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천히 몸을 끌어올린 하재훈은 이제 정상 궤도에 올라 구원왕 수성을 향한 걸음을 내딛는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 김태우 기자] “상체 근육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라는 말에 하재훈(30·SK)은 “글쎄요, 머리를 길러서 그렇게 보이시는 거 아닐까요”라고 웃었다. 그러나 역시나 작은 차이는 아니었다. SK 코칭스태프는 “하재훈의 몸이 확실히 더 좋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36세이브를 거둔 구원왕 하재훈의 2020년 시즌 준비 태세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재훈은 비시즌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다. 그 결과 몸 전체가 더 두꺼워졌다는 인상을 준다. 1월에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비시즌 몸을 만드는 IMG 아카데미를 찾아 운동을 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원없이, 그것도 강도 높게 했다.

몸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은 2020년 변수를 지우기 위해서다. 하재훈은 지난해 59이닝을 던졌다. 일반적인 불펜투수라면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수치지만, 수준 높은 리그에서 모처럼 공을 던진 선수에게는 피로도가 두 배로 쌓일 수 있는 여건이다. 몸 관리를 소홀히 하면 지난해보다 구위가 처질 수밖에 없다. 하재훈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방심은 없었다.

충전은 이제 거의 다 끝냈다. 하재훈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투구 프로그램을 늦게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이 30구의 불펜피칭을 할 때, 하재훈은 하프피칭으로 20구 정도를 소화하는 식이었다. 라이브피칭 강도도 낮았다. 피로도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그리고 보직이 확실한 만큼 천천히 몸을 만들어도 된다는 계산이었다.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이제는 정상 궤도에 오른다. 

하재훈은 23일(한국시간) 열릴 팀의 두 번째 자체 연습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100% 힘으로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실전에서 기분전환을 한다. 이후 애리조나로 넘어가 타 팀과 연습경기를 하며 컨디션을 조율한다. 역시 조심스럽게 단계별로 투구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범경기를 거쳐 차근차근 구위를 끌어올린 뒤 개막에 대비한다는 생각이다. 

구종 다변화도 시도한다. 하재훈은 “올해 커브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재훈의 패스트볼은 자타가 공인하는 구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제는 투구 궤적이나 타이밍이 어느 정도 노출됐다. 여기서 가장 느린 변화구인 커브를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겠다는 생각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연마를 하고 있는 구종인 만큼 올해는 완성도를 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세이브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놨다. 워낙 기대치가 크긴 하지만, 어차피 세이브는 혼자 기록할 수 있는 성적이 아니다. 동료들이 도와줘야 한다. 36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세이브가 쉽다”보다는 “이게 참 어렵구나”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하재훈이다. 지난해 구원왕이기는 하지만, 올해도 겸손하게 도전하는 이유다. 오히려 목표는 마지막까지 버티는 것. 경기의 마지막, 그리고 시즌 마지막의 성과도 모두 잡기 위한 하재훈이 본격 출격을 알렸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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