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유진(사진)은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먼 컬러였다. 현재 파트너 전재익 권유로 시작한 믹스더블 전향이 컬링 인생 전환점이 됐다. ⓒ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인스타그램 갈무리
[스포티비뉴스=태릉, 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돋보이지 않았다. 탄탄대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송절중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시작한 컬링. 소속 학교는 전력이 약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한 봉명고도 그랬다. 컬링 명문이 아니었다.

포지션도 스포트라이트를 비껴가게 했다. 전략을 세우고 팀을 이끄는 스킵이 아닌 스위핑(빗질)에 집중하는 리드, 세컨드였다. 별 주목 받지 못했다.

1999년생 같은 나이에 천재 컬러로 각광 받던 김민지(21, 춘천시청) 존재도 조명을 앗아간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김민지가 이끄는 민락중, 송현고가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학창시절 내내 2, 3위를 오르내렸다. 주니어 대표 팀 승선은 요원했다. 한 번도 부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스무 살 봄을 맞았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청순한 이미지로 최근 컬링계 아이돌로 떠오른 송유진(21, 경북체육회) 이야기다. 코리아컬링리그가 낳은 최고 스타 컬러를 지난 18일 전국동계체육대회(동계체전)에서 만났다.

◆ "믹스더블 해보지 않을래?"…컬링 인생 전환점이 된 한마디

입지가 불안했다. 쟁쟁한 선배가 많았다. 경북체육회에 훈련생으로 입단한 송유진은 김초희, 장혜지 등에게 밀렸다. 좀체 출전 기회 잡기가 어려웠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불안감이 물방울처럼 번졌다. 작은 슬럼프가 찾아왔던 그때, 지금 파트너를 만났다. 역시 자신처럼 훈련생으로 출발한 전재익(22, 경북체육회)이 손을 내밀었다.

"유진아, 나랑 믹스더블 해보지 않을래?" 전재익의 믹스더블 권유는 컬링 인생 전환점이 됐다.

둘은 "서로가 참 많이 다르다"고 힘줘 말했다. 충청도 여자와 경상도 남자. 귓속말로 '돌직구' 날리는 여자와 하고픈 말 있어도 꾹 참는 남자. 8엔드 내내 차가운 표정으로 서클을 응시하는 여자와 웃음을 잃지 않는 남자.

서로 다른 둘은 시너지를 냈다. 성장세가 가팔랐다. 믹스더블로 옷을 갈아입은 지 1년도 안 돼 태백곰기 전국대회, 코리아리그 정상을 연이어 밟았다. 명실상부 한국 믹스더블 일인자가 됐다.

목표가 명료하다. 둘은 한목소리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꿈꿨다. 오는 4월 예정인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송유진 전재익 모두 몸집이 크지 않다. 체격이 평범하다.

송유진은 그러나 "컬링은 타고난 신체, 천부적인 재능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키가 크지 않고 근력이 타고나지 않아도 '빙판 위 체스'를 잘할 수 있다는 얘기. 컬링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라고도 덧붙였다.

가던 길을 멈추고, 걷던 길을 자그맣게 수정해 평범한 3인자에서 비범한 1인자로 진화를 꾀한 둘이다. 의정부컬링훈련장에서 만난 송유직-전재익 조가 한국 믹스더블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쥘 수 있을까.

인터뷰가 끝나고 동계체전 시상대로 올라가던 중 송유진이 전재익에게 말했다. "오빠, 죄송해요." "아냐. 내 잘못도 있어." 빙판 밖에서도, 호흡이 좋아 보였다.

스포티비뉴스=태릉, 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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