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 상승과 밸런스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 SK 백승건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백승건(20·SK)의 2019년은 ‘기대 이상’이라는 문구로 정리할 수 있다. 구단도, 선수 자신에게도 모두 그랬을 것이다.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당장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 관계자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3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20년에는 선발도 노린다. 5선발 및 롱릴리프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투구 수도 많이 끌어올린 채 캠프의 반환점을 돌았다. 차세대 에이스를 향한 단계를 하나하나씩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겨울에는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칼바람과 싸웠던 백승건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당당히 1군 캠프에 합류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백승건은 “미국이 처음이라 새롭다”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높아진 기대만큼, 고민의 크기도 더 커졌다. 표정도 더 진지해졌다. 백승건은 “기회가 있을 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기회를 기다리며 착실하게 준비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직 완벽한 1군 선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백승건도 자신의 위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열심히도 하고, 1군에서 더 잘해야 한다. 그래야 내 위치도 올라갈 수 있다”면서 “올해는 선발 준비도 하고 있는데 체력을 더 키워야 한다”면서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구속 상승과 밸런스 안정이다.

백승건은 지난해 포심패스트볼의 구사 비율이 높은 선수였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백승건의 전체 구종 중 포심의 비율은 61.8%에 이르렀다. 주무기인 슬라이더(28.4%)까지 보면 사실상 투피치로 경기를 끌어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포심의 평균 구속은 141.6㎞로 그렇게 빠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백승건은 “내가 어느 정도의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평균 구속이 더 올라와야 한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사실 스피드건에 찍히는 수치를 끌어올리려면 더 많은 힘을 주면 된다. 지금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다보면 전체적인 신체의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밸런스가 깨지면 제구와 커맨드가 모두 흔들린다. 상당수 투수들이 겪는 시행착오다. 백승건도 구속 상승과 밸런스 유지의 공존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그는 베로비치에서의 피칭 후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다”는 한숨을 자주 내쉬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래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백승건은 “5선발은 처음부터 들어가려고 하는 게 아니다.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도 강화에서 몸을 잘 만들면서 밸런스와 리듬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는 의외의 대답도 내놨다. 

개막 1군 진입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롱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잘 아는 코칭스태프도 지금 당장의 성적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백승건이 자신이 그리는 청사진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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