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cm의 당당한 체구를 갖춘 류효승은 거포 잠재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여권 준비 때문에 연락했습니다”

1월의 어느 날. 류효승(24·SK)은 하나의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다. 채팅방에 초대된 인원은 어림잡아 40명 이상. 초대된 인원들과 메시지 모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메시지는 ‘여권 준비’를 비롯, 스프링캠프 준비와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그것도 2군이 아닌, 1군이었다. 류효승은 “이거 왜 초대됐지? 라는 생각을 했다”고 웃으면서 “확인해보니 1군 캠프에 가는 명단이었다. 기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대구 상원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2차 6라운드(전체 60순위) 지명을 받은 류효승은 사실 1군 캠프에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사실 조짐은 그전부터 있었다. 팀 합류 후 1군 코칭스태프가 류효승을 비롯한 신인들을 직접 보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였다. 여기서 류효승은 엄청난 파워를 뿜어냈다. 

박재상 SK 타격코치는 “타구가 그린존(인천SK행복드림구장 좌측 상단)에 떨어지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다른 코치들도 “힘은 김동엽(2019년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트레이드)에 못지않은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홈런군단의 명맥을 이어야 하는 SK는 류효승을 차세대 거포로 점찍고 베로비치 명단의 한 자리를 내줬다.

당장 1군 주전에 오르기는 무리일 수도 있었다. 결국 1~2년을 내다보고 류효승을 키우려는 1군 코칭스태프의 의중이 많이 작용했다. 1군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몸에 익히도록 한 뒤, 퓨처스팀(2군) 캠프에 남겨 경험을 쌓게 하는 게 목표였다. 애리조나 2차 캠프에 가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좋은 대우를 받은 셈이다. 류효승도 “여러 파트마다 기본부터 알지 못했던 것부터 배웠다”고 성과를 뽑았다. 

류효승도 예상치 못했던 1군 캠프가 마냥 신기했다. 그는 “오니까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재미있다.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재밌게, 즐겁게 했다. 선배님들 코치님들도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주셨다”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아침 일찍 하는 게 놀라기는 했다. 대학교는 항상 야간에 웨이트를 단체로 하는데, 선배님들은 훈련 들어가기 전 아침 7시부터 웨이트를 하시더라. 놀랐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린존 직격’의 잠재력을 본 1군 코칭스태프의 주문은 명확했다. “굳이 멀리치려고 하지 말 것”. 어차피 다른 선수들에 비해 힘이 있으니 정확하게만 맞혀도 담장은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독려했다. 류효승도 “정확하게, 심플하게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 부분들을 많이 말씀하셨다. 폼을 수정하기보다는 임팩트와 타이밍, 조금 더 가볍게 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1군에서 자신의 과제를 명확하게 안 만큼, 이제는 그 1군에 올라가기 위해 자신과 싸움을 벌여야 한다. 염경엽 SK 감독은 제이미 로맥, 채태인 등이 버티는 1루의 장기적인 대안 중 하나로 류효승을 점찍었다. 현재 2군에 있는 남태혁 김성민 등과 경쟁을 붙여본다는 심산이다. 류효승도 자신이 가장 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타격이라고 생각한다. 차분하게 그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각오다.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류효승은 “내 장점인 장타력을 어필해야겠지만, 뭘 자꾸 보여주려고 하니깐 안 된 경험이 많았다. 뭘 보여준다기보다는 그냥 주어진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훈련을 한다”면서 “변화구와 몸쪽 승부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연습을 더 해야 한다”고 과제를 설명했다. 목표는 ‘인천’에서 경기를 뛰는 것. SK는 그린존 직격의 괴력을 1군에서도 보여줄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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