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대, 여의도 증권사 출신 파이터 최제이가 3연패 탈출을 노린다. ⓒ 홍은동,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홍은동, 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사춘기를 미국에서 보냈다.

부모님 기대가 컸다. 중고교 6년 내내 버지니아주에서 공부했다.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여의도 증권사에 취직했다. 외화 펀드를 다뤘다. 평범하나 탄탄한 길. 높은 연봉과 사회 지위, 힘 있는 명함을 손에 쥐었다.

여의도 삶은 오래가지 않았다. 건강을 잃었다. 커피, 드링크, 배달 음식으로 때우는 끼니와 반복되는 모니터링, 잦은 야근과 회식에 금세 이상 신호가 왔다. 급성 신장염. 체중이 36kg까지 빠졌다. 회사를 그만뒀다.

방파제가 사라졌다. 파고는 거칠었다. 막상 퇴사하니, 막막했다. 명함 지위 수입이 싹 사라졌다. 처음으로 '평범'에서 이탈한 시간. 우울증이 왔다.

"몸도 마음도 모두 아팠다. 그때였다. 동네 작은 무에타이 체육관이 눈에 들어오더라. 무작정 가서 등록했다." 

"분명 일반 회원으로 등록했다. 그런데 관장님이 생활체육대회에 나가라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죽을 쒔다. 5연패했나(웃음). 하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여섯 번째 경기에선가 첫 승을 거뒀는데 정말 기뻤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 최제이(왼쪽 둘째)와 홍예린(왼쪽 셋째)이 29일 정다율 볶음짬뽕 제우스FC 004에서 주먹을 섞는다. ⓒ 홍은동, 한희재 기자
'금융권 출신 파이터' 최제이(33)가 오픈핑거글로브를 낀다.

29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정다율 볶음짬뽕 제우스FC(이하 ZFC) 004에서 홍예린(17, DK 멀티짐)과 주먹을 맞댄다. 여성 아톰급 체중으로 맞붙는 경기.

최근 3연패로 흐름이 좋지 않다. 2017년 10월 이후 승리가 없다. ZFC에서 반등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가지 않은 길은 동경(憧憬)이다. 늘 궁금하다. 반면 간 길은 애증이다. 애증후박이 교차한다. 최제이에게 물었다. 격투계로 진로 튼 걸 후회한 적은 없었냐고.

"어제(27일) 사우나 들어가서 안간힘 쓰는 데도 체중이 잘 안 빠질 때(웃음)? 내 나이가 이제 서른다섯이다. (시간이 갈수록) 감량이 힘들다(웃음)." 후회는 없어 보였다.

롤모델로 요안나 옌드레이칙(32, 폴란드)을 꼽았다. 자기처럼 무에타이 베이스라 닮고 싶은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과거만 못하다. 옌드레이칙은 UFC 여성 스트로급 여제였다. 2017년 5월 제시카 안드라지를 꺾을 때만 해도 적수가 없는 '절대 1강'이었다.

하나 로즈 나마유나스에게 충격의 2연패를 당한 뒤 모든 게 꼬였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12월에는 새 길을 모색했다. 플라이급 타이틀에 도전했다. 역전 만루홈런을 노린 승부구. 그러나 범타로 물러났다. 발렌티나 셰브첸코에게 완패했다. 만장일치 판정패.

"팬으로서 마음이 좋지 않다. 경기를 다 챙겨봤는데 마음이 아프더라. (옌드레이칙 최근 경기를 쭉 보면서) 내가 무에타이 기반이긴 하지만 그래플링을 더 정교하게 연마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셰브첸코가 워낙 센 선수라 승패는 바뀌지 않았겠지만 옌드레이칙에게 (정교한) 태클 무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하자 겸연쩍어했다. 수줍어했다.

"(파이터 최제이) 팬이 계실지 모르겠다(웃음). 승패와 관계없이 항상 화끈한 경기 보여드리겠다.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언제나 그랬듯이."

스포티비뉴스=홍은동, 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