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의 차세대 유격수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성민은 수비 훈련에 매진하며 1군 진입의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무조건 화려한 곳인 줄 알았다. 나름대로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프로’의 환상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끔은 두려웠고, 가끔은 답답했다. SK 차세대 유격수로 기대를 모으는 김성민(19·SK)의 프로 첫 걸음은 환상을 깨는 것부터 시작했다.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라는 비교적 높은 지명 순위, 그리고 이어진 1군 캠프 합류. 여기까지는 순조로워보였다. 그는 “1군 캠프에 오고 싶었지만 진짜 올 줄은 몰랐다”고 당시의 설렘을 떠올렸다. 구단의 기대치도 확실했고,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와 함께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첫 훈련부터 뭔가 답답한 심정이 가슴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들 자신보다 잘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라”는 캠프 출발 전 코칭스태프의 당부가 이해가 됐다.

김성민은 1군 캠프를 돌아보며 “고등학교 때 어느 정도 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었다”면서 “정말 다들 잘하시는 분들인데 경기에서 실수를 한다. 간단한 노력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렇게 잘하는 선배들을 뛰어넘으려면 나는 몇 배는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털어놨다. 수준 차이의 확인. 아마추어 최대어들이 프로에 적응하는 공통적인 과정을 김성민도 거치고 있었던 셈이다.

프로는 완전히 달랐다. 김성민은 “고등학교 때는 기본기 운동을 그렇게 많이 안 했다. 펑고만 주구장창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기본기만 계속 강조하시더라. 처음에는 의문도 있었지만 수비 훈련하고, 형들 하는 거 보니까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면서 “보면 선배님들은 설렁설렁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기본기가 딱딱 잡혀 있다. 괜히 프로 베테랑이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첫 감상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초라하게 보이기도 했다. 김성민은 “프로오면 어느 정도 1군 올라가서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잘하면 내가 상상했던 꿈도 못 꾸겠구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마냥 움츠려들지는 않았다. 그는 “생각을 많이 바꿨다”고 했다. 벽을 확인한 이 루키는 이제 그 벽을 향해 정면돌진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걸려도 수비부터 확실하게 다듬는다는 각오다. SK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베로비치 캠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수비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었던 단어다. 김성민은 “내야수니까 수비가 먼저다, 수비를 완벽히 익혀야 1군에 올라오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지루하지는 않다. 또래 선수들과 다르게 원래 수비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는 “나도 방망이보다 수비, 공 던지는 거 잡는 걸 좋아한다”고 웃었다. 목표는 확인이 됐고,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무대도 만들어졌다.

스스로를 많이 낮춘 것 같지만 사실 평가는 괜찮았다. 1군 코칭스태프는 김성민의 수비 능력을 보고 싶었다. 일단 “그 나이에서는 좋다”는 절반의 합격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아직 다듬을 것이 있지만, 지난해 김창평의 이맘때와 비교하면 유격수 수비는 더 좋다. 앞으로도 유격수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수비에서는 평가가 엄격한 염 감독의 말이기에 더 기대가 걸린다. 김일경 이대수 코치도 “캠프 기간 중 많이 늘었다”고 흐뭇하게 바라본다.

엄청나게 지루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유격수는 수비가 안 되면 1군에 올라가기 어렵다. 그리고 수비는 타격보다 완성에 시간이 더 걸린다. 김성민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 더 각오가 단단해졌다. 올해 1년은 수비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그 다음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1군의 벽을 확인한 김성민은 “앞으로의 과정이 그렇게 지루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올해가 참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으면서 “1군이 목표지만 수비부터 완전히 익힌 다음에 올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팀도 더 기다려줄 용의가 있다. 올해 김성민의 성장세는 팀의 장기적 뼈대를 보는 최고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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