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온 쿠텔라바는 흐느적거린 건 일종의 취권이었다고 주장하며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시작부터 분위기가 범상치 않았다.

1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노퍽 챠트웨이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69 라이트헤비급 매치. '헐크' 이온 쿠텔라바(26, 몰도바)는 경기 시작 버저가 울리기도 전에 싸움을 시작했다.

링아나운서 브루스 버퍼가 자신을 소개할 때 상대 마고메드 안칼라예프(27, 러시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몸싸움을 걸었다. 안전 요원들은 당황했지만, 관중들은 열광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헐크'의 돌발 행동으로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쿠텔라바는 이미 전날 계체에서도 안칼라예프를 자극했다. 체중계에서 내려와 마주 볼 때, 고함을 지르면서 안칼라예프를 위협했다. 안칼라예프도 신경전의 고수였다.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을 뿐이었다.

경기는 기대한 것처럼 폭발적이었다. 잠깐의 탐색전을 마치고 둘은 강력한 펀치와 킥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펼쳤다.

쿠텔라바가 시작부터 위기에 빠진 듯했다. 정타를 얻어맞은 것처럼 흐느적거렸다. 술 취한 사람처럼 상체가 흔들렸다. 그러나 다운을 당하거나 정신을 잃은 건 아니었다. 안칼라예프가 다가올 때, 있는 힘을 다해 오른손 펀치를 휘두르며 반격했다.

문제는 심판 케빈 맥도널드는 쿠텔라바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다. 계속 싸우기 힘든 상태라고 판단했다. 스탠딩 타격전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갑자기 둘 사이로 들어가 경기를 끝내 버렸다. 1라운드 시작 38초 만이었다. 쿠텔라바의 TKO패, 안칼라예프의 TKO승이었다.

그런데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자마자 쿠텔라바는 원래부터 전혀 대미지가 없던 것처럼 똑바로 서서 심판에게 왜 경기를 멈췄냐고 소리쳤다. 흐느적거린 건 연기였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옥타곤을 내려온 쿠텔라바는 백스테이지 ESPN과 인터뷰에서도 씩씩거렸다. 비틀거린 건 일종의 '취권'이었다는 말을 계속했다. "원래 전략이 카운터펀치를 맞히는 것이었다. 고개를 흔들며 비틀거린 행동도 작전의 일부였다. 모든 건 내가 계획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링아나운서 소개 때 몸싸움을 걸어 상대를 흥분시킨 것도, 흐느적거려 상대가 들어오도록 유혹한 것도 전부 미리 계획한 행동이라는 주장.

물론 쿠텔라바가 진짜 대미지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취권 연기를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쿠텔라바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연기가 너무 감쪽같아 상대가 속기 전에 심판을 속여 버렸다는 것이 크나큰 전략 미스가 아닐까.

어수선한 분위기는 경기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옥타곤 인터뷰에서 "언제라도 재대결을 받아 준다"고 말한 안칼라예프는 관중의 계속된 야유에 가운뎃손가락으로 화답했다. 백스테이지를 빠져나갈 때까지 곧게 세운 손가락을 내리지 않았다.

취권을 썼다고 주장하는 패자, 너무 서둘러 경기를 멈춘 심판, 이기고도 관중에게 불만을 나타낸 승자. UFC 역사에 길이 남을 기묘한 경기였다.

UFC 파이트 나이트 169 메인 카드 결과

[플라이급 타이틀전] 조셉 베나비데즈 vs 데이베손 피게레도
데이베손 피게레도 2R 1분 54초 펀치 TKO승

[여성 페더급] 펠리샤 스펜서 vs 자라 파이른
펠리샤 스펜서 1R 3분 37초 파운딩 TKO승

[라이트헤비급] 이온 쿠텔라바 vs 마고메드 안칼라예프
마고메도 안칼라예프 1R 38초 펀치 TKO승

[여성 페더급] 메간 앤더슨 vs 노르마 듀몬트
메간 앤더슨 1R 3분 31초 펀치 KO승

[페더급] 그랜트 도슨 vs 대릭 미너
그랜트 도슨 2R 1분 38초 리어네이키드초크 서브미션승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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