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폼 수정에 나선 최준우는 공수주 모두에서 발전된 기량으로 1군 엔트리에 도전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외할아버지는 손자가 프로 무대에서 뛰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1군에서 경기가 있을 때는 직접 경기장도 찾았다. 외할아버지는 “1군에서 뛰니 너무 좋구나.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손자는 열심히 노력해 외할아버지에게 꼭 선물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악바리처럼 훈련했고, 지난해 1군에 데뷔해 15경기에 뛰었다. 이제는 ‘1군 고정 선수’가 돼 매일 즐거워하시는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상상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는 그 선물을 받기 전 먼저 세상을 뜨셨다. 최준우(21·SK)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1군에서 뛰는 손자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SK 퓨처스팀(2군) 캠프를 소화하기 위해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들어온 최준우는 최근 외할아버지의 부고라는 믿기 어려운 소식을 받아들었다. SK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는 즉시 귀국을 권유했다. 가시는 길의 마지막을 배웅하라고 재촉했다. 최준우도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말렸다. 부모님은 “캠프가 얼마나 중요하느냐”며 되레 아들을 설득했다. 

최준우는 “외할아버지가 마지막 가시는 길이니 오히려 내가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생각해보니 부모님 말씀도 맞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았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많이 생각하고 많이 울다보니 정리가 됐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손자가 TV에 나오고, 1군에서 뛰는 장면을 기뻐하셨던 생전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외할아버지가 하늘에서라도 그런 광경을 보며 즐거워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을 다잡았고, 이를 더 악물었다. 자신과 새로 한 약속을 생각하며 스윙을 하고, 또 수비를 한다. 힘들 때도 인자하신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린다. 최준우는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니 힘들어도 10번씩은 더 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준우는 SK의 기대주다. 2루수로 방망이 하나만 놓고 보면 다른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캔버라 유망주캠프부터는 타격폼에도 변화를 줬다. 지금은 한창 그것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최준우도 “아직 실전을 하지 못해 나도 확신은 없다. 해왔던 것들이 아니다보니 어색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그 속에서 내 것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비시즌 훈련은 누구에 뒤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다. 체중도 불리고,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최준우는 “치면서 새로운 폼에 대해 느끼는 것 같다. 타구질이 내가 보기에도 강해졌다. 그러다보니 나도 재밌고, ‘아, 이게 맞는 것이구나’는 생각도 든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타격과 수비지만, 주루에도 많은 포커스를 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금은 과정에 대한 확신을 더해가고 있었다. 

1군 캠프에 가지 못한 것이 섭섭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최준우는 “처음에는 조금 속상하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직 많이 부족했다”면서 “더 이상 속상해봐야 좋을 게 없다. 코치님들도 ‘앞으로 그 사람들을 잡으면 된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하늘에 계신 외할아버지라는 또 다른 동기부여도 추가됐다. 당당하게, 더 자신 있게 1군 무대를 밟고 싶은 이유다.

최준우는 “타격도 그렇고, 수비도 많이 바뀌고 있다. 내가 자신 있게 보여드리면 팬분들이 잘 알아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아직 실전을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자신은 있다. 뭔가 모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영정에 후회나 부끄러움을 남기고 싶지는 않은 손자가 더 단단한 각오로 달려나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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