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파이터 최초로 UFC 라이트헤비급에 진출한 정다운이 '계획'을 밝혔다. 옥타곤 3연승과 톱15 진입 교두보 마련. 두 마리 토끼를 좇는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잔뼈 굵은 베테랑이다.

UFC 2연승을 달리고 있는 라이트헤비급 신성 정다운(26, 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이 옥타곤 세 번째 경기를 준비한다.

상대는 종합격투기 데뷔 17년째 베테랑 에드 허먼(39, 미국). 38전을 치른 백전노장을 제물로 UFC 3연승에 도전한다.

정다운은 26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허먼 오퍼가 들어왔을 때 별 생각 없었다(웃음). 덤덤했다. '또 경기를 뛰는구나' 싶었다. 직전 경기에서 부상이 없었기 때문에 (텀을 짧게 두고)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더 덤덤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첫 미국 원정이다. 정다운은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오픈핑거글로브를 낀다. 오는 5월 3일(한국 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174가 무대다.

경력이 말한다. 허먼은 노련한 경기 운용이 강점이다. 원체 경험이 풍부하다. 클린치 상황과 그래플링 공방, 스탠딩 타격전 모두 옵션이 많다. 상대 수(手)에 영리하게 반응한다.

정다운도 수긍했다. 하나 자신감은 충만했다. 이 정도 허들도 못 넘으면 옥타곤 롱런은 언감생심이란 말씨였다.

"일단은 UFC에서 10년 넘게 뛴 선수 아닌가. (기량이 검증된) 노련한 파이터다. 예전에 글로버 테세이라도 이겼던 전력이 있더라. 그러나 지금은 기량이 '올라가는' 선수가 아니지 않나. 허먼 정도 선수를 넘어야 더 높은 레벨 파이터를 (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이기겠다."

▲ 정다운은 라이트헤비급 초신성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오는 5월 3일(한국 시간) 첫 미국 원정에서 그 가능성을 타진한다. ⓒ 한희재 기자
허먼은 지난해 11월 UFC 파이트 나이트 163에서 하디스 이브라기모프(24, 러시아)를 만장일치 판정으로 눕혔다. 노련미가 돋보였다.

무작정 맞불 놓지 않았다. 상황마다 효율적인 길을 찾았다. 젊은 그래플러에게 한 수 가르친다는 인상이 짙었다.

정다운과도 주먹을 맞댔던 이브라기모프는 경기 초반부터 적극성을 보였다. 자신보다 15살 많은 베테랑 파이터를 빠르게 케이지쪽으로 몰아붙였다. 쉼 없이 전진하면서 원투 콤비네이션을 넣었다.

허먼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이용했다. 펜스를 등진 상태서도 쉽게 겨드랑이를 내주지 않으면서 1차 방어선을 쳤다. 이후 니킥과 보디 훅으로 포인트를 착실히 뺏었다.

정다운은 걱정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싸움을 선호할 뿐더러 자신이 키가 5cm 더 크기 때문에 겨드랑이를 공략하는, 즉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플랜은 구사할 확률이 낮다고 힘줘 말했다.

"나도 그 경기를 유심히 봤다. 확실히 클린치 상황에서 겨드랑이를 잘 안 내주긴 하더라. 하지만 난 겨드랑이를 파는 스타일이 아니다. (195cm로) 키가 크기 때문에 넥 클린치를 즐겨 쓰는 편이다."

"그래서 (허리나 겨드랑이를) 파기보다는 상대 목을 콘트롤하는 데 집중한다. 그게 나한테 더 맞다. 허먼 전도 내가 이브라기모프를 꺾었을 때와 비슷할 것 같다. 허먼이 이브라기모프보다 신장이 작기 때문에 이번에도 목을 잡아서 '위에서 아래로' 찍어누르는 싸움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허먼은 웰라운드 유형으로 분류된다. 통산 24승 가운데 7승을 (T)KO, 14승을 서브미션으로 따냈다. 궤적이 큰 오른손 훅과 로 킥을 잘 쓴다. 암바와 니바, 리어네이키드초크 등 다양한 초크 기술도 지녔다.

정다운에게 웰라운드 파이터를 만났을 때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물었다.

"웰라운드 스타일을 만나면 보통 카운터를 많이 준비한다. 방어하면서 바로 카운터 꽂을 수 있는 플랜을 짠다. 이런 유형은 주무기는 없지만 레슬링도 잘하고 타격으로 붙어도 데미지는 최소화하면서 '세게' 때리는 데 능하지 않나. 그런 선수일수록 더 중심을 낮춘다. 일단 내가 펀치를 받아주고(맞아주고) 빠르게 응수하는 데 집중한다."

UFC 세 번째 경기까지 약 10주 남았다. 남은 기간 중점적으로 보완하고 싶은 약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는데 아직 그래플링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래플링에서 파운딩 포지션으로 (부드럽게) 이어 가는 걸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타격도 보완할 게 적잖다. 디펜스하면서도 (내 거리에 들어오도록) 상대에게 다가가는 걸 연습한다. 내가 좀 '방방' 뜨는 스타일이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는 토대를 (세 번째 경기 전까지) 마련하고 싶다."

"MMA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계속 (다른 선수 장점을) 모방하려 한다. 레슬링은 특히 그렇다. 우리 팀(코리안탑팀)은 레슬링이 강한 팀이지 않나(웃음). 차근차근 계속 성장하려 노력하고 있다."

정다운을 지도하는 코리안탑팀 하동진 감독은 과거 "(정)다운이 최대 장점은 머리다. 머리가 비상한 친구다. 그래서 다른 아이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호평한 바 있다. 당사자 생각은 어떨까.

"글쎄, 내가 똑똑한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다만 아직 내 파이팅은 완성되지 않았다. 정립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고 싶다. 나한테 맞는 파이팅 스타일을 찾고 싶은 욕심이 크다. 복싱, 킥복싱, 레슬링 두루 접하고 싶다. 더 큰 선수가 되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 그뿐이다."

안부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말미에 자기 목표도 살짝 곁들였다.

"팬들께 항상 감사하다. 성원과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이번 경기도 반드시 이기겠다. 그래서 다음 경기 땐 더 센 선수가 (오퍼)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 UFC 데뷔 전부터 계속 말했지만 톱15 진입을 정말 이루고 싶다. 지켜봐 달라."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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