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과 이청용(오른쪽)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 임창만 영상기자] "기성용은 한국 축구의 특별한 선수다. 그런 선수가 K리그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그런 기회가 주어지도록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나란히 FC 서울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해 국가 대표팀의 주축이 된 이후 유럽 무대에 진출했던 '쌍용' 이청용(31)과 기성용(31)은 2020시즌 K리그 복귀를 추진했다. 두 선수 모두 서울을 떠나면서 친정팀 복귀를 약속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해지한 기성용은 서울과 협상이 여의치 않자 전북 현대와 협상했으나 거액의 위약금 조항(추정액 26억 원)이 발목을 잡았다. 이청용은 상대적으로 위약금 금액(추정액 6억 원)이 낮아 울산 현대로 전격 이적했다. 울산이 VfL 보훔에 이적료를 지불해 영입을 완료했다.

5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울산 입단 기자회견을 가진 이청용은 11년 만에 K리그 복귀를 결심한 이유, 복귀 팀으로 울산을 택한 이유, 그리고 동반 복귀가 불발된 기성용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담백하게 전했다.

이청용은 친정팀 FC 서울과 협상이 무산된 것에 대해 "FC서울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팀 중 하나다. 을산 유니폼을 입었다고 그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프로 생활 시작한 곳이고, 프로 선수로서 축구 선수로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기 때문에 감사한 클럽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번 울산을 오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하는데, 울산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그것만 생각하고 울산으로 가게 됐다"며 울산행이 서울과 인연을 완전히 끊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서울로 오지 못한 상황에 대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서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제가 국내로 돌아왔을 때는 사실 FC서울 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마음 속에 항상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선수가 꼭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모든 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다만 서로의 입장 차이는 이번에 있었지만 서로의 결과에 대해 존중했다. 저도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나 생각하고, 앞으로 뛸 울산 현대에 집중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게 서울 팬들 입장에서도 보기 좋은 그림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울산 현대 입단 기자회견에 나선 이청용 ⓒ곽혜미 기자


이청용은 K리그 복귀가 무산된 기성용과 나눈 대화를 묻자 "축하한다는 말을 일단 내게 해줬다"며 "(기)성용이도 얼마 전에 국내로 돌아올 마음을 먹고 팀을 알아봤는데 결과적으로 좋지가 않아서 많은 팬분들이 아쉬워한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아쉬워하고 상처받았을 사람은 선수 본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성용의 마음이 다친 상황이라고 했다. 기성용은 전북 이적 무산 후 스페인 라리가 소속 RCD 마요르카에 입단했다.

이청용은 2020시즌 함께 뛸 수 없게 됐지만 기성용이 꼭 K리그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지금 당장 K리그에서 같이 뛸수는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으면 한다. 기성용같은 한국 축구의 특별한 선수인데, 그런 선수가 K리그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축구계 전체의 도움을 부탁했다.

이청용도 울산 입단 시 서울에 내야할 위약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단과 개인 간 계약이기에 해결 전이라도 이청용이 울산 선수로 등록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이청용은 이에 대한 질문에 "위약금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이자리에서 모든 걸 다 말씀드릴 수는 없다. 앞으로 추후에 서울과 얘기를 해볼 생각이다. 울산을 결정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데 있어선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 생각으로 돌아왔다. 그런 마음을 한국 최고의 구단 중 하나인 FC서울도 충분히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한다"며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고 했다.

이청용은 "K리그 복귀에 대해 마음 먹은 것은 불과 한 달 반 전이다. 앞서 말했듯이 좀 현실적으로 객관적으로 제 스스로를 판단했다.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하면 더 좋을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국내에 들어가서 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 시기가 이번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보훔 구단에 요청을 했다. 이 팀이 내 마지막이 될지 앞으로 두 세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최선을 다하겠다. 과거의 영광보다 현재를 바라보며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라며 K리그 복귀를 결심한 과정을 상세히 말했다.

"내 능력에 한 해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더 나이가 먹어서 선수 생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보다, 아직까지 최고 레벨의 축구를 할 수 있을 때 돌아와서 한다면 제가 10년 전에, 월드컵에서 활약을 기억해주시는 팬분들에게 최소한 매주 제 경기를 경기장에 와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국내로 돌아올 마음을 먹었다"며 더 이상 유럽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했다.

이청용은 울산의 지속적인 정성과 관심에 서울이 아닌 울산을 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울산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몇 년 전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경기 못나가고 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다. 당시엔 우럽 축구에 미련이 있어서 국내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던 것이고, 이번 팀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그런 고마움이 가슴 속에 저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이청용은 울산의 염원인 15년 만의 K리그 우승을 위해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울산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우승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 한 경기도 안 치른 상황에서 우승을 논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보고서 시즌을 달려간다기 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매주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겠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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