약했다.

▲ 2015년 삼성 시절 장원삼(오른쪽 2번째). ⓒ한희재 기자
그러나 영원한 영광은 없었다. 2018년 말 삼성에서 방출된 장원삼은 어렵사리 LG 유니폼을 다시 입었지만, 지난해 8경기 무승 2패 평균자첵점 7.98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써낸 뒤 다시 짐을 싸서 나왔다.

장원삼은 “사실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뒤 ‘나를 불러줄 구단이 있을까’라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9월 성민규 단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10월 2군 경기가 있던 마산구장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사실 까마득한 후배들도 많던 자리라 남부끄럽기는 했다. 그래도 구단에서 좋게 봐주셔서 새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어렵사리 롯데 유니폼을 입은 37살 장원삼은 다행히 송승준(40)과 이대호(38) 등 든든한 선배들이 있어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현대 시절 함께했던 손승락(38)의 부재는 아쉽기만 하다.

장원삼은 “신인으로 입단한 2006년 (손)승락이 형을 처음 만났다. 그러다가 형이 2008년 입대하고, 나는 2010년 삼성으로 이적해 한솥밥을 먹지 못하게 됐다. 올겨울 롯데로 오면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형이 은퇴를 하고 말았다. 아직 따로 연락은 하지 못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장원삼은 다시 출발한다는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는 ‘121승 투수’ 장원삼은 “연봉, 성적 모두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2군이면 어떻고, 테스트를 받고 들어오면 또 어떤가. 그저 나를 받아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면서 15번째 시즌에서의 활약을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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