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빠르게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국내 체육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뿐 아니다. 코로나 19는 세계 각국에 거대한 위협으로 떠올랐다. 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둔 일본은 물론 이란과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오대륙 육대양을 넘나든다.

◆시범경기 취소 가능성도…비상 걸린 KBO

다음 달 14일 시범경기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는 초비상이다.

개막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으면 시범경기 일정을 단축하거나 무관중 경기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취소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정규리그는 일단 정상운영으로 초점을 맞췄다. 하나 낙관할 순 없다. KBO 관계자는 "하루하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연기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여름 올림픽 휴식기도 있다. 정규리그 개막이 늦춰질 경우 경기 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관중 경기로 선회…"조기 중단도 배제 못해"

코로나19 파장이 일기 전 이미 시즌을 개막한 프로농구는 결국 무관중으로 선회했다. 애초 철저한 방역과 신체 접촉을 수반한 팬 참여형 이벤트 금지로 정상 운행 뜻을 비쳤지만 접었다. 위기감 확산으로 흥행 동력이 꺼질 가능성이 크고, 만에 하나 경기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문책성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25일 정규리그 진행과 관련해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연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21일부터 무관중 경기에 돌입했다. ⓒ 곽혜미 기자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21일부터 무관중 경기에 돌입했다. 부천 하나은행과 부산 BNK 썸 전을 시작으로 관중을 받지 않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일찌감치 D-리그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했다. 25일에는 정규리그 관해서도 논의를 시작한다. 중단과 단축, 무관중 경기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대표 팀 일정으로 얻은 휴식기 동안 입장 정리를 끝낸다는 계획. KBL 관계자는 “25일 이사간담회를 통해 폭넓은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그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연고지 체육관 사용을 잠정 중단해 달라는 안을 10개 구단에 직간접적으로 건넸다. 이른 시일 안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KBL이 지자체 의견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 팀은 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A조 예선 2차전을 무관중으로 치렀다. 관중 없이 치르는 경기인데도 철저한 통제 속에 진행됐다.

선수단과 FIBA 관계자, 취재진은 모두 통로 하나로만 입장했다. 경기장 들어설 땐 최근 2주 동안 해외 체류 경험과 발열 증상 등을 묻는 문진표를 작성해야 했다. 이어 정상 체온을 확인하는 열 측정이 이뤄졌다. 

KBL뿐 아니라 대한민국농구협회도 코로나19 위기감을 공유하며 방역에 온 힘을 다하는 모양새였다.

◆K리그 개막 연기 '초강수'…장고 들어간 프로축구

봄맞이를 준비하는 축구계도 고민이다. 오는 29일 시즌 킥오프를 예정했던 프로축구연맹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경기를 미뤘다. 대구FC-강원FC(DGB대구은행파크), 포항스틸러스-부산아이파크(포항스틸야드) 경기를 연기했다.

오는 26일 예정했던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도 취소했다. 같은 날 진행하려던 K리그 아카데미 신인·외국인 선수 교육 과정도 취소했다. 선수단 참석 행사를 일체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20시즌 K리그 개막 연기를 전격 결정했다. ⓒ 곽혜미 기자
24일 오후 긴급이사회에선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2020시즌 K리그 개막을 잠정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심각' 단계로 격상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해 국민과 선수단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 팀 훈련장인 파주NFC를 23일부터 봉쇄했다. 현재 파주에는 여자 축구 대표 팀이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배구도 無기한 無관중…"코로나19 호전 때까지 계속"

한국배구연맹(KOVO)은 무기한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지난 22일 김윤휘 사무총장이 주재한 긴급 회의에서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무기한 무관중 조치는 25일부터 적용된다. 수원에서 열리는 남자부 한국전력-삼성화재, 대전에서 열리는 여자부 KGC인삼공사-IBK기업은행 경기부터 이뤄진다.

KOVO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세가 매섭다. 정부 대응 단계도 심각으로 격상된 만큼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리그 운영 연속성과 (코로나19) 추가 확산 방지,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KOVO는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관중 없이 계속 경기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사상 초유의 단축 시즌…경각심 울린 핸드볼

핸드볼은 아예 시즌을 접었다. 사상 초유 '단축 시즌'으로 한 해 농사를 마감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SK핸드볼코리아리그를 조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 대한핸드볼협회는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SK핸드볼코리아리그를 조기 종료했다. ⓒ 곽혜미 기자
애초 여자부는 총 3라운드를 치른다. 지난 22일에야 2라운드를 마쳤다. 여기가 마침표였다. 대한핸드볼협회 발 빠른 대처로 올 시즌 여자부 항해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 남자부는 전체 4라운드 가운데 3라운드가 끝나는 다음 달 1일 일정을 마치려 했다. 하나 코로나19 파장에 23일 자로 끝을 맺었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일정 연기나 무관중 경기도 검토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시즌을) 운영하기 보단 경기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확진자 발생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게 맞다고 봤다. 남녀부 14개 구단 의견도 수렴했다"고 전했다.

◆빙판 위도 안심은 금물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사무국은 무관중 카드를 택했다. 25일 안양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안양 한라-오지 이글스가 맞붙는 플레이오프 3차전을 무관중 경기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사무국은 "정부 당국 요청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안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연고지 안 감염 위협이 있는 만큼 사무국도 정부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도 '빨간불'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도 초비상이 걸렸다. 안전 개최에 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달 22일부터 여드레간 열리는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일단 지난 22일 열릴 예정이던 대회 조추첨식은 연기됐다. 주최 측은 진화에 적극적이다.

▲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 진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곽혜미 기자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과 스티브 데이튼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은 사흘 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회는 정상 개최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회견 당시에는 부산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ITTF 데이튼 회장은 회견에서 “(정상 개최 의지가 강하지만)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다면 개막 연기 등 여러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세가 꺼지지 않을 경우 어렵게 유치한 국제 대회가 연기·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ITTF로서는 해외 선수단이 품을 대회 참가 불안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경마, 경륜, 경정도 잠정 중단…"메르스 때도 운영했건만"

경마, 경륜, 경정도 잠정 중단됐다. 한국마사회는 23일 과천 렛츠런파크를 비롯해 부산, 경남, 제주 경마장 등에서 예정된 경주를 전격 취소했다.

경마장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정상 운영됐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 쇼크'를 무겁게 느낀다는 증거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본부도 23일 경륜 경기와 26~27일 경정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 발원지 중국 넘어 전 세계가 쇼크…"지구촌이 멈춰 섰다"

지구촌 스포츠가 멈춰 섰다. 코로나19 파장이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속도도 빠르고 범위도 광활하다.

오는 7월 개막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개최 여부가 초미 관심사다. '올림픽 특수'를 누리려는 일본 재계와 지지율 상승을 꾀하는 정계 모두 "취소는 없다. 예정대로 7월 24일 개막할 것"이라 강조하고 있지만 낙관할 순 없다.

이미 잰걸음을 뗐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관련 행사를 축소 취소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면밀히 주시한다는 방증이다.

조직위는 애초 지난 22일 시작 예정이던 자원봉사자 교육을 5월로 연기했다. 약 8만 명이 참가하는 대형 프로그램이라 추가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올림픽과 패럴림픽 종목별 테스트에 일본 선수만 참가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테스트는 오는 28일부터 5월까지 총 19차례 열리는데 당분간 관중과 외국인 선수 없이 진행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조직위와 '온도'가 비슷하다. 이미 다수 중계권·스폰서 계약을 맺은 상황. 천문학적인 돈이 오간 상태에서 IOC가 대회 취소나 개최지 변경 같은 초강수를 집을 가능성은 낮다. 과거 하계 올림픽이 취소된 경우는 총 3차례 있었다. 모두 제1,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한 중단이었다. 전쟁 외에 IOC가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사례는 전무하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는 리그 중단 강수를 꺼냈다.

24일 현재 이탈리아 보건 당국이 확인한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52명(사망자 3명). 전날 보고된 76명에서 2배 넘게 증가했다. 확산세가 매우 빠르다. 특히 북부에 위치한 롬바르디아주에서만 확진자가 89명으로 증가했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전파 속도가 매섭다.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 프로 축구 리그인 세리에A 잔여 경기를 모두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지난 22일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에서 열리는 모든 스포츠 경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감염 속도를 더 면밀히 관찰할 것이다.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되면) 다음 주 세리에A 전 경기 취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초기 대응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리에A 세 경기(인테르밀란-삼프도리아전, 아탈란타-사수올로전, 헬라스 베로나-칼리아리전)가 잠정 연기됐다. 세 경기가 열리는 장소 모두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롬바르디주와 베네토주 등지였다. 이밖에도 세리에B(2부 리그)와 아마추어 경기 등 약 40경기가 무기한 미뤄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일본행'을 거부했다. 다음 달 일본에서 치르려던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 팀끼리 친선경기에 불참 뜻을 밝혔다.

일본 축구계 역시 리그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호치'는 23일 "J리그 사무국이 리그 중단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실제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요청에 따른 결정"이라고 적었다.

J리그 사무국은 지난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각 구단 사장이 참석한 긴급 실행위원회를 꾸려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선수나 프런트 직원이 감염되면 해당 팀 다음 경기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사망자 6명이 나온 이란도 특단 조처를 내렸다. 24일부터 열흘간 자국 내 모든 스포츠 경기를 중단했다. 의료 시설뿐 아니라,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방역 용품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한 지침이다. 군중이 몰리는 행사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골프 대회 또한 세계 각지에서 중단 취소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세계 스포츠계가 위축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