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KBO 구단들은 귀국 직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투산(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빠른 확산세에 프로스포츠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전지훈련차 해외에 나가 있는 KBO리그 팀들도 점차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최근 며칠 사이 빠르게 확산되며 국내에서만 확진자 1000명 문턱에 이르렀다.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게 될 수밖에 없는 프로스포츠 또한 비상이 걸렸다. 여자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무관중 경기 진행을 확정했고, 프로야구보다 개막이 조금 빠른 프로축구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을 연기했다. 

프로야구는 아직 개막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아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안일함을 키웠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다. KBO는 지금까지 한 달 이상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선적으로는 열 감지 시스템 구축, 마스크 무료 배포 등 1차원적인 대응 방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제 마스크는 의미가 없다”는 한숨이 나온다.

당장 코로나19와 관련된 실행위원회는 3월 초에나 열릴 예정이다. 시범경기 취소 및 리그 개막 정상 진행 여부 등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들이 이 자리에 논의될 예정이다. 10개 구단 마케팅 팀장들이 우선적으로 먼저 모이지만,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없다. 구단에서는 “KBO의 대처가 너무 늦다. 실행위원회는 이미 실시됐어야 한다”는 불만이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리그 단축이다. KBO나 10개 구단은 아직 그런 상황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돈이 너무 많이 걸려 있다. 구단은 144경기를 기준으로 광고 계약을 하고, KBO도 144경기를 기준으로 방송 중계권 계약을 한다. 구단들은 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시범경기 취소마저도 부정적이다. 선수들이 시즌에 맞춰 몸을 끌어올릴 기회가 사라지는 탓이다.

하지만 전지훈련 종료 직후가 변수다. 한 구단 코치는 “지금은 해외에 나가 있는 선수들이 오히려 더 안전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전지훈련이 끝나고 한국에 들어간 다음이 걱정”이라면서 “특정 구단에서 확진자 1명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리그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가정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현실성이 있다. 확진자 1명이 나오면 자연히 그 선수와 접촉이 있었던 모든 선수들과 프런트 직원들은 자가 격리 대상이 된다. 야구는 최소 20~30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단체 운동이다. 클럽하우스도 같이 쓰고, 버스도 같이 탄다. 격리 대상이 2~3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확진자가 더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 2주는 구단 운영이 마비되는 것이다.

만약 이 선수가 경기에 뛰었다고 가정하면 더 최악의 상황이 된다. 그라운드에서 이 선수와 직접적으로 접촉한 상대 팀 선수까지 격리 대상이 되고, 상대 팀 운영 또한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1개 팀만 리그에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못해도 리그 중단은 불가피하다. 올해는 도쿄올림픽 휴식기도 있어 리그 중단은 사실상 ‘리그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각 구단들은 귀국길에 오르는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예방 수칙은 물론 행동 방침까지 내릴 예정이다. 확진자 1명이 리그 파행을 부를 수 있는 만큼 “되도록 자택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권고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구단 단장은 "비상 사태 선포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도 철통 방어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 한 달이 2020년 시즌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투산(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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