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호주 1차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며 총평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16일 호주 국가대표와 연습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김민규(오른쪽)에게 김태형 감독이 격려금을 전달하고 있다. 박신지와 김재호도 함께 받았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질롱(호주), 김민경 기자] "백업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겠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호주 1차 스프링캠프 목표는 확실했다. 두산의 미래를 확인하는 것. 당장 올해가 아니더라도 2~3년 안에 1군에서 뛸 가능성이 보이는 백업 선수들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뒀다. 2015년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어느 해보다 많은 나이 20대 초, 중반 선수들이 1군 캠프 초대장을 받았다. 지난해 2군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은 투수들, 미래 대비가 필요한 포지션의 야수들이 주를 이뤘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년, 2016년, 2019년), 2차례 준우승(2017년, 2018년)을 차지하는 동안 팀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김 감독 부임 첫해 우승 주역으로 꼽히는 투수 장원준과 유희관, 내야수 김재호와 오재원은 어느덧 나이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을 바라보고 있다. 4~5년 전 포지션 경쟁을 펼치던 외야수 김재환, 박건우, 정수빈, 내야수 오재일, 허경민은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백업으로 지내던 내야수 최주환과 포수 박세혁도 주전으로 도약했다. 화수분 야구의 상징과 같던 선수들이 어느덧 모두 30대, 2억~6억 원을 받는 고액 연봉자들이 됐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도 나이지만, 이르면 올해 늦어도 2~3년 안에는 위에서 언급한 선수 가운데 오재원과 박세혁을 제외하고 모두 FA 자격을 얻는다. 두산에서 쏟아져 나오는 FA를 잡기 위해 지난겨울 몇몇 구단은 실탄을 아꼈다는 말도 나온다. 냉정하게, 구성원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시 화수분의 힘에 기대를 걸 때가 됐다.   

▲ 김태형 감독은 호주에서 백업 선수들을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두산 베어스
호주에 온 젊은 선수들은 한 타석에 서고, 공 하나를 던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절실하게 덤볐다. 백업으로 지낸 시간이 긴 선수들일수록 각오는 더욱 비장했다. 

1군에서 만능 백업 내야수로 3시즌을 보낸 류지혁은 "이제는 정말 벼랑 끝이다. 퇴보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2013년 1라운더 출신 외야수 김인태는 "내가 잘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린다"며 지난 시즌 막바지 좋았던 감을 유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백업으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외야수 국해성과 백동훈, 내야수 서예일과 신성현, 이유찬, 포수 이흥련과 장승현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수정, 보완할 점을 스스로 찾아와 캠프에서는 코치진과 함께 다듬어 나갔다. 

신인 외야수 안권수(27)는 올해 처음 캠프에 합류한 선수 가운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0년 신인 2차 10라운드 99순위 지명인데, 재일교포 출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은 안권수의 투지와 기량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평소 칭찬을 아끼는 김 감독이지만, 안권수는 이례적으로 여러 차례 따로 언급하며 "올해 구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 득점한 뒤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는 안권수 ⓒ 두산 베어스
안권수가 지난 16일 호주 국가대표와 연습 경기에서 보여준 한 타석이 결정적이었다. 9-5로 앞선 8회초 중견수 앞 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와 상대 폭투로 3루를 밟았고, 국해성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득점했다. 

김 감독은 "한 타석에서 안타를 쳤으니까 그만큼 능력이 있는 것이다. 타이밍은 조금 빨랐지만, 배트 중심에 맞췄으니까 그만큼 기질이 있는 것"이라며 흡족해했고, 한 관계자는 "안권수의 눈빛을 보면 일본 독립리그나 실업팀에서 뛰는 선수들의 눈빛이 생각난다"며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같은 경기에서 젊은 투수들은 두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이 늘 강조하는 "마운드 위에서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새기며 마운드에 올랐다. 실점해도 볼을 남발하는 투수는 없었다. 박신지(3이닝)-박종기(2이닝)-김민규(2⅔이닝)가 삼진 3개씩을 잡았고, 마지막 투수로 나선 전창민은 삼진 하나를 뺏으며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아직 2월 중순인 걸 고려하면 구속도 시속 140km 중반대로 잘 나왔다.   

김 감독은 연습 경기 결과에 만족하며 영건들은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까지 거의 다 데려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 박종기는 호주 1차 캠프에 합류한 영건 가운데 가장 공이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마운드 위에서 안정적이고, 커브가 좋다는 평가다. ⓒ 두산 베어스
야수는 4명이 대만 가오슝 2군 캠프로 갈 예정이다. 훈련할 때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연습 경기에서는 급해져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미야자키는 실전 점검 위주라서 경기에서 뭔가 해보려다 급해지면 겨우내 수정하고 보완한 것들이 흔들릴 수 있다. 대만에서도 경기로 점검할 기회는 있으니까 조금 더 편하게 완성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꿈틀거리는 미래를 봤다. 김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파악을 마친 뒤로는 백업 선수들을 살피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캠프 막바지에는 백업 야수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본 뒤 직접 영상을 촬영해 선수에게 보여주며 보완해야 할 점을 짚어줬다.     

23일에는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해 2차 캠프를 꾸린다. 이제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할 때다. 김 감독은 미야자키에서 부상을 경계하며 최상의 전력으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질롱(호주),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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