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묵묵히 개인훈련을 진행 중인 강정호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투산(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강정호(33)에게 이번 오프시즌 도움을 준 이숭용 kt 단장은 강정호의 첫 날 타격을 잊지 못한다. 이 단장은 “타격을 하는데 공이 다 뒤로 갔다”고 떠올렸다. 제대로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의미다. 

이 단장이 깜짝 놀라 선수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탁 트인 야구장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 5개월 만에 처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간 개인 훈련을 충실하게 소화하기는 했지만, 추운 날씨 탓에 대부분 실내에서 했다. 실내와 야외는 또 느낌이 다르기 마련이다. 오랜 공백에 또 한 번의 공백이 겹친 강정호는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지난 지금. 강정호는 빠르게 몸을 만들며 언제가 될지 모를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강정호는 kt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 거의 매일 출근한다. 웨이트트레이닝, 컨디셔닝, 그리고 가벼운 타격과 수비 훈련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kt 선수들의 일정에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운전을 해주는 사람은 따로 있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음주사고를 낸 강정호는 실전 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2017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3년간 출전 경기는 고작 68경기다. 마이너리그 경기와 도미니카 윈터리그 경기를 다 합쳐도 100경기가 채 안 된다. 게다가 이제는 젊지 않은 나이다. 앞으로의 전망이 그렇게 밝은 것도 아니다. 실제 현재는 불러주는 팀이 없다. 팀들의 상황 변화가 생길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 컨디션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kt 선수들과 코치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렇다. 황재균은 “아침부터 나와 훈련을 열심히 한다. 몸 상태는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김연훈 코치는 “(강)정호와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인데 훈련 때 보면 생각보다는 몸이 좋다. 수비할 때도 잘 따라다니고, 방망이도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벌도 받아야겠지만, 경력은 계속 이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조금씩은 묻어있다. 전 소속팀(넥센)에서 강정호와 한솥밥을 먹은 유한준은 “예전과 비교해도 몸은 괜찮은 것 같다. 수비하는 것과 타격 모두가 그렇다”면서 “나만 안타까운 것은 아닐 것이다. 빨리 좋은 팀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걱정했다. 이 단장 또한 “우리가 여기를 떠나기 전 뭔가 계약 소식이 들려야 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실제 타격 훈련에서도 강정호는 펜스를 넘기거나 펜스 앞에 떨어지는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냈다. 수비도 기본적인 펑고는 무난하게 다 받아냈다.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고 있다. 다만 실전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kt 소속이 아니기에 연습경기를 같이 할 수도 없고, 동료들이 경기에 들어가면 홀로 떨어져 개인훈련을 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강정호가 이겨내야 할 과제다.

아직 국내 복귀 생각은 없다. 일각에서는 일본 진출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특별한 상황은 없다. 오직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기다리며 계속 도전한다는 생각이다. kt는 투산에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라하게 시작한 강정호의 2020년 마지막에 어떤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지, 많은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투산(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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