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의 99번 류현진은 팀 로테이션을 이끌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시즌을 시작한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투산(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99번은 야구장에서 흔한 등번호가 아니다. 선호되는 등번호는 더더욱 아니다.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99번의 주인공은 오히려 북미아이스하키(NHL)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다.

그런데 등번호 99번을 단 세 명의 선수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모였다. 세 선수 모두 팀의 큰 기대를 받는 핵심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류현진(33·토론토), 애런 저지(28·뉴욕 양키스), 알렉스 버두고(24·보스턴)가 그 주인공이다. 원래는 이 지구에는 저지만 있었지만, 지난해까지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류현진과 버두고가 넘어오면서 흥미로운 양상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원래 ‘99번’을 선호했던 선수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류현진은 한화 입단 당시 구대성의 15번을 받았다. 구대성만큼 뛰어난 선수로 성장했으면 하는 한화의 바람이 담겨져 있었다. 그런데 구대성이 복귀를 하면서 류현진이 15번을 다는 것은 없던 일이 됐다. 대신 류현진이 고른 번호가 99번이었다. 분명 자신이 처음부터 원했던 번호는 아니다.

저지 또한 원래 좋아하는 번호는 44번이나 35번이었다. 저지의 트위터 계정도 ‘@theJudge44’다. 하지만 44번은 레지 잭슨의 번호로 영구결번돼 저지가 달 수 없었다. 35번은 마이클 피네다가 이미 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저지는 2016년 스프링 트레이닝 때 별다른 의미가 없는 99번을 받았는데 그것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버두고 또한 보스턴과 다저스의 트레이드로 넘어오면서 처음에는 99번을 신청하지 않았다. 버두고는 다저스 시절 등번호가 27번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칼튼 피스크의 영구결번이었고 결국 버두고는 “뭔가 특별한 번호를 달고 싶었다”면서 차선으로 99번을 선택했다. 

이처럼 특이한 번호를 단 세 선수의 성적에 따라 올해 세 팀의 성적 또한 달라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102경기 출전에 머문 저지는 올해도 잔부상으로 시작이 좋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102경기에서 27개의 대포를 때렸을 정도로 장타력은 건재하다. 

버두고는 자신과 트레이드돼 다저스로 건너간 무키 베츠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버두고는 지난해 개인 최다인 106경기에 뛰며 12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7을 기록하는 등 잠재력을 뽐냈다. 보스턴이 지금과 미래를 모두 보고 데려온 선수다. 

류현진은 오히려 가장 큰 압박감에서 싸워야 할 선수다.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이 망가지며 고전한 토론토는 에이스를 영입하기 위해 류현진에게 구단 역사상 투수 최고액인 4년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자유계약선수(FA) 이적이라는 점에서 그에 걸맞은 실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토론토는 양키스나 보스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팀이라는 점에서 어깨의 짐은 가장 무겁다. 

스포티비뉴스=투산(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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