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중 경기가 펼쳐진 수원체육관 전경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16세기 아스텍 문명을 무너뜨린 건 스페인 함대가 아니었다. 천연두였다.

무적 함대보다 바이러스에 먼저 무너졌다. 역병은 아즈텍 인구 88%를 앗아갔다. 미지의 세계(천연두균)가 문명 세계를 집어삼켰다.

잉카제국 8만 대군도 그랬다. 1531년 그들은 168명에 불과한 프란시스코 피사로 군대에 뭉그러졌다. 천연두 탓이었다.

전쟁보다 유럽인과 함께 도착한 바이러스에 훨씬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 인류는 두 제국 괴멸을 기록했다. 사서에 전염병을 최대 위협이라 적었다. 동양도 마찬가지. 역병이 돈다는 풍문은 호랑이만큼 섬뜩한 위협이었다. 호환마마가 나온 배경이다.

저 때는 500년 전 전근대사회였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균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괴멸되는 종두법 이전 사회가 아니다. 시신을 굿판에 올려 역신(疫神)께 기도 올리는 시대도 아니다.

서양은 에드워드 제너, 한국은 지석영을 통해 질병은 타자화 대상이 아닌 연구 대상이라는 사훈(師訓)이 각인된 시대다. 이번에도, 인류는 답을 찾아낼 것이고 한국 사회도 정상성을 회복할 것이다.

궤도 재진입을 전제로 할 때 현재 정규 리그 중단은 뜻밖에 휴식이다. 때아닌 휴지기다. 코로나19라는 괴질에 올스톱된 지금을 영리하게 보낼 필요가 있다. 수렁 속에서도 별은 보인다. 별을 찾아야 한다. 그간 해묵은 현안을 고민할 적기다. 따로 시간 빼지 않고 탈태를 꾀할 절호의 시간이다.

포노 사피엔스를 주제로 머리를 맞대보는 건 어떨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5년 처음 제시한 이 개념은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를 가리킨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대중은 TV와 신문, 은행을 끊었다. 익히 알지만 그 선택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아직도 신시장이다. 프로 스포츠계가 개척할 여지가 많다.

10대에게 텔레비전을 킨다는 프로세스는 이미 사라졌다. 방송국 사장이 재밌는 드라마 만들어 시청률 높이자는 말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컨텐츠 소량화, 분자화가 필수다. 떨어지는 관중 수와 시청률로 속앓이하기보다 TV 밖, 경기장 밖에서 시장 창출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포노 사피엔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 이 연습을 잠정 중단 때만이라도 온 힘을 기울여 해본다면 위기는 기회로 낯을 바꿔 찾아올지 모른다. 역사는 결코 되돌아가지 않으니.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