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램파드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바이에른뮌헨전 패배로 '가야 할 곳'을 확인했다.

첼시는 26일 오전 5시(한국 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여린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0-3으로 졌다.

"첼시가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가 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경기 총평이다. 내용, 결과 모두 완패였다. 점유율부터 37-63으로 크게 밀렸고 슈팅도 7-15이었다. 심지어 활동량에서도 114.0km로, 115.8km를 기록한 바이에른에 밀렸다. 램파드 감독이 사실상 첼시의 패배를 인정한 발언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직 우승 컵을 따내기엔 부족한 팀'이란 냉정한 평가였다.

다만 램파드 감독의 발언이 단순한 패배감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바이에른은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는 말은 바이에른처럼 '우승 후보'가 되기까지 거리를 확인했다는 말로도 들린다. 첼시는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결과에만 주목하지만 첼시는 시즌 개막 당시 가장 많은 우려를 샀던 팀이기도 하다. 1부 리그 팀을 처음으로 맡아보는 '초보' 감독에,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때문에 선수 보강도 제대로 하지 못한 선수단. 그 와중에 에이스 노릇을 하던 에덴 아자르는 스페인으로 떠난 상황이었다.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 챔피언스리그에서 녹아웃스테이지 진출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첼시의 행보는 시즌 전 예상을 고려할 때 성공으로 부를 만하다.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4위를 지키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에 유리한 고지에 섰다. 발렌시아(스페인), 아약스(네덜란드), 릴OSC(프랑스)까지 만만치 않은 팀들이 모인 챔피언스리그 H조에서도 생존했다.

"공을 잡을 때 자신감이 없었고 그게 가장 실망스러운 점이다. 우리의 경기를 하고 싶었다. 시즌 내내 그랬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치열한 분위기에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램파드 감독은 경기 결과보다 내용에 실망감을 표했다. 이번 시즌 내내 램파드 감독은 하고자 하는 축구를 꾸준히 밀어붙이고 있다.

전방 압박을 강조하고, 세밀한 패스 전개와 역동적인 침투를 한다. 첼시의 스타일은 지난해 11월 열렸던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맨체스터시티전에서 이미 증명됐다. 첼시는 맨시티에 1-2로 패했지만 점유율에선 53.3%로 우위를 점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를 거치며 치른 약 1부 리그, 약 400경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첼시는 믿을 수 없이 강한 팀이다. 램파드는 용감한 감독"이라면서 "높은 수준 경기의 전형이었다"고 호평했다.

바이에른전에도 준비해 온 경기 스타일은 첼시다웠다. 소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싸우려고 했다. 하지만 완성도가 문제였다. 조르지뉴는 "피치 위에서 우리는 간결하지 않았다. 하나의 팀으로서 압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이에른이 공을 잡고 있을 때 자신감을 줬고 플레이도 쉽게 만들었다"며 첼시 본인들의 경기력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녹아웃스테이지에 돌입한 챔피언스리그의 수준을 알아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경험이 없었다.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은 나이가 많든 어리든, 나 자신 외에 팀의 다른 부분들을 보지 못한다. 참고해야 할 팀들이 많다. 우리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감독직을 맡은 뒤로 늘 느끼던 것이다. 첼시 선수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를 이용해야 한다."

'경험'은 이번 패배에서 건진 성과다. '완성된 팀' 혹은 '우승 후보'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개인 기량과 전술적인 움직임에서 첼시보다 모두 강했다. 전반전은 그럭저럭 버텼지만 후반 6분 세르지 그나브리에게 실점하면서 무너졌다. 바이에른은 한 수 위의 개인 기량을 앞세워 첼시의 압박을 벗어나면서 크게 열린 첼시의 후방을 공략했다. 결국 그나브리에게 추가 실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쐐기 골까지 내주며 무너졌다. 첼시가 스타일을 유지한 채로 승리하고 싶었다면 더 조직적이고 강한 힘싸움을 걸어야 했다.

바이에른뮌헨이라는 팀이 주는,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무대가 주는 압박감을 처음 겪어본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성장의 여지가 크다. 

첼시의 선수단 평균 나이는 26.1세로 프리미어리그에서 5번째로 어리다. 더구나 메이슨 마운트(21세), 태미 에이브러햄(22세), 피카요 토모리(22세),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23세), 크리스티안 퓰리식(21세), 리스 제임스(20세) 등 어린 선수들이 1500분 이상 경기를 뛰었다. 사실상 주전 선수들의 절반 정도가 20대 초반으로 이뤄진 젊은 팀이다. 또한 여름 이적 시장에서 보강도 가능하다. 램파드 감독이 "톱4를 위해 싸울 것이다. 여름엔 보강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래를 바라보겠다고 밝힌 이유다.

"긍지를 갖고 경기해야 하고, 점수는 그리 신경쓸 필요는 없다. 0-3으로 지고 있단 걸 알고 있고 불리한 위치인 것도 명백하다.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는 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램파드 감독의 생각은 여전히 뚜렷하다. 점수에 집착하는 대신 바이에른이란 강팀을 맞아 첼시가 얼마나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첼시는 지금 완성된 팀이 아니라, 한두 시즌을 거치며 더욱 강해질 팀이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맨체스터시티에서 보낸 첫 해(2016-17시즌)를 무관으로 마무리하지 않았던가. 완패했지만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하며, 결과보다 과정을 강조하는 램파드 감독은 몇 시즌 후에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정상을 노리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