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저한 계획 속에 움직이고 있는 유서준은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각오와 함께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 내야수 유서준(25)은 지난해 11월 호주 캔버라 유망주캠프 당시 “2020년 시즌을 앞두고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어쩌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내심 1군 캠프 합류를 노렸겠지만, 유서준은 퓨처스팀(2군) 캠프로 내려갔다. 불가피하게 계획을 수정하거나 혹은 상심하지는 않았을까. 유서준은 이 질문에 대해 “마무리캠프 때 계획이 있다고 했다. 1군 캠프에 가든, 2군 캠프에 가든 내가 목표로 했던 것들이 있다. 그래서 1군 캠프에 가지 못한 게 그렇게 큰 타격은 아니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것, 앞으로 할 것을 연간 단위 계획으로 짰다. 1군 캠프에 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2군 캠프에 있다고 해서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는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실망해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보여줘야 하는 것은 실력”이라고 힘줘 말하면서 “오히려 그런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오프시즌에도 더 꾸준하게 훈련할 수 있었다. 지금도 캠프에서 얻어가는 것이 많다”고 자신했다.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진행되고 있는 퓨처스팀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유서준은 오히려 “지금까지는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입대 전의 감각들을 많이 찾았다”고 말한다. 사실상 제대 후 첫 시즌인 만큼 보여주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계획 속에 움직이는 유서준은 계획 밖의 유혹은 꾹 참는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주위에서도 도움을 많이 준다. 손지환 수비코치는 유서준과 대화를 많이 한다. 유서준은 고맙다. 그는 “손 코치님과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도움을 많이 주셨다. 기술적인 것도 있겠지만 멘탈적으로나, 경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1군으로 올라간 김일경 코치도 애리조나로 떠나기 전 유서준을 응원했다. 김 코치도 “좋아진 부분이 많으니 너무 완벽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간단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유서준은 그런 조언도 자신의 계획 노트에 빼곡하게 적어두고 있다.

계획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1군 주전이다. 그렇다면 계획에는 1군 주전을 차지하는 시점을 언제로 잡고 있을까. 유서준은 “기간을 정해둔 것은 없다”고 빙그레 웃는다. 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오는 시점은 스스로 정할 수 없다. 그 시점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다 한 번에 움켜쥐겠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유서준은 “어찌됐건 기회는 온다”고 했다.

경험적으로 잘 안다. 입대 전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했다. 다친 것도 자신의 준비 부족이었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유서준은 “손 코치님과 강화도에서 ‘날을 갈자’고 이야기했다. 진짜 한 번 뚫었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날을 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더 단단해지고 내 것을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조금씩 그런 것을 느낀다. 잘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도 강하다. 어느덧 20대 중반.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기대할 만한 유망주’ 타이틀을 반납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안다. 유서준도 “이제는 모두에게 보여줘야 할 시간”이라면서 “생각했던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서 실험해보고 내것을 더 다져서 폭발시킨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위에 있는 선수를 눌러야 한다. 하지만 나도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서준이 차분하게, 그리고 매서운 눈초리로 그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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