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태릉, 조영준 기자/ 송승민 영상 기자] 시간이 지날수록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기술 구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남자 싱글 못지않게 '고난이도 점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유영(16, 수리고 입학 예정)은 트리플 악셀에 성공했다.

유영은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트리플 악셀 랜딩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김예림 ⓒ 태릉, 조영준 기자

그리고 이 대회에서 놓쳐서는 안 될 또 한 명의 스케이터가 있었다. 김예림(17, 수리고)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6위를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그는 ISU가 인정한 개인 최고 점수(202.76점)를 받았다.

김예림의 기세는 이어 열린 동계체전으로 이어졌다. 그는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빙상장에서 열린 101회 전국 동계 체육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19세 이하부에서 우승했다. 김예림은 지난해 12월 회장배 랭킹전에서 유영, 임은수(17, 신현고) 등 경쟁자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까지 '2%' 부족한 경기에 늘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올 시즌 자신을 옭아맨 껍질을 털어냈다.

김연아 이후 최초로 주니어 GP 파이널 진출,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김예림은 지난 2018~2019 시즌까지 주니어 무대에서 활약했다. 그는 두 번의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리투아니아, 체코 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선전은 해당 시즌 상위 6명만 출전하는 파이널 진출로 이어졌다.

김예림은 김연아 이후 13년 만에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시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2019에서 5위에 그쳤다.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이해인(15, 한강중)에게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이 돌아갔고 김예림은 차기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항상 시즌 막판에 결말이 좋지 않았어요. 특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부진했는데 그래서 큰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죠. 항상 시즌 초반은 컨디션이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은 중후반에 컨디션을 올리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훈련했어요."

이러한 전략은 적중했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도전한 김예림은 지난해 12월 회장배 랭킹전에서 우승했다. 지난달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20에서는 여자 싱글 3위에 올랐다. 그는 이 대회에 걸린 두 장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놓고 유영, 임은수와 경쟁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흔들림이 없었던 김예림은 시상대에 오르며 우승자인 유영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성공했다.

"올 시즌은 저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랬더니 큰 실수 없이 클린 경기를 할 수 있었어요. 랭킹전부터 그렇게 했는데 결과가 잘 나왔습니다."

▲ 김예림 ⓒ 태릉, 조영준 기자

트리플 악셀 꾸준하게 연습 "고난도 점프, 포기하지 않아"

김예림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3년 전인 2016년이다. 이해 1월에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올랐고 전국 동계체전 여자 중등부에서는 유영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당시 150cm가 되지 않았던 가녀린 체구의 소녀는 어느새 훌쩍 성장했다. 현재 키가 167cm라고 밝힌 김예림은 "키가 계속 크고 있는 것 같다. 170cm까지 마음은 먹고 있다"라며 웃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키가 안 컸지만 제법 클 줄은 알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모두 크시거든요.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등을 했는데 이 대회가 끝난 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부상이 생겼고 깁스까지 하게 됐습니다. 성장기에 휴식하니 10cm나 자랐어요."

피겨스케이팅에서 키가 큰 점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싱글 상당수는 160cm에 미치지 못한다. 160cm 중반 정도만 되고 장신으로 분류된다.

키가 클수록 상체부터 눌리는 무게 중심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다. 또한 점프를 뛸 때 다른 선수보다 많은 힘을 써야 한다.

▲ 김예림 ⓒ 곽혜미 기자

"체력과 점프 타이밍이 느려지는 점에서 힘든 것은 있어요. 아직은 키 때문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는데 주변에서 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웃음) 저 같은 경우는 (부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나와서 몸을 많이 풀고 빙상장에 들어가요."

어느덧 여자 싱글도 고난도 점프가 없으면 국제 대회 상위권 진입이 힘든 시대가 왔다. 김예림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선수가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처음 뛰었는데 앞으로 많은 선수들이 고난이도 점프를 들고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저도 그것을 보고 연습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훈련을 간 점도 트리플 악셀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비시즌에도 연습은 했는데 어느 정도 완성된 뒤 부상으로 마지막 완성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어요. 올 시즌이 끝난 뒤 다시 집중적으로 연습할 생각인데 만약 성공하면 안 뛸 이유는 없습니다."

김예림도 미래를 대비해 고난도 점프를 꾸준하게 연습했다. 그는 "저도 트리플 악셀을 예전부터 연습해왔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고난도 점프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라며 당차게 말했다.

그의 우상인 김연아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김예림은 "1주일에 한 번 (김)연아 언니가 태릉에 오신다. 1시간 반 동안 프로그램을 체크해주시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예림은 다음 달 1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변하지 않는 성실함'이다. 주변인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그는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에 도전한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선은 제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욕심은 버리려고 생각해요. 기대치도 높게 잡으려 하지 않고 제 것만 잘했으면 좋겠어요."

스포티비뉴스=태릉, 조영준 기자/ 송승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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