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브리그'를 만든 이신화 작가, 정동윤 PD(왼쪽부터). 제공| SB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정동윤 PD, 이신화 작가가 '스토브리그' 뒷이야기를 전했다.

정동윤 PD, 이신화 작가는 24일 서울 목동에서 열린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드라마 제작 전반에 대한 여러 가지 속얘기를 털어놨다.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공식을 깨고 지난 14일 19.1%로 종영했다. 프로야구팀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와 선수들을 뒤에서 돕는 프런트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야잘알(야구를 잘 아는 사람)'도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사로잡은 드라마로 방송계에 새 역사를 썼다. 

'스토브리그' 인기의 주역 정동윤 PD, 이신화 작가는 종영 이후까지 뜨겁게 이어지는 시청자들의 사랑에 고개를 숙였다. 

정동윤 PD는 "배우, 스태프들과 마지막회를 같이 봤는데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모두 환호하고 그랬을 때 더 이상 시청률은 중요하지 않더라. 작품이 잘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연출자 입장에서 감사하다. 아직까지 찾아봐주시고 물어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이신화 작가는 "배우분들이 포상휴가까지도 '과몰입'을 유지해주셨다. 배우분들 덕분에 시청자 분들도 과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스토브리그'를 연출한 정동윤 PD. 제공| SBS

'스토브리그'는 종영 이후에도 시즌2 제작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신화 작가는 "몇 가지 아이디어는 있는데 시즌1에 제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야구가 방대한 소재가 많긴 하지만, 지금 16화를 채울 수 있는 자신이 도무지 없다"며 "현재는 1, 2화 정도 채울 수 있는 아이디어는 있다. '돌아오지 말걸 그랬어' 이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아이디어가 넘칠 때 시즌2를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시즌2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동윤 PD는 시즌2를 위해 백승수 단장의 태릉선수촌 입성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정동윤 PD는 "백승수를 태릉선수촌으로 보내자고도 했다. 뭘 선택할지 모르게 여러 가지 화살표도 만들어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고, 이신화 작가는 "페이커를 영입하는 e스포츠 내용일 수도 있다. 저희끼리는 주짓수 드라마를 만들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스토브리그'는 SBS에서 드라마화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016년 MBC 드라마 공모전 당선작(우수상)이었던 이 드라마는 수상 이후에도 3년을 넘게 표류했다. MBC, tvN 등 많은 방송사를 떠돌았던 '스토브리그'를 이신화 작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SBS에서 흥행을 일궜다. 

이신화 작가는 "5년째 이 작품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작가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와 비슷할 것 같다. 이 나이에 공부로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라 다른 좋은 직업을 찾기도 힘들었다. 이대로 그만두면 제 인생에 꼬장을 부린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다른 작품을 쓰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물잔에 물을 반쯤 채워놓고 나머지는 안 채운다는 생각도 들어서 어떻게든 이걸 만들어줄 분들을 찾다가 지금 제작사 대표님을 만났고, 계속 좋은 인연을 잇게 됐다"고 설명했다. 

▲ '스토브리그'를 집필한 이신화 작가. 제공| SBS

특히 이신화 작가는 박지은 작가의 보조작가로 일했던 이력도 있다. 같은 시기 박지은 작가의 '사랑의 불시착'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 윈윈했던 그는 "박지은 작가님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좋은 분이고, (경쟁하게 돼) 부담스러웠다"며 "저희 팀을 자랑스러워 하실만한 성과를 거둬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팀이 새 시즌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를 소재로 한 덕에 실제 구단, 실제 선수들을 모티프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이신화 작가, 정동윤 PD 모두 이 부분에 대해 "실화를 모티프로 한 것도 있지만, 아닌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신화 작가는 "드림즈가 스토브리그 기간 마땅히 해야할 것들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구성했다. 실화를 참고한 것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참고하지 않고 극성을 강화했는데 오히려 그 사건과 관련된 실화를 시청자 분들이 찾아내주신 경우도 있다. 저 역시 보고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두기 캐릭터를 위해 양현종 선수를 참고했다는 시청자들의 추측은 맞지만, 김태균, 이대호를 보고 임동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추측은 다르다. 이 작가는 "강두기는 한국의 양현종, 일본의 구로다 히로키 선수를 섞었다. 두 선수 모두 팀사랑도 남다르고 멋있는 선수"라며 "임동규 선수는 실제 인물의 뼈대도 없다. 임동규를 만들기 위해 참고했다는 두 분은 사실이 아니다. 두 분은 팀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고, 임동규와는 완전히 다른 좋은 평가를 듣고 있는 분들"이라고 해명했다. 

▲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스토브리그' 이신화 작가, 정동윤 PD(왼쪽부터). 제공| SBS

정동윤 PD, 이신화 작가가 16부의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서로 돕는 세상'이었다. 이 메시지는 마지막회 자막을 통해 가장 명징하게 드러났다.

정동윤 PD는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가 서로 도울 거니까' 이 멘트는 기획안에도 적혀 있었다. 백승수라는 인물이 현실에 존재할 법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없는 판타지 같은 인물이다. '스토브리그'를 보고 있는 분들이 자신이 백승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으면 했다"며 "혼자 힘으로는 안 되지만, 모두의 힘으로는 이겨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중에는 권경민까지도 함께 좋은 쪽으로 향해 나간다는 것, 그것이 '스토브리그'가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신화 작가는 "감독님이 종방연에 오셔야 하는 시간에 자막을 넣으면 어떠냐고 하시더라. 자막으로 주제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시간까지 작품을 잡고 계셨던 감독님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는 세련되지 못하게 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느냐 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이미 시청률이 10%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그 메시지를 못 보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저는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계속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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