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사회 각계가 마비되고 있는 가운데 리그 개막을 앞둔 KBO 외국인 선수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프로스포츠도 멈췄다. 저마다 벅찬 시즌 개막을 꿈꿨던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도 현실적인 걱정이 한가득이다.

KBO리그도 시범경기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다음 주 이사회에서 결정될 사안이지만, 현재 추세를 봤을 때 3월 28일로 예정된 정규시즌 개막도 연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적어도 3월까지는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각’ 단계의 정부 경보 또한 쉽게 낮춰질 것 같지 않다. KBO 또한 선수와 팬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만큼 예비 치원에서 최악의 경우인 ‘리그 축소’ 시나리오까지 세워뒀다.

우리 선수들이야 한국이 돌아가야 할 곳이고, 계속 살아가야 할 할 곳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조금 다르다. 가뜩이나 낯선 환경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니 마음이 심란한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외국인 선수의 ‘계약 해지 자청’ 가능성은 현시점에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이 전하는 분위기도 그렇고, 에이전트가 전하는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한 에이전트는 “선수들이 바이러스를 크게 두려워하는 눈치는 아니다.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선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예방도 가능하고, 지금까지 통계로는 치사율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다. 

다만 주위 환경 측면에서는 현실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선 가족들은 한국에 데려오지 않겠다는 선수들이 절대 다수다. 자신만 한국에 들어가 상황을 지켜본 뒤 사태가 진정되면 가족을 부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선수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밥’이다. 이 에이전트는 “밥 먹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정말로 현실적인 고민이다. 

한국 선수들이야 가정이 있고, 미혼인 선수들도 집이나 경기장에서 식사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은 가족까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면 이것을 홀로 해결해야 한다. 숙소에서 외국 음식을 직접 해먹기 어렵다보니 주로 나가서 먹는 것을 선택했는데, 지금은 이 선택지가 막힌다. 각 구단별로 “바깥 활동은 금지” 지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적 선수들은 “미국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현재 세계 각국은 방역 차원에서 한국에 체류한 사람들에 대해 입국금지 혹은 관찰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서서히 퍼지고 있는 미국도 대응 수위를 점차 높이는 추세다. 당장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탄 승객들은 이제 모두 발열 테스트를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여행 자제’ 리스트에 올라 있다.

혹시나 사태가 더 심각해져 미국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 미국 국적의 선수들은 비상시 미국으로 제때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가족을 모두 미국에 남겨둘 상황이라 불안감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코로나가 무서운 게 아니라, 코로나를 둘러싼 성가신 상황들이 문제가 되는 형국이다.

리그가 연기된다면 차라리 미국에서 몸을 만들고 들어가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차피 리그 개막일이야 2주 전에 통보가 될 것이고, 그전에는 자체 연습경기밖에 할 수 없다. 몸을 만들고 있다 리그 개막일이 나오는 즉시 입국해 경기에 나서 컨디션을 더 끌어올리면 된다는 논리다. 국내 선수들까지 모두가 이렇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지만, 미국 생활이 더 익숙한 소수의 외국인 선수들이라면 불안감을 줄이는 차원에서 이 선택지도 일리는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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