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SK 박민호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박민호(28·SK)은 지난해 경력의 전환기를 만들었다. 그간 좋은 평가에 비해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했던 박민호는 지난해 47경기에 나가 3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하며 SK 불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홀드나 세이브는 적었지만 팀이 필요할 때 묵묵하게 마운드에 올라 마당쇠 임무를 했다. 팀 공헌도는 수치에 찍히는 성적 이상이었다. 팀도 그런 공을 인정했다. 박민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억대 연봉(1억 원) 고지에 올랐다. 박민호는 “잘 실감이 되지 않는다”고 웃는다. 그러나 웃음 뒤에는 또 다른 투지가 불타오른다.

박민호는 지난해 좋은 활약을 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나는 별로 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다. 그는 “작년에 평균자책점만 낮았지, 전체적인 지표가 썩 좋지는 않았다”고 자책했다. 피안타율이 0.266으로 조금 높았고, 시즌 막판 성적도 조금은 처졌다. 오히려 동료들이 자신의 잘못을 감쌌다는 고마움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 시즌을 앞두고도 들뜬 기색이 전혀 없다.

자신의 모자란 점을 직시하고 차분하게 몸을 만들었다. 박민호는 “체력, 파워, 웨이트 트레이닝 중심으로 비시즌을 보냈다. 사이드암 투수다보니 필라테스 등을 하면서 유연성과 가동성 운동에도 많이 신경을 썼다”면서 “사실 지금 구위는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단지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자신을 향해 채찍을 들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다르다. “준비를 잘했다”, “캠프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보여주는 선수”, “올해도 기대를 할 만하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염경엽 SK 감독도 불펜 사이드암 필승조 한 자리에 박민호를 점찍었다. 박민호는 “지난해 별로 한 게 없다”고 겸손해 하지만, 지난해의 경험은 그를 더 나은 투수로 이끄는 좋은 스승이 되고 있다. 도화지에 한 번 스케치를 한 박민호는, 이제 어떻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아는 선수가 됐다.

구위 자체만 놓고 보면 사실 지난해 캠프가 더 좋았을지 모른다. 박민호는 “작년에는 100%를 만들어왔다. 지난해는 플로리다에서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 아무래도 1군 엔트리 합류가 급선무였다. 뭔가 보여주려면 준비도 그만큼 빨리 해야 했다. 그러다 1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개막을 보고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는 위치다. 박민호도 “지금은 만들어가는 단계인 것 같다”면서도 “돌아볼 수 있는 뭔가의 길이 생겼다. 한 번 가봤던 길이라 낯설지는 않다. 작년에는 조급하고,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피칭할 때부터 조금 다르다”고 웃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단계 더 성숙한 투수가 되어 있었다.

올해 목표를 굳이 수치적으로 세우지는 않았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 욕심이 나는 게 당연하지만, 이미지를 더 중요시했다. 그는 “‘박민호라는 선수가 안정감이 있다, 이 정도 할 수 있는 선수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런 박민호는 21일(한국시간) 열린 팀의 자체 연습경기에서 1이닝을 쉽게 막아내고 힘찬 시동을 걸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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