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 이상 강훈련을 소화한 김창평은 SK 내야의 미래라는 기존의 기대치를 재확인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강한 타구를 받을 때마다 입술을 깨물었다. 눈에 품은 독기를 대번에 실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오기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김창평(20·SK)의 지난 3개월은 독기와 오기 사이의 그 어느 지점에 있었다. 아마도 구단 야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선수였음이 분명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호주 캔버라 유망주캠프부터 지금까지, 김창평의 하루 일과는 ‘훈련’으로 빼곡 채워져 있었다. 컨디션 조절이 우선인 스프링캠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체 일정을 똑같이 소화하고, 다른 선수들이 쉴 때는 밤늦게까지 자신의 일정을 따로 해야 했다.

그런 김창평이 드디어 ‘나머지 일과’에서 졸업했다. 주초부터 야간 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의미가 크다. 야간 훈련 명단에 없다는 것은, 컨디션 조절을 의미한다. 컨디션 조절은, 염경엽 SK 감독이 올해 1군에서 쓰겠다는 것을 상징한다. 염 감독은 “김창평이 수비 부문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면서 “주전 2루수를 놓고 경쟁한다”고 못을 박았다. 부상이 없는 이상 개막 엔트리 승선은 유력하다.

김창평은 ‘나머지 훈련’에서 제외된 소감을 묻자 “힘들기는 했는데, 얻은 것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힘든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유망주는 1년 사이 바뀐 자신을 체감하고 있었다. 영상만 봐도 금세 드러난다고 했다. 그는 “(캔버라 캠프에 가기 전에는) 영상만 봐도 수비가 어색했다. 그런데 지금은 밸런스가 맞으면서 연결 동작에서 어색함이 없다. 수비 영상을 보면 많이 발전한 것을 느낀다”고 살짝 웃었다. 선수만의 자신감이 아닌, 코칭스태프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SK 코칭스태프의 기대는 점차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통산 3할 타자인 이진영 타격코치가 “타격은 타고 났다”고 할 정도로 방망이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문제는 수비였는데 이것도 많이 좋아졌다. 2루는 유격수에 비해서는 그나마 수비 부담이 덜하다. 당장 슈퍼스타가 될 수는 없더라도, 잠재력과 보완점을 모두 확인하며 성장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은 시험이 기대되기 마련이다. 지금 김창평이 딱 그렇다. 김창평은 “작년에는 많이 헤맸다. 강한 인상도 전혀 없었다. 신인 티를 못 벗었다”고 돌아보면서 “올해는 스스로 기대가 많이 된다. 무작정 훈련만 많이 한 게 아니라, 느끼면서 많이 했기에 그렇다”고 했다. “훈련을 많이 하면서 안에 있던 투지가 깨어났다. 힘들 게 하면서 오기도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1년 전 신인 시절에 비해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기대가 큰 팬들 앞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김창평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평가를 듣기 위한 준비도, 자신도 있다. 훈련도 열심히 했고, 몸도 잘 만들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는 심장도 더 강해졌다. SK의 내야 문제의 장기적 대안이 조금 더 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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