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리그 홀드 2위에 오른 서진용은 올해도 적극적이고 후회 없는 승부를 약속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구속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아서 초조합니다”

2019년 2월, 서진용(28·SK)은 초조함과 싸우고 있었다. 간혹 생기는 팔꿈치와 어깨의 통증에 뭔가 가로막혀 있었던 서진용은 폼을 좀 더 간결하게 수정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구속이 조금 떨어졌다. 150㎞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강속구형 투수’인 서진용으로서는 자연히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스피드건에는 142㎞가 찍혔다. “이 구속으로 승부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러나 끝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이 화려했다. 서진용은 지난해 72경기에서 3승1패4세이브33홀드 평균자책점 2.38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팀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홀드 부문 리그 2위였다. 3~4년 동안 서진용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구단의 인내가 결실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연봉도 단숨에 2억 원이 됐다. 

나태하지 않았다. 서진용은 대개 오프시즌 중에는 훈련량을 조절하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12월 중순 이후로는 훈련량을 예년에 비해 많이 가져가며 캠프에 대비했다. 지난해 성공에서 경험이 쌓인 덕일까. 올해 서진용의 얼굴은 훨씬 더 밝아졌고,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몸 상태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 일부에서 조금 더딘 부분이야 있겠지만, 서진용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난해 성적 이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서진용은 “그런 압박감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지난해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 조금이라도 더 많은 홀드라는 개인적인 목표는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딱 한 가지를 먼저 약속한다. 서진용은 “맞더라도 내 공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시련이 있었다. 팔꿈치 수술도 했고, 마무리에서 실패도 경험했으며, 같이 밑에서 고생했던 선수들이 1군에서 하나둘씩 성공할 때 그림자로 남아야 했다. 그런 어려운 여건에서 깨달은 것이 바로 “내 공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진용의 궁극적인 성공을 이끈 마법의 주문이었다. 

예전에는 맞기 싫어 도망갔다. 하지만 1군 선수들은 집요했다. 코너에 몰린 서진용을 결국은 링밖으로 떨어뜨리곤 했다. 그런 감정을 다시 느끼기는 싫다는 게 서진용의 각오다. 서진용은 “이제는 맞아도 ‘상대 타자가 잘 쳤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성적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 공을 던지겠다’는 약속은 확실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서진용의 성공 스토리는 다음 페이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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