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리(오른쪽)이 지오구와 공을 다투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갈무리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수원 삼성이 2연패에 빠졌다. 안토니스의 멋진 동점 골은 조호르가 아닌 수원의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

수원은 3일 말레이시아 이스칸다르푸테리 술탄이브라힘라킨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리그 2차전에서 조호르(말레이시아)에 1-2로 패했다. 수원은 2연패를 기록하면서 조 최하위까지 밀려났다.

쉽지 않은 원정길이었다. 말레이시아의 팀 숙소에 도착하는 데만 18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금지를 우려해 싱가포르 경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3월임에도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역시 수원의 발을 무겁게 했을 것이다.

악재를 고려한다고 해도 수원은 부진했다. 조호르는 전반에만 13개의 반칙을 저지를 정도로 수원에 강하게 부딪혔다. 강한 압박으로 실수를 유도한 뒤 역습을 노리려고 했다. 상대적 전력에서 열세라고 평가받은 조호르가 선택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수원의 대처는 미숙했다.

전반 13분 만에 내준 실점은 전형적인 역습 형태였다. 염기훈을 나초 인사가 압박하며 공을 끊어냈고, 지오구가 발이 느린 도넬 헨리의 뒤로 침투할 때 사파위 라시드의 패스가 들어갔다. 민상기가 뒤늦게 쫓았지만 결국 페널티킥을 줬다. 곤살로 카브레라에게 실점하면서 리드를 빼앗겼다.

실점은 오히려 수원에 적극성을 줬다. 전반 내내 몰아쳤다. 전반 15분 애덤 타가트에게 찾아온 찬스는 수원의 적극성이 만든 장면이었다. 전반 20분과 전반 32분 타가트와 민상기가 헤딩으로 골문을 노렸다. 전반 34분 김건희의 발리 슈팅이 나오는 장면도 위협적이었다. 전반전 유효 슈팅은 0개였지만 그래도 수원이 공격은 활발했다. 후반 2분 홍철의 정확한 크로스를 타가트가 헤딩하며 첫 유효 슈팅도 기록했다. 

노력의 결실을 얻었다. 후반 6분 교체 투입된 테리 안토니스가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절묘한 코스로 감아차며 균형을 맞췄다. 흐름을 타고 조호르를 몰아치며 승리를 위해 추가 득점을 노릴 때였다.

하지만 안토니스의 골은 조호르가 아닌 수원의 발을 멈추게 했다. 경기는 소강 상태에 빠졌고 수원은 역동성을 잃었다. 

안토니스의 슈팅은 수원의 8번째 슈팅이었다. 그리고 수원이 90분 동안 기록한 슈팅은 9번. 득점 뒤 약 40분 동안 단 1번의 슈팅만 기록했다는 뜻이다. 이미 조별 리그에서 1패를 안고 있던 팀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느긋한 경기 운영이었다. G조에서 약체로 꼽히는 조호르를 잡아야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할 수 있다. 고베는 이미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조호르를 5-1로 꺾었다.

의지도, 짜임새도 부족한 상황에서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되려 조호르에 역습 기회만 줬다. 불안한 수비 속에도 겨우 버티던 후반 28분 마우리시오에게 실점했다. 한의권과 타가트가 겹치면서 공을 재빨리 걷어내지 못한 안일한 플레이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무더위 속에 이미 힘을 소진한 듯 수원은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수원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은 지난달 19일 열린 빗셀 고베와 조별 리그 1차전 이후에도 지적을 받았다. 홈 경기였지만 수비적으로 내려서서 고베의 공격을 기다렸다. 특히 후반전 깊이 내려섰다. 역습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후반 38분 한의권이 교체로 투입되면서 잠시 활기를 보였지만, 결국 후반 45분 후루하시 교고에게 실점하면서 무너졌다. 무승부도 괜찮은 것처럼 운영한 결과는 패배였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방한 효과를 톡톡하게 본 이 경기의 공식 관중은 무려 1만 7372명이었다. 팬들은 과연 결과는 따로 하더라도 경기 내용에 만족했을까?

선수 구성이 더이상 화려한 팀은 아니다. 하지만 승리하려는 의지, 경기를 대하는 태도는 별개의 문제다. 리드를 빼앗겼을 때야 적극적으로 나서는 팀은 승리할 수 없다. 수원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승리를 위해 전진하는 축구가 아니었을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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