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분순삭' 김영규 디지털제작1부장 인터뷰

▲ 오분순삭. 유튜브 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요즘 10대들에게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무려 10여년 전 종영한 인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순풍 산부인과' 등이다. 최근 각 방송사들이 유튜브 채널로 옛날 히트작들을 재편집해 올리면서 10대들이 이를 접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그 시절 인기 프로그램에 푹 빠진 덕분이다.

5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MBC '오분순삭'을 필두로 각 방송사들의 재가공 콘텐츠 전용 유튜브 채널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조회수가 적게는 수 만에서, 수백 만에 이를 정도다. 이미 수명을 다한 프로그램들이 20년 지나 새로운 콘텐츠로 조명받고 광고로 돈을 벌어다주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당시 출연자들은 10대들에게 재조명을 받아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듯 구작(舊作) 재활용의 순기능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상에 대해, MBC 디지털 콘텐츠를 총괄하는 김영규 디지털제작1부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 오분순삭. MBC 유튜브 캡처

-오래된 예능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재편집해 공개하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10년도 넘은 콘텐츠고, 방송에서는 다 끝난 프로그램이지만 유튜브에는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했다. 저희의 첫 의도는 매시업(각종 콘텐츠를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하면 그 자체로 새로운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부서의 젊은 편집자들이 '그 중에서 하이킥 해리 캐릭터가 잡혀있으니, 젊은 층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해 시작하게 됐다."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

"매시업하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오분순삭' 브랜드기도 하니 테스트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편집자들이 잘 만들었다. 시트콤도 사실 자막이 없는 예능 장르다. 2018년에 시작하며 당시의 용어로 자막을 넣었더니 많이 사랑해주셨다. 유튜브 많이 보는 세대인 초등학생부터 10대, 20대까지 퍼지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좋았다."

-타이틀은 왜 '오분순삭'일까. 채널을 독립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지금은 5분 넘는 콘텐츠들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가고 있지만, 당시에는 5분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판단했다. MBC 엔터테인먼트 채널엔 700만 구독자가 있다. 워낙 많은 콘텐츠가 올라가고 있었고, '하이킥'을 그냥 올렸을 땐 사람들에게 집중이 안되겠다는 판단에 기왕 올릴 때 '오분순삭'을 브랜드화 하기로 했다."

-'하이킥'같은 10년 넘은 콘텐츠가 요즘 10대들에게 통하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예전 PD들이 만들어놓은 원 바탕 소스가 워낙 좋았다. 두 번째는 가공 하고있는 친구들이 2020년에 맞는 뉴트로 콘셉트로 재해석했다. 제가 봤을 땐 그 부분이 웃음 포인트다. '요즘 자막'과 당시의 영상을 같이 접하게 되는 부분도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콘텐츠들이 유독 반응이 좋은 편인가.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콘텐츠가 저희 '오분순삭' 내에서도 성공하고 있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재밌다고 (조회수가)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이킥' 시리즈도 본방 당시 시청률 기준으로는 '거침없이 하이킥'이 제일 높았다. 그런데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 해리와 '빵꾸똥꾸' 등 캐릭터 라인이 살아있어서 이걸로 접근하면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지붕뚫고 하이킥' 콘텐츠의 조회수가 더 높다."

▲ 오분순삭. MBC 유튜브 캡처

-콘텐츠에 패러디 댓글도 많이 달리고 있는데, 반응을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분순삭' 채널은 특히 유튜브 내에서 구독자 커뮤니티, 댓글에 되게 많이 신경쓰고 있다. 답변해야하는 반응들이 생기면 그때그때 피드백을 하고 있다. 유튜브 기능 중 최초공개가 있는데, 라이브처럼 게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댓글 보면서 다음 편은 어떻게 편집할 지 (감을) 잡고 있다. 댓글은 대단히 중요한 자원이다. 저희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캐릭터 패러디 댓글들은 그렇게 반응해주신다면 저희에게 되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과 인터렉티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댓글이 활성화됨으로써 편집 방향 혹은 그 다음 콘텐츠 고민에 활용도가 높다고 본다."

-콘텐츠 재편집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지붕뚫고 하이킥' 끝내고 '거침없이 하이킥' 넘어갈 때 고민이 있었다. 이쪽은 대부분 성인 연기자라서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한계점은 역시 기본 바탕 외에 저희가 새로 찍을 순 없다는 거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역시 '지붕뚫고 하이킥'만큼 크게 보이진 않는다. 저희가 최근에 힘을 싣고 있는 건 '무한도전'을 재해석하는 부분이나, '5인분식당'을 만들어서 방송 먹방 캐릭터를 어떻게 살릴지에 대해서다. 편집할 때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캐릭터를 어떻게 살릴 지가 큰 것 같다."

▲ '하이킥' 출신 배우 신세경 유튜브에 달리는 댓글. 신세경 유튜브 커뮤니티 캡처

-'오분순삭' 채널의 흥행을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떤 점에서 주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9월 독립해 구독자 수가 50만명을 넘었다. 구좌를 활용한 콘텐츠 중에서 오분순삭이 브랜드화의 첫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희가 매시업한 콘텐츠도 많다보니 편집 방향따라 브랜드화 하고 있고, 타 방송사도 채널 분리와 브랜드화를 하고 있어서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

-'하이킥'도 약 30분 분량을 5분 내외로 편집하는 것처럼, 최근 디지털 콘텐츠는 왜 '숏폼' 위주로 흘러가고 있을까.

"숏폼이긴 하지만 예전보단 조금 길어졌다. 최근작을 보면 5분에서 15분 정도로 길어졌다. 저는 그게 숏폼이 아니라고 판단 중이다.(웃음) 어쨌든 유튜브를 TV 화면으로 보는 이용자들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모바일로 출퇴근 등 짧은 시간을 활용하며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청패턴이)뭔가 짧게 정리가 되는 콘텐츠에 많이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

"오히려 요즘 유튜브 이용하는 연령층에는 50대 이상도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분들 대상으로 하면 저희도 20분, 30분 분량으로 만든다. 그 분들은 마음을 먹고 그 내용을 쭉 보시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젊은 유튜브 이용자들은 평균 시청 시간이 3~4분 사이다. 짧게 킬링 타임용 소스로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3~4분 안에 집중시켜야 다음 추천 영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사실 숏폼에 대해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인데, 어느 정도 브랜드화 되면 오히려 15분 가량의 약간 더 긴 콘텐츠를 만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거 같다."

▲ 엠돌핀. MBC 유튜브 캡처

-디지털 콘텐츠가 대세가 되면서 반대로 방송국 콘텐츠는 파이를 뺏기는 느낌이 있다. 채널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방송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그래서 유관 부서들이랑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구좌 콘텐츠들이 '오분순삭' 통해서 실제로 VOD 서비스로 연결되기도 한다. 저희 고민은 항상 풀 VOD로 유입하는 것에 대해서다. 물론 '오분순삭'을 VOD 미끼상품으로 만들어놓으면 금방 잊힐 것이니 완결된 콘텐츠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저희 부서의 역할 자체가 유튜브 콘텐츠로 광고 수익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통해서 풀 VOD로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 교두보적인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온에어 콘텐츠 중에 '엠돌핀'이라는 '오분순삭'같은 편집 브랜드가 있다. 그걸 통해서 저희가 방송 중인 콘텐츠를 어떻게 홍보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역할이 크다고 본다. 때문에 저희 부서가 아주 복합적인 역할을 갖고 있다."

-'오분순삭'은 구작을 소스로 하는 콘텐츠들이 주를 이룬다. 언젠가는 '하이킥', '무한도전' 등도 소진이 될 텐데 이후의 채널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될까.

"솔직하게 밝히면 그 때 가서 고민을 해야 한다.(웃음) 아직은 방대한 것을 갖고 있다. 어쨌든 방송은 종영하고 구작은 계속 쌓일테니 이 부분을 또 어떻게 재해석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이제부터 시작하려 한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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